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기재부 장관의 습관성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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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일본 총리는 공고(工高) 야간부가 최종 학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얼마 전 기획재정부를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호통을 쳤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법제화하라는 지시를 내리는데 기재부 장차관이 난색을 보이자 나온 총리의 반응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습관성 항복' 증세도 큰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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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일본 총리는 공고(工高) 야간부가 최종 학력이다. 그런 그가 대장성(大藏省·재무성) 장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일본 최고의 엘리트들만 모인다는 대장성 관료들은 충심으로 따랐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결은 바로 다나카의 취임사에 있었다. 콧대 높은 관료들도 이런 말에 감읍했다고 한다. “나는 당신들이 하는 일을 잘 모른다. 따라서 모든 것을 여러분에게 맡기겠다. 그러나 여러분이 일을 추진하다 발생하는 모든 사태는 전적으로 내가 책임질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얼마 전 기획재정부를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호통을 쳤다. 심지어 “개혁 저항세력”이라며 모욕하기도 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법제화하라는 지시를 내리는데 기재부 장차관이 난색을 보이자 나온 총리의 반응이다. 총리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방안을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와 당정이 검토해 달라”면서 사실상 기재부를 패싱해 버렸다. 중기부가 나선다고 근본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너희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쯤 되면 현 정권이 기재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분명해졌다. 시중에서 기재부 무용론까지 거론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습관성 항복’ 증세도 큰 몫을 했다. 오죽하면 반대하는 척하다가 하루만 지나면 고개를 숙여버린다고 해서 용두사미를 비튼 ‘홍두사미’라거나 ‘예스맨’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왔겠는가. 중요한 정책 결정이 있을 때마다 정권의 하수인 역할에 만족하면서, 자리 연명에 급급해 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계를 은퇴하면서 “국민이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 대통령도 여당도 못 믿는다. 그래도 어딘가 믿어야 할 곳이 한 군데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기획재정부여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제 홍 부총리가 기재부의 존재 이유를 몸으로 증명해야 할 때가 왔다. 개인의 영달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기재부 공무원은 물론, 세상에 의지할 곳 없는 국민에 대한 도리를 생각해야 한다. 물이 깨끗하면 갓끈을 씻고, 물이 더러우면 발을 씻는다. 그것이 기재부를 향한 마지막 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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