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들 잇단 '반값 아파트' 공약, 실현 가능성은

2021. 2. 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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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임대부 등 활용 땐 충분히 가능".."마치 대선 주자들 같다"
국철·고속도로 지하화, 철길 위 아파트 공급도 잇달아 내놔

[홍영식의 정치판]



여야 서울시장 보궐 선거 경선 후보자들이 확정되면서 경쟁도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후보마다 중점 공약으로 삼고 대책을 잇달아 내놓는 분야가 부동산이다. 집값 폭등에 따른 시민 주거 안정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임기 1년 2개월 동안 뼈대라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공약들이 적지 않다. 또 서울시장으로서 할 수 없는 대책들이 많아 “마치 대선 주자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자마다 각론에서 차이는 있지만 골격은 반값 아파트, 철도·도로 위 주택 건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이다. 특히 반값 아파트 공약 경쟁이 눈에 띈다. 1992년 대선 당시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가 내세워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06년엔 서울시장에 출마한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 무소속 의원)은 반값 관련 법안까지 제출했다.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 반값 아파트를 가장 먼저 꺼낸 사람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국경제·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활용해 건설사들이 폭리를 취하지 않게 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빌려준 뒤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자유롭게 매매가 가능한 토지임대부 제도를 활용하면 반값 아파트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 근처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 땅을 수용할 때 평당 300만~400만원이면 된다. 건축 원가가 평당 600만~700만원이라고 해도 모두 합해 3.3㎡당 1000만원이면 충분하다. 99㎡(30평)짜리 아파트를 짓는데 3억원이면 된다. 건설사들이 폭리를 못 가져가게 하면 된다. 정부가 택지를 조성해 건설사에 팔고 건설사는 싼값에 땅을 사들여 폭리를 취한다. 투자금의 3~5배까지 벌 수 있다. LH와 SH를 활용해 이런 폭리를 취하지 않게 하면 된다. 300원을 투자해 1000원을 버는 구조에서 500원 정도 벌게 하면 건설사들도 망하지 않는다. 물론 3기 신도시 전부를 이렇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 3분의 1 정도는 이렇게 하고 3분의 1은 토지임대부, 나머지는 장기 전세 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은 LH가 10여 년 전 강남(세곡동 브리즈힐)에 실험적으로 실시해 검증됐다. 당시 건축 원가 정도인 평당 550만원에 분양했다. 지금 75㎡(25평), 99㎡(30평)형이 8억~10억원 정도 된다. 지나치게 높은 느낌은 들지만 주거 기능으로서도, 자산 가치로도 매우 성공적이다. 장기 전세 주택은 무주택 서민들이 싸게 들어갈 수 있다. 3기 신도시에 3분의 1 정도 공급하면 주변 전셋값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SH·LH 활용 및 토지임대부 도입 땐 반값 가능”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반값 아파트 공약을 내놓았다. 5년 내 공공 분양 주택 30만 호를 건설해 반값으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토지 임대부, 공공 분양 방식, 시유지·국유지 활용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서울시 소유의 토지를 개발할 때 민간에게 맡기면 수익률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공공 주도의 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도로를 지하화해 생기는 땅들을 이용하자는 구상도 내놓았다. 박 전 장관은 여당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강남 지역 재건축·재개발 필요성을 언급해 주목 받고 있다. 한국의 아파트는 대부분 1980년대에 지어졌기 때문에 그 아파트가 더 이상 지속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박 전 장관의 주장이다.

 그는 “1인 가구가 서울시 전체의 30%가 넘고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아파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탐욕의 도시’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초과 수익 90% 환수, 기부채납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하화와 지상화 두 방안을 동시에 내놓았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철길을 씌워 인공 대지를 만들어 공공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전철 1·2·4호선과 경의선·경춘선·중앙선을 지하화하고 그 위에 공공 주택을 짓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역세권 고밀도 개발을 통한 공공 주택 공급 방안도 내놓았다.

 이런 방식을 통해 공공 주택 16만 호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우 의원의 구상이다. 주변 시세의 70~80%인 공공 주택 가격을 ‘조성 원가+적정 수준의 알파’ 정도로 공급하면 반값 아파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청년 10년 공공 임대와 신혼부부 20년 공공 전세, 무주택 서민 30년 공공 자가 주택 등 공약도 내놓았다. 다만 우 의원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집값을 잡자는 야당 후보들의 주장에 대해선 ‘허구’라며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오 전 시장은 분양가 상한제, 분양 원가 공개, 후분양제 등도 토지임대부 분양과 병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간 주도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도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땐 1만5000가구 공급 가능”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기본 틀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다. 심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해 신속하게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무분별한 공시 가격 인상 저지, 용도 지역 전면 재검토 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나 전 원내대표 측은 구체적인 주택 공급 확대와 서민 주거 안정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방침이다.

 국민의힘 후보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일찌감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통한 주택 공급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한남나들목~양재나들목 경부고속도로 구간에서 시작해 한남대교 남단과 은평뉴타운(통일로나들목)에 이르는 21km 간선 도로를 지하 고속도로로 만들자는 방안을 내놨다. 한양대역~잠실역 2호선 지상 구간과 동부간선도로 등도 지하화 사업이 가능하고 역세권 개발과 주변 완충 녹지를 활용하면 세금을 한 푼 들이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조 구청장의 주장이다.

 조 구청장은 “고속도로 양쪽 완충 녹지 29만7521㎡(9만 평) 가운데 23만1405㎡(7만 평)를 활용하면 약 1만 가구의 청년 내집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반포·서초·양재나들목에 11만9008㎡(3만6000평) 도로 부지를 상업 지역으로 변경한 뒤 민간에 매각한 부지를 용적률 1000%의 상업 용도로 개발하고 이 가운데 주거 비율을 50%로 하면 민간 분양 주택 5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미니 뉴타운 개발을 통한 5년간 35만 호, 서남권 구로·금천 일대 고급 주택 20만 호, 청년 내집주택 10만 호, ‘스피드 재건축’을 통한 5년간 20만 호 공급 등을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하화 공약을 들고나왔다. 국철과 지하철을 지하화해 그 위에 ‘청년 메트로 하우징’으로 이름 붙인 청년임대주택를 짓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2018년 지방 선거 당시 서울을 지나가는 6개 국철 지상구간 57km를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안 대표는 △청년임대주택 10만 호 공급 △30·40, 50·60세대를 위한 40만 호 공급 △민간 개발과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을 통한 재건축·재개발로 20만 호 공급 등을 공약했다. 1주택자의 취득세와 재산세율을 낮추고 일정 기간 이상의 무주택자에게는 규제 지역에도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제한을 완화해 주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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