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디스플레이 쟁탈전 치열..뛰는 LG 위에 나는 삼성
주사율 120㎐ OLED 디스플레이 장착하는 아이폰
고주사율에 적합한 공정 LTPS에서 LTPO로 변경
OLED 납품하는 LG디스플레이, LTPO 도입 준비
삼성디스플레이, 이미 LTPO 상용화…독과점 지위
中 BOE, 교체품 공급 계약 韓 디스플레이 추격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의 주사율을 높이려하자 업계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술 선점 여부에 따라 최대 2억대에 이르는 아이폰 시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폰12 시리즈를 기점으로 애플에 P-OLED(플라스틱 OLED)를 납품하기 시작한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 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들어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상용화한 기술을 바탕으로 후발주자와의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아이폰12의 리퍼비시(교체품) 디스플레이 계약을 따낸 중국 BOE 역시 기술 수준을 높여 신제품 공급을 노리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의 고급형(가칭 아이폰 13 프로·13 맥스) 디스플레이에 저온다결정산화물(LTPO·Low-Temperature Polycrystalline Oxide) 박막트랜지스터(TFT·Thin Film Transistor)를 채용할 방침이다.
이는 차세대 아이폰 디스플레이의 주사율이 현재의 60㎐에서 120㎐로 높아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 주사율은 1초에 디스플레이에 나타는 프레임의 갯수로, 주사율이 높으면 역동적인 화면을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다. 화면 전환이 빠른 블록버스터 영화나 게임을 더 선명하고, 자연스럽게 즐기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사율은 의도대로 무작정 늘릴 수 없다. 특히 고주사율의 경우 전력 소모량이 많아, 그렇지 않아도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12에 저온폴리실리콘(LTPS·Low Temperature Poly Silicon) TFT를 사용 중으로, LTPS TFT는 고화질을 내는 데는 유리하지만 제조 단가가 비싼 게 단점이다.
이 때문에 애플은 화질을 높이면서도 제조 단가가 낮은 LTPO TFT를 채용하기로 했다. 또 LTPO TFT는 전력소모량이 LTPS에 비해 낮아 5G 스마트폰에 적합한 것으로 여겨진다. LTPO TFT는 애플이 원천 특허를 갖고 있는 기술로, LTPS에서 실리콘(Silicon)을 산화물(Oxide)로 변경한 것이다. 애플은 지난 2014년 LTPO TFT 관련한 특허를 미국 특허청에 출원했고, 2018년 처음으로 애플 워치에 적용했다.
지난해 아이폰12에 약 2000만대의 P-OLED 패널을 납품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이 숫자를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차세대 아이폰을 위해 P-OLED를 생산하는 경기 파주시 E6 공장에 LTPO 라인을 구축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5000대 수준에서 연내 2만장을 더 확대해 애플이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맞춰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LG디스플레이는 경북 구미 E5 생산 라인의 일부를 아이폰 전용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해당 라인에선 자동차 및 웨어러블 P-OLED 패널을 생산 중인데, 일부 가동률이 떨어지는 라인을 납품량 증대가 예상되는 아이폰 디스플레이의 전용 라인으로 만들어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이런 계획을 애플 측에 전달,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북미 고객사(애플)에 납품하는 P-OLED 물량이 분기 대비 증권가 예상치보다 높은 세 자릿수로 증가했다"며 "가동률 상승, 안정적인 수율 확보 등으로 지난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던 P-OLED 사업부의 변모가 눈에 띈다"고 했다.
다만 LG디스플레이의 LTPO 기술은 삼성전자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LG디스플레이의 LTPO TFT OLED 납품은 아이폰14(가칭)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스마트폰용 LTPO TFT의 상용화를 끝마친 상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울트라와 갤럭시S21 울트라가 LTPO TFT를 채용한 주사율 120㎐ OLED에 납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살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우위를 확실히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아이폰13 프로와 13 맥스에 삼성디스플레이가 LTPO TFT OLED를 독점 공급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전력소모를 새 OLED의 유기 소자 M11도 개발했다. 전력소모를 줄이기 위한 새 소자로, 기존보다 전력을 16% 덜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삼성전자 갤럭시S21 울트라에만 적용되는데, 아이폰13에도 이 소자 적용이 유력하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2021년에는 LG디스플레이의 공급 물량 증가와 BOE의 납품 진입이 전망되고 있으나, 터치 일체형 패널 적용 확대와 LTPO 디스플레이의 도입으로 인해 삼성디스플레이의 과점적 지위는 유지될 것"이라며 "애플이 내년 모델을 시작으로 LTPO 디스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채용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스마트폰용 LTPO 디스플레이 양산에 유일하게 성공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 가운데 중국 BOE는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BOE는 지난 2019년 아이폰 디스플레이 공급사로 선정됐지만, 수율 등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해 최종 공급 계약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연말 BOE는 애플과 아이폰12 시리즈 리퍼비시(교체용) 디스플레이 공급 계약을 맺었다.
BOE는 이를 토대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양분하고 있는 신제품 디스플레이도 납품을 노린다. 신제품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수요가 존재하는 리퍼비시도 계속 공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BOE의 최대 고객인 화웨이가 미국 제재 이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는 만큼, 새 고객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비록 교체 디스플레이이긴 하지만, 애플에 들어갔다는 것은 BOE로서는 상당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OLED를 장착한 아이폰의 전 세계 출하량은 올해보다 약 8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아이폰12 시리즈 출시 이후 전 제품이 OLED로 전환돼 아이폰12와 13 등 올해 OLED 아이폰 출하량이 1억8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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