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칼럼] 배우니 또한 즐거운만학의 '농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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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강원도 춘천의 한 국가자격시험장.
고등학생을 비롯한 젊은 수험생 가운데는 필자처럼 머리가 희끗희끗한 50~60대 수험생도 더러 끼어 있었다.
온전한 '자연인 농부'가 되고자 결행한 인생 2막, 그 길을 밝혀줄 빛이 필요했고 그게 공부였다.
주위를 돌아보면 필자와 비슷한 길을 걷는 50~60대 귀농·귀촌인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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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강원도 춘천의 한 국가자격시험장. 고등학생을 비롯한 젊은 수험생 가운데는 필자처럼 머리가 희끗희끗한 50~60대 수험생도 더러 끼어 있었다. 필자가 이번에 도전한 자격증은 조경기능사. 국가기술자격 필기시험을 치르기는 4년 만이다.
귀농 전 22년간의 직장시절에는 바쁜 업무와 게으름 탓도 있었지만 자기계발을 위한 추억이 있지 않다. 하지만 2010년 가을 가족 모두가 강원도 홍천으로 이주한 이후에는 직접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한편으로는 머리띠를 졸라맸다. 온전한 ‘자연인 농부’가 되고자 결행한 인생 2막, 그 길을 밝혀줄 빛이 필요했고 그게 공부였다.
직접 농사짓는 농부, 귀농·귀촌칼럼니스트이자 강사로 활동하는 바쁜 와중에서도 강원도농업기술원(미래농업교육원)과 홍천군농업기술센터의 문턱을 부지런히 넘나들었다. 또한 국가기술자격증에도 도전해 유기농업기능사(2015년)와 산림기능사(2019년)를 땄고, 이번 조경기능사에 이어 종자기능사, 원예기능사,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 등도 준비 중이다. 농업과 임업에 대한 이론적 토대 구축과 실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필자와 비슷한 길을 걷는 50~60대 귀농·귀촌인이 참 많다. 이들에겐 필자와 마찬가지로 농사와 시골생활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밝혀줄 빛에 대한 갈망, 갈급함이 있다. 한 60대 여성 귀농인은 5년 동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농업 관련 기술자격증을 따냈다. 그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배우고 익히니 그만큼 전진할 수 있었고 또한 계속 걷고자 하는 용기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늦깎이 배움의 길은 결코 녹록지 않다. 지난해부터 농촌과 농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에는 ‘메르스’와 극심한 가뭄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함께한 만학의 농부들은 밤늦게까지 갖은 수단을 동원해 작물에 물을 뿌려주고는 책상에 앉아 졸음과 싸워가며 공부를 했다. 사실 봄~가을은 농사철이라 공부할 시간을 내기가 여의치 않다. 대표적 농한기인 긴긴 겨울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귀농·귀촌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공부만큼이나 시골 이주 후 공부 또한 필수다. 50~60대 귀농·귀촌인의 주경야독 의지는 정말 뜨겁다. 이들은 배운 것을 즉시 농사와 시골생활에 적용한다. 역으로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이론과 실습 공부를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든다. 더 나아가 부가가치가 높은 농작물 재배와 6차산업화, 마을과 지역 상생사업에서도 주도적인 일꾼으로 한몫하고 있다.
필자의 주변만 보더라도 농부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배움에 나선 교수, 박사들도 있다. 6차산업을 묵묵히 일궈가는 대기업 임원과 교사 출신 부부도 있고, 마을기업을 이끄는 공무원 출신 귀농인도 있다. 억척 여성 귀농인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렇게 50~60대 귀농·귀촌인은 새로 발을 내디딘 농촌에서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로 주경야독하면서 미답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비록 고되지만 배우고 익히며 얻는 즐거움을 알기에 포기하지 않고 만학의 길을 한 걸음씩 나아간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더 많은 예비 귀농·귀촌인과 초보 귀농·귀촌인이 이 길에 동참해보기를 감히 권한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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