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를 지켜라"..IT 업계, '넥슨 연봉인상' 나비효과에 긴장
연봉 인상·복지 강화 경쟁 촉발할까?
‘우수 개발자를 지켜라’.
시장점유율 1위 게임업체 넥슨이 1일 전 직원(자회사 포함)의 연봉을 일괄적으로 800만원씩 올리겠다고 밝힌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게임 업계에선 지난해 쿠팡이 그랬던 것처럼 우수 개발자 쟁탈전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넥슨발 나비 효과’로 우수 게임 개발자들의 대이동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우수 개발자 단속에 나서는 모습이다. 게임업체 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정보기술(IT) 업체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2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게임·아이티 업계는 넥슨이 전 직원의 연봉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인상한 사실 자체보다 전례없이 떠들썩하게 ‘홍보’하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성과를 나누고 직원 복지를 높이는 차원을 넘어,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얘기다. 한 대형 게임업체 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신입·경력사원 공채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것까지 감안하면, 우수 개발자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최고 실적 힘입어 인력 확보 경쟁 나서나
넥슨은 그동안 실적에선 줄곧 국내 게임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대외 이미지에선 그에 걸맞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회사 내부와 업계에선 “성과를 나누는데 인색하다”는 평가가 많았고, 심지어 이용자(소비자)들로부터는 ‘돈슨’(돈만 밝히는 넥슨)이란 놀림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개발자들이 ‘가고 싶은 게임업체’ 순위에서 늘 경쟁업체에 밀리는 분위기였다.
특히 김정주 창업자 겸 엔엑스씨(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지난 2016년 주식 뇌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회사 매각 추진에 나서면서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한 게임업체 임원은 “김정주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고 회사 매각 추진 사실을 밝혔을 때 직원들이 엄청 불안해했다. 개발자가 이탈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밝혔다. 다른 게임업체 개발자는 “개발자들이 이직을 생각할 때 넥슨은 고려 대상에 넣지 않았다. 게임업체의 핵심 경쟁력은 우수한 개발자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인데, 넥슨의 경우 우수 개발자는 떠나는데 데려오기는 쉽지 않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넥슨은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게임 개발·서비스는 넥슨의 한국 현지법인인 넥슨코리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넥슨 지주회사(엔엑스씨)는 제주도에 있다.
이 때문에 동종 업계에선 “넥슨이 지난해 기록적인 실적을 낸 것을 계기로 삼아 상황 타개에 나서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전망치를 보면, 넥슨은 지난해 국내 게임업체로는 최초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원과 1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넥슨도 1일 신입사원과 자회사 직원을 포함해 전 직원의 연봉 인상을 발표하면서 “우수 인재 확보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청년 우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데 이어, “2018년 이후 중단했던 신입·경력사원 공채를 상반기 중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넥슨 관계자는 “인력 수요 조사를 하고 있다. 개발직군을 중심으로 세자릿수(수백명)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게임업체 연봉 인상 바람 불 듯
넥슨은 사회공헌을 통한 회사 이미지 개선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과 운영 지원 등 사회 취약계층을 살피는 사회 상생형 공헌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더블유(Double You) 기부 캠페인’을 새로 시작한다. 이 업체는 “직원과 조직의 기부 금액과 동일한 금액만큼을 회사가 함께 사회에 기부하는 것”이라며 “임직원들의 자발적 기부 문화 확산 독려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지난해부터 넥슨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해왔다. 일회성 격려보다는 체계적인 연봉 인상을 통해 인재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우수 인재에 대한 전폭적 투자 전략을 바탕으로 ‘누구나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회사의 성과를 사회에 기여하고 환원하는 노력을 통해 ‘사회에서도 사랑받는 회사’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관심은 넥슨발 나비효과가 불러올 파장이다. 경쟁 게임업체와 아이티 회사들도 대응에 나서면서 직원 임금 인상 및 복지제도 강화 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내 게임업체 가운데 직원 연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대형 게임업체 관계자는 “게임 개발자들은 연봉보다 성과급을 중시한다”면서도 “뭔가 대응책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업체 임원은 “김정주 대표가 우수 개발자 확보 의지를 내보인만큼 후폭풍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코로나19가 호재가 돼 실적이 좋아진 대형 게임업체들을 중심으로 개발자 연봉 인상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쿠팡이 신입 개발자에 최고 연봉 6천만원을 제시하고, 5년차 이상 개발 경력자 공개 채용에 입사 보너스 5천만원을 제공하면서 관련 업체들이 예정에 없던 명절·연말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개발자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 바 있다.
김재섭 선임기자 박수지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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