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김치 전쟁' 누구의 소심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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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 유튜브 채널에서 올린 영상은 정부 부처에서 올린 것치고는 드물게 대박을 쳤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이 '김치 종주국' 시비를 건 이후인 최근에는 아예 영상 설명란에 '중국 음식' '중국 전통문화'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김치를 파오차이의 일종인 것처럼 영상을 찍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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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 유튜브 채널에서 올린 영상은 정부 부처에서 올린 것치고는 드물게 대박을 쳤다. 조회수 342만 회를 넘긴 그 영상은 심지어 실시간 인기 급상승 탭에까지 올랐다. 유튜버 ‘[햄지]Hamzy’의 김장 김치 먹방이다.
햄지의 김치 먹방은 농림축산식품부 채널에서만 대박을 터트린 것이 아니다. 본인의 채널에 올린 김치 먹방은 무려 2746만 조회수를 넘겼다.
그런 햄지가 먹방을 하다가 1월17일 김치 때문에 중국 협업사와의 계약을 해지당했다. 상황을 요약하자면, 햄지가 “중국 놈들이 쌈도 지네 전통문화라고 한다”라는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이 일이 중국 누리꾼들에게 알려지면서 중국 협업사는 “중국 대중에게 매우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 ‘햄지’의 모욕으로 본 회사는 오늘부터 햄지와의 모든 협력 관계를 공식적으로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비슷한 문제가 지난해에도 있었다. 이른바 ‘한푸 공정’ 논란이다. 캐릭터의 옷을 갈아입히는 것을 콘텐츠로 하는 중국 게임 〈샤이닝 니키〉가 지난해 11월에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기념으로 한복 의상을 출시했다. 그런데 일부 중국인들이 이 의상을 두고 한복은 중국의 의상이기 때문에 ‘한푸(漢服)’로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도 당연히 한국인들의 비판이 이어졌는데 게임사는 “우리 입장은 조국과 동일하며 일부 한국 계정이 중국을 모욕했다”라며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야말로 햄지의 협업사가 했던 짓과 판박이다.
‘김치 종주국’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중국의 채소 절임 식품인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 인가를 획득했는데, 중국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가 “중국의 김치 제조법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다”며 한국이 굴욕을 당했다고 오보한 게 ‘김치 공정’ 논란의 시작이다.
3년 만에 달라진 김치에 대한 지식
이 문제로 논란이 됐던 중국 유튜버 리쯔치 역시 이러한 중국공산당의 입장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2017년경까지만 해도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서 소개란에 “Kimch is the traditional food from Yanbian Korean(김치는 옌볜 한국인들의 전통음식이다)”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물론 이 역시 정확한 설명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이 ‘김치 종주국’ 시비를 건 이후인 최근에는 아예 영상 설명란에 ‘중국 음식’ ‘중국 전통문화’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김치를 파오차이의 일종인 것처럼 영상을 찍어 올렸다. 3년 만에 김치에 대한 지식이 달라진 건데, 과연 이게 중국공산당의 최근 행태와 무관할까?
논란이 불거진 뒤 한 중국인 아나운서는 “소국이 대국에 무례하게 굴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라며 한국을 비난했다.
글쎄다. 글로벌 패권국가를 꿈꾸는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문화 수출을 숙원사업으로 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요즘 문화 교류는 대개 뉴미디어를 통해 이뤄지지 않던가? 논란이 불거진 뒤 햄지는 유튜브 채널에 이런 말을 남겼다. “중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김치를 중국 음식이라고 해야 한다면 중국 활동을 하지 않겠다. 중국분들도 한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중국 음식을 한국 음식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이 당연한 말에 상처입는 ‘대국의 존엄성’을 중국은 스스로 뉴미디어를 통해 세계인들 앞에 전시하고 있는 셈이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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