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내보내고 집 팔아 소송당한 집주인.."보상해야하나요?"

정두리 2021. 2. 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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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서울 한 아파트에 전세 임대를 주고 있는 A씨는 세입자 B씨로부터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전세계약 기간을 2년 더 연장하겠다는 요구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현재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여서 전세기간을 연장해줬다가 집이 안팔리면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자신이 실거주하겠다”면서 세입자를 내보냈고, 한 달 후 집을 매도했다. 이후 기존 세입자 B씨는 허위 갱신거절로 소송을 걸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B씨는 “실거주하겠다는 말을 믿고 울며 겨자먹기로 집을 비워줬는데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집을 팔았더라”면서 “계약갱신 거절 사유가 허위이므로 손해배상 청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따다. 당황한 A씨는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문의를 했으나 정확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법적으로 문제없어” vs “피해보상 감수해야”

위 사례를 두고 최근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갑론을박이 오갔다. 자신도 이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서 대응방안을 알면 개인적으로 답을 해달라는 댓글도 넘쳐났다. 임대차법 시행 6개월을 맞았으나 임대차시장에서는 아직도 혼란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요 댓글에는 “기존 세입자 내보내고 다른 세입자 들였으면 소송 당할 수 있는데, 집을 살다가 매도한 경우에는 얼마동안 살았어야 하는 법이 없어서 소송감이 아닌걸로 알아요” “재임차도 아니고 내 재산 내가 처분한 건 법적으로 아무런 제재가 없습니다” 등 피해보상이 어렵다는 의견들이 우세했다.

일부 댓글에는 “이럴 경우 손해배상액이 3개월치 월세금으로 알고 있는데...” “실거주 안한 건 사실이니 (피해보상)감수해야 할 일 같아요” “솔직히 알고 하신거 아닌가요? 당연히 당해야하는 수고시네요” 등의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밖에도 “애초에 재산권 행사를 못하게 한 이 제도가 미친거죠. 사람을 속이게 만든 법이 잘못인듯요” 등 정부가 개정한 임대차법이 임대인·임차인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았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주임법 손해배상 규정 없어…“사실상 피해보상 힘들 듯”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매도를 하는 경우 세입자는 집주인을 상대로 피해보상이 가능할까. 국토부와 부동산 전문 변호사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피해보상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이 실거주한다고 한 뒤 실제로는 다른 세입자를 들이는 경우에는 기존 세입자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손해배상액은 계약 당시 임대인과 임차인이 정한 ‘손해배상 예정액’으로 정한 합의금이 된다. 약정한 금액이 없다면 △‘갱신 거절 당시 3개월 치 월세’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에게 올려받은 월세 차액의 2년 치’에 해당하는 금액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 손해배상액이 된다. 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위 사례처럼 실거주 목적의 매수인이 들어오는 경우는 위반 규정이 없다. 대신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가 발생했을 때 제기할 수 있는 손해배상을 제기해야 한다.

국토부 측은 “이런 경우 주임법에는 손해배상청구권이 규정돼 있지 않지만 민법상으로는 고의로 인한 허위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입증하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세입자가 허위갱신거절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임대차법으로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는 못하지만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가능할 수 있다”면서 “다만 임대인이 실거주하지 않고 팔 목적이 갱신거절시 있었다는 점을 임차인이 입증해야 불법행위 손해배상이 가능해서 사실상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이 집을 파는 행위가 고의나 과실로 인해 손해를 입힌 불법행위로 간주되는지 상황별로 입증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후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갱신 청구로 집을 제 값에 팔지 못하는 임대인들을 위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를 인정해주는 내용의 법안도 나왔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20일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에서는 1가구가 1주택을 양도하기 전에 다른 주택을 대체취득하거나 상속, 동거봉양, 혼인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2주택을 보유하는 경우 이에 대한 양도세를 비과세하고 있다. 여기에 새 임대차법 영향으로 집을 팔지 못한 1가구 2주택자도 혜택을 주자는 것이 골자다. 배 의원은 “현행법상 일시적 2주택자가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갱신 요구 등 부득이한 사유로 주택을 양도하지 못하는 경우 그 계약기간을 주택의 보유기간에 합산하지 않도록 해, 제도상 미비점을 보완하려 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두리 (duri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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