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가장이 맨 건 등짐펌프가 아니라 '생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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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의 한 체육관에서 65살 남성이 쓰러졌습니다.
쓰러질 당시 남성은 산불감시원을 뽑기 위한 체력검정을 받고 있었습니다.
숨진 남성은 전북 장수군의 한 면 소재지에서 30년 넘게 통닭집을 운영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채용을 진행한 장수군은 "현장에 구급차를 배치해 쓰러진 남성을 이송했고 체력검정 전 응시 동의서를 받은 데다 보험도 가입해 보상 논의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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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감시원' 체력검정하다 숨진 60대
지난달 29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의 한 체육관에서 65살 남성이 쓰러졌습니다.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쓰러질 당시 남성은 산불감시원을 뽑기 위한 체력검정을 받고 있었습니다.
체력검정은 무게 15㎏가량의 산불 진화용 등짐펌프를 매고 1.2㎞를 몇 분 만에 들어오는지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경찰은 "남성이 600m쯤 달리다가 쓰러졌으며 부검하지 않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내인사'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내인사는 질병 등 내적 원인으로 인한 죽음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경찰은 "숨진 남성이 평소 고혈압과 당뇨약 등을 먹어왔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유가족은 "약을 복용했던 건 사실이지만 정상 수치를 꾸준히 유지할 정도로 건강했고 계약직인 산불감시원을 10년 넘게 맡아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숨진 이유가 단순히 병 때문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꼭 산불감시원을 해야만 하는 사정이 있어 심리적 압박이 컸다"라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 "뭐 먹고 사느냐?" 묻던 가장은 뛸 수밖에 없었다.
숨진 남성은 전북 장수군의 한 면 소재지에서 30년 넘게 통닭집을 운영해왔습니다. 인구가 줄면서 안 그래도 어려웠던 가게 운영은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잘해야 하루 2~3만 원, 그마저도 못 버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정부가 65살 이상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더해도 생계는 막막했습니다.
결국 세 든 가게마저 내줘야 할 형편이 됐습니다. 아버지가 사는 집에라도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권유에 숨진 남성은 "그러면 우리는 뭐 먹고 사느냐?"라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1년에 6개월이나마 월급 200여만 원을 받는 산불감시원 자리가 간절했을 거라고 유가족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산불감시원이 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남성이 지원한 산불감시원 자리에는 6명 채용에 7명이 지원했습니다. 1명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채용기준을 보면 남성의 경우 등짐펌프를 매고 1.2㎞를 13분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탈락입니다. 15㎏의 등짐펌프와 함께 가족의 생계까지 짊어진 60대 가장은 그렇게 뛰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 평균연령 65살…체력검정 '손질' 필요
유가족은 이와 함께 체력검정에서 안전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채용을 진행한 장수군은 "현장에 구급차를 배치해 쓰러진 남성을 이송했고 체력검정 전 응시 동의서를 받은 데다 보험도 가입해 보상 논의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찰도 "장수군이 불상사에 대비한 조치들을 다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없다지만 사후조치 성향이 짙은 대책들입니다. 산림청이 밝힌 산불감시원 평균연령은 65살입니다.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체력검정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해 경남 창원과 경북 군위 등에서도 산불감시원 체력검정을 받던 60, 70대 응시자들이 숨졌습니다. 이후 산림청은 상황에 따라 체력검정을 면접으로 대체하는 등의 안전 규정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채용 세부 규정을 지자체가 정하다 보니 여전히 등짐펌프를 지고 1~2㎞를 걷거나 달리게 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산불감시원의 체력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되는 만큼 대책은 분명히 필요해 보입니다.
서윤덕 기자 (duc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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