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가 적폐? 디테일 무시한 정책 때문에 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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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40)은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택임대사업자이자 가장이었다.
지난해 4월부터 정부 정책에 반발해 온라인 카페에 모여든 주택임대사업자는 올해 1월 기준 1만7000여 명에 달한다.
주택임대사업자는 2017년 말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 주택 공급의 핵심 역할을 맡을 플레이어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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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오종탁 기자)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40)은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택임대사업자이자 가장이었다. 그러다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자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지난해 3월 이후 활동가로 변신했다. 주택임대사업자들이 아파트 가격 폭등의 원흉으로 지목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3년여 전 각종 당근책을 제시하며 등록임대 활성화에 나섰던 정부는 2020년 들어 정책 기조를 180도 바꿨다. 이후 관리 강화를 넘어 세제 혜택 축소, 임대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임대차 3법 시행 등으로 주택임대사업자들을 옥죄었다.
압박이 거세질수록 주택임대사업자들의 불만도 고조됐다. 지난해 4월부터 정부 정책에 반발해 온라인 카페에 모여든 주택임대사업자는 올해 1월 기준 1만7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온라인 소통과 더불어 헌법소원, 오프라인 집회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일엔 대한주택임대인협회를 발족했다. 정부·국회 등 제도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활동을 진두지휘해 온 성창엽 회장은 "1년 전엔 이렇게 투쟁하게 될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내 문제 때문에 답을 찾으려 했으나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았다.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끼리 모여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협회가 정부에 대해 가장 문제시하는 부분도 결국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자도 엄연한 시장 주체인데, 철저히 배제된 채 적폐 취급을 받아왔다고 성 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공론장을 열어두고 디테일한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면 진작 해결됐을 문제들이 불필요하게 악화됐다"면서 "빤히 보이는 실태조차 외면하고 주택임대사업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제하며 의도를 관철하려 하는 태도 자체가 너무나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값 하락이란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모두에게 외면받는 부동산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성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주택임대사업자가 전세계약을 갱신하면서 이전 임대료의 5% 이상 올릴 수 있게 한 법원 조정이 나왔다. 정부의 '5%룰'을 부정하고 임대사업자들 손을 들어준 셈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이 논란의 출발점은 정부 정책 실패에 따른 전월세 가격 급등이다. (정부 방침대로) 5%룰을 '최초 임대료'(주택임대사업자 등록 후 처음 계약을 맺을 때 정하는 임대료)에 적용하면 임대사업자 입장에선 현 시장과 엄청난 괴리가 생겨버린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새로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하면서 기존 임대차계약에도 적용한 바 있다.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건 둘째 치고 전월세 가격을 더욱 올리는 풍선효과를 불러왔다. 남은 건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뿐이다."
정부가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 (전월세 가격 안정이란) 의도가 어찌 됐건 결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임대인도 임차인도 각각 피해를 보는 중이다. 관 주도로 5%룰을 밀어붙여 버리니 시장에선 신축적인 거래나 자정 작용이 일어날 여지조차 사라졌다. 임대료의 경우 상한선은 5%인데, 하한선은 없다. 무한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집주인이 유사시 임대료를 20% 낮춰준다면 차후 계약 갱신 때 낮아진 금액에서 5%밖에 못 올린다. 반대로 특이사항이 없는데도 5%란 수치가 임대인들에게 심리적 기준을 세워 임대료 인상을 부추길 여지도 존재한다. 시장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정책을 폈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 악화일로를 걷는 듯해 안타깝다. 정부는 그저 '임대인이 무조건 희생하라'는 주의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면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강제로 정책을 밀어붙여 의도한 바를 이뤄낼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 위험해 보인다."
주택임대사업자는 2017년 말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 주택 공급의 핵심 역할을 맡을 플레이어로 주목받았다. 지금은 정반대로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24차례에 걸친 정책 실패의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 같다. 링 위에다 올려놓고 (지지층에게) '같이 때려 달라'고 하는 느낌이다. 부동산 문제에 민생이 아닌 정치공학적 관점으로 다가서고 있으니 계속 부작용을 양산할 공산이 크다. 심지어 우리와 대척점에 서 있는 무주택자 단체도 정부·여당에 완전히 돌아선 상태더라. 다주택자를 포함한 유주택자는 물론이고 무주택자도 아니라면 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펼쳤기에 이 지경까지 왔을까."
주택임대사업자들이 아파트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한 측면도 있지 않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국의 민간 임대사업자는 53만 명 정도였고, 이들이 등록한 임대주택은 160만여 가구였다. 여기서 75% 이상은 비(非)아파트로 집계됐다. 임대사업자 보유 물량과 아파트 값 광풍의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다. 더 들어가보면 수십에서 수백 건의 임대주택 물량을 소유한 임대사업자 중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이나 원룸으로 임대사업을 하거나, 지방 건설사를 운영하다가 미분양으로 공실 물량을 떠안은 경우도 많다. 이런 부분과 관련해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부동산 대란의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당연히 신규 공급이다.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곳에 물건을 공급해 줘야 하지만 정부는 그런 수요를 무시해 왔다. 주택임대사업자들 물건이 나오면 해결된다는 정부의 발상도 현실과 맞지 않다. 사람들이 원하는 공급은 임대사업자들이 보유한 소형, 구옥 위주의 임대주택이 아닌 신축 아파트 아닌가."
헌법소원을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각각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건에는 2100여 명, 주택임대차보호법 건에는 100여 명의 청구인이 참여했다."
정부에 바라는 점과 향후 활동 계획은.
"신뢰를 깨뜨린 건 우리가 아닌 정부다. 이제부터라도 정책을 시행할 때 임대인과 임차인 등 현장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면 좋겠다. 정부 쪽에 우리가 먼저 만남을 요청할 계획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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