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신세계 'SK와이번스 인수'로 본 프로스포츠 구단
삼미→ 청보→ 태평양→ 현대→ SK… 신세계, 인천야구 6번째 주인
1년 운영비 400억~500억… 광고비 등 모기업 지원에 절대적 의존
신세계 인수가 1352억…‘유통업+스포츠’ 시너지 노려
성적 부진·모기업 경영난 등 이유로 ‘매각·부침’ 되풀이
삼성·현대차, 4개 종목 구단… SK는 축구·농구·e스포츠
알리바바 부회장, 2.6조에 NBA 팀 품어… 전세계 최고가
새해 들어 깜작 뉴스가 발표됐다.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그룹이 SK그룹이 운영하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전격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소식에 SK와이번스 선수단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 전해졌다. 프로스포츠 구단과 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마케팅 등 기업의 자발적인 요인과 사회·경제적 상황, 기업주의 의지 등에 따라 프로구단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매매되기도 한다.
특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로 자리매김한 국내 프로야구 역사는 수많은 기업의 부침(浮沈)과 궤를 같이해왔다. SK와이번스 구단 매각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1. 신세계그룹의 SK와이번스 인수 배경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하기로 한 배경에는 최근 급변하는 유통산업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예전부터 유통산업의 변화를 예견해 왔다. 그는 지난 2016년 3월 경기 하남시에 짓고 있던 스타필드 하남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유통업 경쟁상대가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아니라 야구장이나 테마파크 등 놀이문화가 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유통업이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정 부회장의 평소 지론이 그대로 관철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도 온·오프라인 통합과 온라인 시장 확장을 위해 몇 년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관중의 핵심을 이루는 20∼30대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여성 관중이 모두 유통업의 핵심 고객군과 겹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야구장에 단순히 계열사 매장을 입점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관중들의 생활에 침투할 수 있는 유통 마케팅을 적극 펼쳐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 SK그룹의 SK와이번스 매각 배경
SK텔레콤은 SK와이번스를 매각하면서 “아마추어 스포츠 저변 확대와 한국 스포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대한민국 스포츠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했을 뿐, 매각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프로야구단 매각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 지원 등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시하는 ‘사회적 가치’에 더 부합하는 스포츠 지원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의 일환으로 이번 매각을 진행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중간지주사 전환 후에도 야구단 사업을 계속하게 되면 자회사 중 한 곳은 야구단을 맡아야 하는데, 어떤 자회사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을 선뜻 맡으려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SK와이번스는 2019년 영업적자 6억 원을 기록했다. 은행 차입금도 2018년 9억5000만 원에서 2019년 35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무관중 경기로 적자 폭이 전년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3. 매각 조건은
신세계그룹 계열사 이마트는 SK텔레콤이 보유한 SK와이번스 지분의 100%를 1352억8000만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가격 중 주식이 1000억 원, 야구연습장 등 토지와 건물이 352억8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인수 조건은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과 프런트를 모두 고용 승계하는 것으로, 야구단 연고지는 인천을 유지하기로 했다. 본 계약은 오는 23일 체결할 예정이다. 이마트와 SK텔레콤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인천시 등과의 협의를 통해 최대한 빠르게 구단 출범과 관련된 실무 협의를 마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인수는 두산 야구단의 2000억 원 매각 풍문에 비하면 낮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정 환경이 악화한 것이 그 이유로 분석됐다.
4. 국내 대기업의 프로구단 보유 현황
국내 주요 그룹들은 야구·축구·농구·배구 등 이른바 ‘4대 프로스포츠’를 중심으로 복수의 구단을 운영하며 다양한 스포츠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 라이온즈(야구)를 비롯해 수원 삼성 블루윙즈(축구), 서울 삼성 썬더스(농구), 삼성화재 블루팡스(배구)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현대자동차그룹도 전북 현대모터스(축구), 기아 타이거즈(야구),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농구),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배구) 등 4대 종목 모두에서 프로 구단을 보유 중이다. SK그룹은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매각하지만, 여전히 제주 유나이티드FC(축구), 서울 SK나이츠(농구), SK텔레콤 T1(e스포츠)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LG그룹은 LG트윈스(야구)와 창원 LG세이커스(농구)를, 포스코는 포항 스틸러스(축구)와 전남 드래곤즈(축구)를, 한화 그룹은 한화 이글스(야구) 등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5. SK와이번스는 어떤 구단
지난 2000년 쌍방울을 인수, KBO리그에 뛰어든 SK는 ‘신흥 명문 구단’으로 명성을 떨쳤다. 특히, 정규시즌 1위 3차례(2007·2008·2010년)와 한국시리즈 우승 4차례(2007·2008·2010·2018년) 등을 달성했고, 총 8차례(2003·2007∼2012·2018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절대 왕조’라는 칭호를 얻었으며, 지난해까지 21시즌 동안 총 2821경기를 치러 1437승 1328패 56무(승률 0.5197)를 남겼다.
