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올해는 떠날 수 있을까?

곽서희 기자 2021. 2. 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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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탄다. 참을 만큼 참았다는 증거다.
2021년, 세계 각국의 여행 재개 가능성을 전망해 봤다.
가까운 미래에 부디 여행의 갈증이 시원하게 씻기길 바라며.

●ASIA 아시아

#희망을예약합니다
#트래블버블
_우리나라도?
#태국특별관광비자

거품 안에서 우리끼리

홀린 듯이 클릭했다. 예약금 2,021원, 파타야 5성급 호텔, 3박에 3만원. 코로나19로 여행이 취소될 시 예약금을 전액 환불해 드립니다. 딱 5초간 고민하다 7월 모일을 선택하고 결제 버튼을 눌러 버렸다. 마음은 이미 파타야 비치에 누워 피냐 콜라다에 무지개색 빨대를 꽂고 달콤함을 빨고 있다. 밑져야 2,021원. (떠날 수 있을진 미지수지만) 그렇게 희망을 예약했다. 지난해 12월 하나투어에서 선보인 ‘미리 준비하는 해외여행’ 상품 얘기다.

참좋은여행을 시작으로 최근 하나투어, 모두투어, 보물섬투어 등 여행사들은 여행상품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여행지를 살펴보니 타이완, 싱가포르, 홍콩 등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적은 아시아 국가들이 눈에 띈다. 방역 우수국가로 지목되며 트래블 버블(방역 우수국간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 체결 가능성이 점쳐진 곳들이다. 특히 싱가포르와 홍콩은 올해 초 트래블 버블 시행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우리나라도 바지런히 뒤를 잇고 있다. 국토부의 트래블 버블 관련 연구용역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올해 안에 타국과의 트래블 버블 체결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관광 재개를 위한 아시아 각국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태국은 전 세계 방문객에게 특별 관광 비자를 발급하고 있고, 외국인 여행 패키지 ‘어메이징 타일랜드 플러스’를 출시해 3월까지 시티투어, 교통편 등 추가 혜택을 제공한다. 몰디브는 지난해 7월15일 국경을 개방한 후 관광객 12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이뤘다. 프라이빗한 청정 여행지로서의 강점을 살린 셈. 홍콩도 2020 홍콩 와인 & 다인 페스티벌, 윈터 페스트 등의 축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며 비대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AMERICA & OCEANIA
미주 & 대양주

#청정휴양지
#하와이_자가격리면제
#에어뉴질랜드비운항

섬부터 시작합니다

미주와 대양주 지역은 청정 휴양지 섬들부터다. 조심스레 여행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지역은 우선 하와이. 하와이는 지난해 11월24일부터 입국자들의 자가격리 기간을 10일로 조정한 데 이어, 올해는 아예 면제할 예정이라고. 하와이관광청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출발 전 코로나19 테스트 음성 결과를 제출하면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미국 본토와 일본에서 시행 중인 ‘사전 방문객 프로그램’을 캐나다, 한국, 타이완까지 확대하는 중이다. 마리아나관광청도 장기 여행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객들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반면 지역 내 감염률이 거셌던 미국 본토와 캐나다, 중남미 지역은 당분간 순수 여행 목적으로 방문하는 건 어려울 예정. 올해 안에 백신 보급이 이뤄져도 여행보다는 비즈니스나 유학 등 다른 목적성 방문부터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괌도 가까운 미래에 여행하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에 접어들면서 괌 지역 내 확산세는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해외입국자 대상의 자가격리 2주 조건은 유효한 상태다. 괌관광청은 “한국 내 확산세에 따라 여행 재기 시점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상반기 코로나19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다. 호주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과 트래블 버블 체결 의향을 밝히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강해지면서 이렇다 할 논의로 이어지진 못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에어뉴질랜드가 이미 지난해 8월경 한국 노선에 대해 올해 3월27일까지 비운항을 결정했다. 게다가 봄부터는 다시 전통적인 비수기이니, 상반기 동안 뉴질랜드와 한국과의 여행 교류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UROPE 유럽

#EU_화이자백신
#백신여권
#부동의
_인기여행지_유럽

그래도, 가고 싶다

2020년은 유럽 국가들에게도 혹독한 한 해였다. 오지 않았고, 가지 못했다. 유럽행 여객과 노선도 훅 줄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좌절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것이 있으니, 유럽연합국(EU)들의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다. 각 회원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관광업 살리기에 나섰고, 작년 12월27일부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EU 회원국에서 일제히 백신 접종 소식을 알렸다. 외신에 따르면 EU는 올해 9월까지 화이자 백신 2억회 분을 확보하고, 연말까지 유럽 인구 전체에 백신 접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대부분의 EU 국가는 현재 한국인에 대해 자가격리 면제 등을 보장하고 있다. 우선 이동은 자유로운 셈이니, 3분기 내에 집단 면역만 잘 형성돼도 여행 재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접종 여부를 기재한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 개발 등 안전여행을 위한 기틀도 마련되는 중이다.

이 와중에 유럽여행에 대한 열망만큼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참좋은여행이 작년 11월23일부터 2021년 출발 상품의 예약을 받은 결과, 유럽이 전체 예약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내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42.2%의 응답자가 희망 여행지 1순위로 유럽을 꼽았다. 코로나19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등이 우려돼 여행을 꺼릴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유럽여행의 매력 앞에선 그마저도 무력해진 모양이다. 여행 국가의 경우 전통적으로 한국인이 많이 찾는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부터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내 일반인에 대한 백신 접종이 빨라야 2분기부터 가능한 만큼 실제 유럽 여행이 활발해질 시기는 7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곽서희 기자 사진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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