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민주주의' 외쳤지만..미얀마 쿠데타에 난감한 바이든

바이든, 군부에 제재 경고..미얀마·중국 밀착 가능성 우려도

(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 =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민주주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험대에 올랐다.

인권을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이니만큼 당장 미얀마 쿠데타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지만, 본격적으로 제재하자니 중국에 대한 미얀마의 의존도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난감한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성명서에서 미얀마 쿠데타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제재를 예고했다.

특히 군사 정권이 채택한 공식 국호인 미얀마 대신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 세력이 선호하는 '버마'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군부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이 미국의 민주적 가치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지난달 지지자들의 의회 습격 사건 등으로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위상이 떨어진 가운데 나온 성명임을 주목했다.

당장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친 바이든 행정부지만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자칫 엄격한 제재를 가할 시 미얀마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고 미얀마를 중국에 가깝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을 지낸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중시 정책의 하나로 아웅산 수치의 문민정부 수립을 뒤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실제로 수치의 집권 이후 미얀마 정부는 일방적인 친중 노선을 포기했고, 미국도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이에 더해 민주주의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는 국가 정상들 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언급해온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미얀마의 군부 독재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곤란할 수밖에 없다.

당장 중국도 미온적 입장을 내며 쿠데타 규탄을 외친 미국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미얀마에서 발생한 일에 주목하고 상황을 더 이해하는 과정에 있다"며 "중국은 미얀마의 우호적인 이웃 국가"라고 강조했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벤 블란드 연구원은 WSJ에 "바이든 행정부가 아시아에서 큰 외교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며 "사람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영향력에 대항하는 것과 가치 기반의 외교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 주목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미얀마 군부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이 되는 밥 메넨데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성명서에서 군이 억류된 지도자들을 풀어주지 않을 경우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엄격한 경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버마 군부에 즉각 민간 지도자를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하며 우리의 파트너와 전 세계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민주주의에 대한 독재적인 공격을 규탄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serendipit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