SK는 2009년 8월 25일 인천 두산전부터 2010년 3월 30일 잠실 LG전까지 22연승을 달렸다. 이는 KBO리그 팀 최다 연승 기록이다. 또 ‘홈런’을 팀컬러로 앞세운 SK는 2016년 6월 14일 대구 삼성전부터 7월 9일 인천 KT전까지 21경기 연속 홈런을 날려 역대 프로야구팀 연속 경기 홈런 신기록을 달성,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6. SK와이번스 선수단 분위기는
스프링캠프 시작을 앞두고 개인 훈련으로 몸을 만들던 SK 선수들은 신세계 그룹의 구단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곧바로 신세계 그룹과 SK그룹의 인수 양해각서(MOU) 체결이 공식 발표됐고, 인수자인 이마트가 ‘선수 및 프런트 등 100% 고용 승계’를 약속하면서 선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장인 이재원 선수는 “SNS 등으로 동료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더 똘똘 뭉칠 것이고, 흔들림 없이 새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원형 감독도 “이미 캠프 명단을 발표했고, 훈련 스케줄 등도 다 나왔다. 이제는 가서 훈련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7. 삼미슈퍼스타즈서 SK와이번스까지
KBO리그 출범 첫해인 1982년 인천 연고 팀은 삼미였다. 삼미는 1983년 3위(52승 1무 47패)로 깜짝 돌풍을 일으켰지만 1982년과 1984년 최하위에 머물렀다. 성적 부진에 모기업의 경영난까지 겹친 삼미는 1985년 5월 70억 원을 받고 청보식품에 구단을 매각했다. 청보는 1985년 6월 후반기 리그부터 참가했지만, 그해 최하위에 머물렀고, 이후에도 최하위권을 전전했다. 청보는 모기업인 풍한방직이 도산하면서 1987년 10월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에 구단을 팔았다.
50억 원에 청보를 사들인 태평양은 첫 시즌인 1988년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1989년 정규리그 3위로 인천 야구팀 최초로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태평양은 199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달성하지만 1995년 5월 현대그룹에 470억 원에 인수된다. 현대는 1998년 인천 야구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서울 입성을 노린 현대는 2000년 서울로 연고를 옮기는 조건으로 돌연 인천을 떠나 수원으로 향했다. SK는 이때 전주 연고의 쌍방울을 인수해 SK를 창단했고, 연고 도시를 인천으로 택했다. SK는 인천 야구의 중흥을 이끌었지만, 올 1월 야구단을 신세계 그룹에 넘기게 됐다.
8. 프로야구단은 어떻게 운영되나
프로야구단의 1년 운영비는 400억∼500억 원에 이른다. 구단 운영비는 선수들의 연봉과 인센티브 등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100여 명의 선수단이 1년 동안 먹고 자고 이동하고 훈련하는 데 드는 ‘선수단 운영비용’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2019년 SK의 선수단 운영비용은 약 35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운영비를 최대 500억 원으로 잡았을 때 무려 70%가 선수단 운영에 들어간 셈이다. 프로야구단은 광고비와 입장 수입 등으로 운영비를 충당한다. 하지만 광고비 대부분은 모기업에서 지원을 받는다. SK는 2019년 광고수입으로 335억 원을 올렸는데, 이 중 SK텔레콤 등 SK그룹 계열사를 통한 영업수익이 235억 원이었다. 결국,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구단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국내 프로야구단의 현실이다.
9. 세계 주요 스포츠구단 매각 사례
현재까지의 전 세계 스포츠 구단 매매 중 가장 큰 규모의 인수 금액은 차이충신(蔡崇信) 알리바바그룹 부회장이 미국프로농구(NBA) 브루클린 네츠를 인수하며 지급한 23억5000만 달러(약 2조6254억 원)다. 다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지난 2005년 미국 글레이저 가문의 수장 맬컴 글레이저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4억70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이나, 1973년 ‘보스’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를 1000만 달러에 매입한 것이 더 큰 거래로 꼽힌다. 스포츠 정보를 다루는 미국의 웹사이트 블리처 리포트(Bleacher Report)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이들 거래는 각각 28억 달러, 25억 달러에 달한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아버지 조지 H W 부시가 대통령으로 있던 1989년 60만6000달러를 들여 텍사스 레인저스를 매입했다가 5년 뒤 매입가의 254배인 1400만9000달러를 받고 판 것으로 유명하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소유했던 이탈리아 유명 프로축구단인 AC밀란이 지난 2016년 중국계 컨소시엄에 2억2000만 유로에 팔린 것도 유명 매매사례로 꼽힌다.
10. 세계 최고 부자 구단&구단주는
NBA LA 클리퍼스의 구단주인 스티븐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를 소유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부총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등이 부자 구단주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세계 제일의 부자 구단주는 인도의 크리켓팀 뭄바이 인디언스를 소유한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이다. 그는 2020년 말 기준, 총 778억 달러(92조 원)를 보유해 세계 부자 순위 13위에 올라 있다. 발머 전 회장이 725억 달러로 부자 구단주 2위에 올라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평가하는 세계 스포츠 클럽들의 자산가치에서, 미국프로풋볼(NFL)의 댈러스 카우보이스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댈러스의 가치는 약 5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그 뒤를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50억 달러)와 NBA 뉴욕 닉스(46억 달러)가 잇고 있다.
임대환·박준우·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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