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김종인 겨냥 "구시대 유물 같은 정치".. 국민의힘 "집단적 조현병 의심"
문재인(사진) 대통령은 야권이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을 제기하며 연일 맹공을 퍼붓자 “구시대 유물 같은 정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충격적 이적행위’라는 표현으로 날을 세웠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원전’, ‘북한’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한 북한 원전 추진 의혹 공세를 가리켰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달 29일 김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라고 주장하며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이라고 표현해 청와대와 정부, 여당을 강하게 때렸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민생이 어려워질 대로 어려워진 상황 속 정부와 국회,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생문제 해결을 두고 더 나은 정책으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감사원 감사 관련, 컴퓨터에서 삭제한 문건 중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등 문건이 포함된 점에 주목하며 ‘정부가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건설을 추진해 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USB를 건넸고, 이 USB에 원전 관련 내용이 담겨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靑 “색깔론… 선 넘은 정치공세” 통일부 “원전의 ‘원’자도 없었다”
국민의힘을 필두로 한 야권의 공세에 청와대와 여당은 강하게 맞받았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문 대통령의 발언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 원전건설 추진 의혹을 ‘색깔론’으로 규정짓고, “국민을 정말 혹세무민하는 터무니 없는 선동”이라며 “선 넘은 정치 공세”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도 김 위원장의 ‘이적행위’ 발언이 있었던 29일 “터무니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여권은 문 대통령이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전달한 USB는 남북 경제 협력 구상을 담은 ‘한반도 신경제구상’ 내용으로, 전력발전과 관련해선 원전이 아닌 화력 발전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일부는 1일 서면 브리핑에서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 외 2018년 이전 북한 원전건설을 추진한 사례는 없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북한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한 사례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어떤 경우에도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그런 논의를 한 적 없다.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관련된 40여쪽에 달하는 내용 중에는 원전의 ‘원’자도 없었다”면서 “원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선거 때문에 저러나’라고 생각된다. (야권은) 선거 때마다 북풍, 좌파, 좌익이라는 공세를 강화해왔다. 정략적으로 이뤄지는 측면이 다분하다”고 일갈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삭제 문건) 파일명을 보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서가 꽤 있다”면서 “신경제구상이 담긴 USB를 전달한 곳은 도보 다리가 아니라 판문점 평화의 집 1층이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어디선가 많이 들은 레퍼토리… 있는 그대로 밝혀라”
문 대통령의 이례적 일침에 국민의힘은 “어디선가 많이 들은 레퍼토리”라고 다시 맞받아쳤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는 구시대의 잔재를 극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면서 “있는 그대로 남한 원전 파괴, 북한 원전건설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불법 탈원전 정책을 몰아붙이는 한편에서 핵무기를 손에 든 김정은에게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는 것은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는 이적행위”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초선 의원 31명은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여당은 공작 취급, 담당 공무원은 ‘신내림’이라 하며, 대통령 참모는 전 정권에서 검토된 일이라고 전가하고, 청와대는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겁박한다”면서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게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문 대통령의) 나머지 1년 임기를 무사히 끝내는 유일한 길은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뿐”이라며 “우리의 의혹이 무책임한 발언이라면 우리를 고발하라”고 덧붙였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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