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기습적 미니 락다운 조치, 봉쇄 효과는?

정영태(순회특파원) 기자 2021. 2.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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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열흘 사이 홍콩 정부는 특정 지역에 대한 한시 봉쇄조치, 이른바 '미니 락다운' 조치를 잇따라 내놨습니다. 이 취재파일을 쓰고 있는 2월 1일 저녁에도 침사추이와 윤롱 지역의 건물 두 곳에 대해 미니 락다운 조치를 했다는 속보가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 6곳에 이르는데 코로나19 발병 이후 홍콩에서는 한 번도 시행된 적인 없던 조치라, 현지인들도 상당히 놀란 모습입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최근 확진자가 급증해 모든 주민 의무 검사가 필요하다고 보는 구역을 정부가 기습적으로 지정합니다. 검사 대상 주민의 규모에 따라 길게는 48시간에서 짧게는 6-7시간 동안 주민 진출입을 제한합니다. 발표와 동시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소를 긴급 설치하는데, 해당 지역 주민들은 검사를 받은 뒤 음성 판정이 나와야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즉 특정 지역 주민 전체에 대한 코로나 검사를 위해, 검사가 완료될 때까지 이들의 이동을 전면 제한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00구 00아파트 단지, 1동에서 10동까지를 오늘 저녁 7시부터 긴급 봉쇄한 뒤 내일 새벽 2시까지 모든 주민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알립니다. 내일 아침 7시까지 모든 검사 결과가 나온다면,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만 이 지역에서 나갈 수 있게 됩니다. 검사를 거부하면 벌금을 부과하고, 락다운 당시 집에 없더라도 추후에 꼭 검사를 받도록 확인하게 됩니다.
이런 조치에 대해 홍콩 정부는 '락다운'은 아니라면서 '제한지역 의무 검사 조치' 정도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지만, 현지 언론은 락다운이라는 명칭을 더 많이 쓰고 있습니다. 중국 본토나 다른 나라에서 이뤄지는 락다운 조치와 비교하자면 해당 지역의 범위가 좁고, 그 시간도 비교적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갑자기 특정 지역을 봉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충격과 불편함은 상당합니다. 그래서 '기습적 미니 락다운' 정도로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홍콩은 지난 1월 23일 조던 지역을 시작으로, 야우마테이, 노스포인트, 람틴, 침사추이 순으로 잇따라 락다운 조치를 취했습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는 주민들이 심하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이런 조치가 과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첫 번째 락다운 대상이 된 조던 지역의 범위가 가장 컸는데, 150개가 넘는 건물에서 주민 7천 여명이 48시간 안에 검사를 받았습니다. 공무원 등 동원된 인력은 3천 명에 달했습니다. 빈곤층과 이민자, 고령층이 주로 거주하는 이 지역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다시 한번 주목받았는데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9개 가구 13명에 그쳤습니다. 이 정도 결과라면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좀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크게 의문이 일지는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홍콩 정부가 자신감을 얻었는지 2차, 3차 미니 락다운 조치도 연이어 단행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야우마테이에서는 300건의 검사 중에 확진자가 단 한 명이었습니다. 노스포인트 지역에서는 475가구를 조사했는데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가장 최근인 람틴의 아파트단지 두 곳에서도 460여 명을 검사했지만 확진자는 한 명도 안 나왔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확진 사례가 많이 나오지 않은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고 '그래서 안심된다'는 주민들 반응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주민 불편을 초래하는 것에 비해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규모 검사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확진 사례를 찾아낸다는 락다운 방식의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검사 대상에서 빠지는 주민도 상당수 나왔습니다. 조던에서는 470가구, 노스포인트에서는 190가구나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사 인력이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나와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부는 기습적으로 발표한다고 했지만, 첫 번째 대상이었던 조던 지역을 포함해 이미 사전에 소문이 나버려서 해당 지역을 미리 빠져나간 사람도 상당수라는 보도도 나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방식의 조치가 필요할 수는 있지만 너무 늦었다. 1월 중순에 이미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서 어떻게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안내도 제대로 안되고 있고, 정작 검사 결과도 알려주지 않아서 뉴스를 보고 알았다'라는 식의 주민 불만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전혀 물러설 기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더 강력한 조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한 건물에서 경로가 불명확한 확진 사례가 1건만 나와도 해당 건물에 사는 모든 주민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업장의 경우에는 확진 사례가 2건 이상 나오면 모든 직원이 의무 검사 대상이 됩니다. 더구나 기습적인 미니 락다운 조치는 앞으로 더 자주 이뤄질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확진자 동선과 연결 고리를 추적해 검사를 하는 기존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고, 원인 불명 확진 사례가 늘자 '대규모 검사'를 통한 방역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미 2인 초과 모임을 금지하고, 저녁 6시 이후엔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할 수 없는 거리두기 조치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걸로도 해결이 안 되니 미니 락다운 조치까지 나온 겁니다. 물론 이런 방역조치의 초점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음력 설, 중국 춘절에 맞춰져 있습니다.

정영태(순회특파원) 기자jyt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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