<시평>북핵 CVID 다시 확고히 할 때다
김숙 前 駐유엔 대사
바이든 외교안보 진용 마무리
대북 제재 놓고 한·미 입장차
전단금지법도 역풍으로 작용
스몰딜은 비핵화 포기하는 일
北은 핵·미사일 증강 공개 선언
대북 굴종 반성하고 책임져야
국제사회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소용돌이 속에 1월을 보냈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다자주의 복귀, 동맹 강화, 민주주의 가치를 통한 세계 지도력 회복의 원칙 아래 코로나19 대처, 중국과의 관계 설정 등이 당면 중요 의제지만, 한국도 안보 차원에서 새로운 도전적 상황을 맞았다.
미·중 관계와 관련, 미국은 중국을 미국과 국제질서의 적대세력으로 보면서도 일부 의제별로 협력을 유지하는 경쟁과 협력의 이중적 접근을 기본 틀로 삼았다. 그러나 국제 핵비확산 문제에 관해서는 원칙과 명분은 함께하되 구체 사안에서는 이견 노정이 예상되는바 북한 비핵화 의제가 원칙적 협력과 현실적 입장이 부딪치는 대표적 사례가 될 듯하다. 미·중 간 신냉전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강대국 간 협력이 더 어려워지는 분야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중국은 동북아에서 한·미·일 3각 공조 체제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떼어 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미국의 우려를 자아낸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 노력에 있어 도널드 트럼프의 성과를 계승하고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결과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견지하면서도 트럼프식 톱다운 방식은 거부하되 방법과 전략은 동맹국과의 협의를 통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이 장관(급)부터 부차관보급까지 거의 갖춰졌으나, 비핵화 전략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기까지는 향후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없는 제재 완화나 김정은과의 만남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문 대통령의 인식은 너무 동떨어져 있다. 여기에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미국 내 반대 목소리도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미 행정부 출범 초기에 한·미 간 동맹 공조 구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외교적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 내 일부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니 핵 동결의 중간합의(interim agreement)를 목표로 하자는 얘기가 간혹 나오는데, 하노이회담 결렬 후 이른바 굿이너프 딜 아이디어를 내놨던 한국 정부로서는 ‘불감청이나 고소원’ 격으로 이런 분위기를 반기리라 본다. 지난주 미 의회조사국(CRS)이 발표한 북한 보고서는 점진적 비핵화와 빅딜의 문제를 분석하면서 이는 제재 완화와 관련한 여러 법적 요소가 얽힌 복잡한 사안이라고 봤다. 안보리 제재 외에도 양자적 차원의 미국 제재는 무기 개발뿐 아니라 북한의 인권 탄압, 돈세탁, 불법 무기 거래, 테러 지원, 사이버 범죄 등과도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스몰딜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고 완전한 비핵화는 영원히 좌절됨으로써 국제 핵비확산 체제에 치명타를 안기고 결과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따라서 검증 절차가 보장된 완전한 비핵화(CVID)는 확고부동한 전략 목표여야 하며 핵 동결은 비핵화 로드맵에서 하나의 과정으로 검토될 요소이지 북한의 핵무기 불포기 태도를 상수로 놓은 채 편의적으로 다룰 일이 절대 아니다.
북한은 지난달 노동당대회에서 핵전쟁 억제력과 군사력 강화를 결론으로 내놨다. 실제로 두 차례의 군사열병식에서 신형 무기를 과시하는 등 핵·미사일 및 재래식 무기의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정은은 지금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도발의 선택지를 유보하고 있을 뿐이다. 득보다 실이 많아 도발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그동안 김정은의 무모했던 행보에 비춰보면 위험하리만치 순진한 희망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특등 머저리’라고 부르는 걸 대화를 간절히 원하는 신호라고 해석한다면 그런 조롱을 들어 마땅하다. 전쟁은 무기로 싸우지만, 승리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투지가 승리의 원천이라는 조지 패튼 장군의 말을 새기면서 해이해진 정신을 바로 잡아야 한다. 정부가 김정은 표현대로 비본질적 문제에 집착하면서, 모욕과 도발에 대한 관용으로 일관해 옴으로써 국민 대다수에게 대북 굴종으로 비치고 남북관계와 비핵화는 정체된 결과를 가져온 데 대해 응당 반성과 책임을 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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