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봐주기 수사' 논란.."최소 서울경찰청장에 보고 했어야"
변호사 범죄 중요 사건으로 규정
이용구 관련 관서, 훈령 위반 가능
진상조사단 "보고체계까지 조사"
경찰의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처리를 두고 ‘봐주기 수사’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 차관이 변호사 신분이었던 사건 당시 저지른 범죄는 ‘파출소에서 서울경찰청으로 즉각 보고됐어야 하는 사안’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블랙박스를 봤다는 사실을 숨긴 수사관만 대기발령하고 끝낼 게 아니라, (서울)서초경찰서와 서울경찰청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일 경찰청 법령 사이트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1월 6일 당시 ‘경찰청 범죄수사규칙(훈령·이하 수사규칙)’ 제14조 제2항에는 ‘지방경찰청장이 지휘할 사건은 별표1과 같다’고 적혀 있다. ‘별표1’이란 ‘보고 및 수사지휘 대상 중요사건’이란 이름의 표인데, 쉽게 말해 경찰이 중요 사건으로 볼만한 범죄 등을 나열해 적은 표이다.
눈여겨볼 점은 이 표에서 거론된 중요사건으로 ‘법관, 검사 또는 변호사의 범죄’가 언급돼 있다는 점이다. 즉 수사규칙에 따르면 ‘변호사의 범죄는 지방경찰청장(올해 1월 1일부터 시·도경찰청장)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수사규칙에서 규정한 ‘별표 1호의2’에는 변호사의 범죄와 같은 중요 사건을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 표에서는 ‘사건 발생 또는 검거 시’ 혹은 ‘필요성이 있는 경우 수사(내사) 착수 시’에 상부에 보고를 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거나 내사에 착수했을 때, 파출소장·경찰서장·지방경찰청장까지 모두 변호사 범죄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표현이 적시된 것이다.
해당 조항과 별표가 있는 수사규칙은 지난해 9월 10일 일부 개정, 시행됐다. 그러다 올해 1월 1일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하면서 같은 달 8일 또 다시 일부 개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시도경찰청장에 대한 보고와 그에 따른 수사지휘(제23·24조)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이 차관이 변호사로서 저지른 범죄는 최소 서울경찰청까지는 보고됐어야 하고, 경중에 따라 다시 경찰청(본청)에도 즉시 보고가 됐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관계만으로 볼 때 이런 보고 체계는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 이 차관은 택시 기사를 폭행할 당시 ‘변호사 신분’이었다. 당시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서초경찰서 산하 서초파출소 경찰관들에게 이 차관은 변호사 명함을 보여 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명함을 파출소 경찰관들이 보고 이를 인지했다면, 이 사실은 즉시 서울경찰청(당시 서울지방경찰청)까지 보고됐어야 한다는 것이 일선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김창룡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사건이 내사 종결되면서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에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서초경찰서가 서울경찰청에 보고하지 않고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 했다면 수사규칙을 어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 ‘꼬리자르기’식 조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북권에 근무하는 한 수사 기능 경찰관은 “보고 체계를 제대로 지켰다면 최소한 서울경찰청은 알았어야 했고, 때에 따라 경찰청까지도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문제”라며 “단순히 블랙박스를 본 수사관을 대기발령해 끝낼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관 역시 “기소보다 내사 종결·불기소 같은, ‘어떤 혐의가 부정된 사건’을 상부에서는 더 꼼꼼히 따져 묻는 경향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차관 사건이 윗선 어디까지, 어떤 내용으로 보고됐는지 더 의혹이 생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도 “수사규칙 같은 훈령을 위반하면 경찰공무원들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며 “보고 체계에 대한 꼼꼼한 조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보고 체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등 모든 부분을 들여다 보고 있다”고 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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