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노출 방송하자" 여성 거부하자 살해한 BJ에 35년형

“내가 그동안 빚내서 먹여주고 재웠는데…죽일 생각은 없는데 말 들어라.”

지난해 6월 29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인터넷 방송 BJ 오모(41)씨가 흉기를 들고 여성 A(24)씨에게 협박하며 한 말이다. 해외선물투자 방송하던 오씨는 사건 발생 석 달 전 자신의 업무 보조를 위해 A씨를 고용했다. 얼마 후 오씨는 A씨에게 “주식 관련 지식을 알려줄 테니 함께 방송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야한 옷을 입고하라고 강요했다.

당시 오씨는 하는 일마다 실패해 1억원의 빚과 매달 생활비 1400만~1500만원이 필요하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A씨를 고용하고 이른바 ‘벗방’(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려던 생각이었다. 오씨는 A씨의 환심을 사고자 여러 명목으로 용돈을 챙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A씨가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오씨는 농락당한 기분이 들었고 A씨에게 매우 약이 올랐다. 이에 살해할 계획을 세운 뒤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오씨는 과거 특수강간과 특수강도 혐의 등으로 징역을 두 차례 살다 나온 전과자이기도 했다. 2016년 출소해 여러 사업에 손대다 인터넷 방송에 뛰어들었다.

일러스트=정다운

그는 A씨를 사무실로 부르기 직전 우선 인터넷으로 흉기, 밧줄 등을 주문했다. 이후 철물점에서 케이블 타이를 샀다. 그리고 범행당일 A씨를 “출장을 가야 하니 사무실로 와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곧바로 흉기로 A씨를 협박하고 줄로 몸을 억압하는 등 본색을 드러냈다. 오씨는 “내가 그동안 너에게 먹여주고 들인 돈 전부를 토해내라”고 협박해 A씨 어머니를 통해 1000만원을 뜯어냈다. A씨를 9시간 정도 밧줄을 묶고 나서 졸피뎀을 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A씨가 계속 반항하자 결국 살인을 저질렀다. 오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으나 실패 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경찰에 “사람을 죽였다”고 자수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 풀어주었을 때 멈추었어야 했는데…”라며 “이제는 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풀어주면 경찰신고를 할 것 같았다”며 살인 동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천만원 가지고 교도소에 간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피해자를 죽이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했다.

오씨는 재판 과정에서 감형을 위해 “범행 당시 우울 장애, 공황장애 등이 있어 약을 복용, 부작용으로 심신미약 상태였고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변명까지 했다. 범행 전 지속적으로 신경 정신 관련 치료약물을 복용했으며 술을 마신 상태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감생활로 인해 어린 딸을 보지 못해 힘들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수했으나 어떠한 사정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두 차례 강력범죄 전력이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역시 어머니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딸”이라며 “피해자 어머니는 귀중한 딸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다주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오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17∼22년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이 매우 잔혹하고 죄질이 좋지 않다”며 권고형의 상한을 벗어나 형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