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세자매' 김선영 "문소리 장윤주와 작업 행복"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출연하는 작품마다 다른 얼굴이 되는 연기파 배우 김선영(45)이 이번에는 세 자매의 첫째로 돌아왔다.
김선영은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에서 늘 괜찮다는 말로 아픔을 속으로 삼키는 첫째 희숙을 연기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의 선택을 받은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 덩어리, 소심 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선영은 “영화를 기술 시사회 때 처음 봤다. 중반쯤 둘째 미연(문소리) 역할에 이입돼서 남편도 자기 자식도 언니도 부모님도 동생도 미연이란 인물에게 버겁겠다 싶어서 아무도 울지 않는 지점부터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영화제나 부산영화제 때 무대 인사를 하는데 관객들이 휴지를 많이 들고 계셨다. 관객과 대화할 때 그냥 갈 수도 있는데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줬다. 이 영화는 세대를 아우른다. 전주에 사는 절친 딸이 고등학생인데 영화 끝나고 인사하러 왔는데, 자기 친구랑 너무 울었다고 하더라. 어린 친구들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작품에 들어갈 때 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어떤 옷을 입는 사람일지, 어떤 신발을 신는지를 늘 고민한다는 김선영. 그렇게 희숙이 된 그는 “희숙이는 늘 잘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면 안 싫어할 줄 알고 그러지만 사실 그러면 더 싫어하지 않나. 희숙이가 딸에게 어떻게 하면 엄마를 안 싫어하겠냐고 묻는 대사가 있는데 상황에 맞춰 본능적으로 연기했다. 그 대사가 희숙에게는 인생의 숙제였다. 딸이 안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붙잡는데, 디테일하게 설명하긴 힘들지만, 쑥스럽고 슬프고 절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에선 첫째를 연기했지만, 실제로는 둘째라고 밝힌 김선영은 “엄마 같은 친언니가 있다. 네 살 위인 언니다. 엄마 아빠가 연기하지 말라고 해도 언니는 다하라고 했다. 언니가 절 키우다시피 했다. 지금도 그렇다. 언니 이야기하면 눈물이 날 수 있다. 이번에 첫째를 연기했는데, 우리 언니가 날 이렇게 사랑하는구나 싶었다”며 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내게도 세 자매의 모습이 있다. 소심할 때는 소심하고, 집에서 골칫덩어리일 때도 있었다. 어릴 땐 무한 반항아였다. 우리 언니가 저 때문에 많이 기도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김선영은 “집에선 무뚝뚝한 딸이고 매력적인 아내다. 완벽하지 않나. 돈도 벌어오고 예쁘고 애교도 많고 화도 잘 내고 욕도 잘하고 다 한다. 버라이어티하다. 절 사랑할 수밖에 없다. 좋은 아내, 멋진 엄마다. 행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딸에게도 늘 좋은 엄마라고 이야기한다. ‘너희 엄마 좋지? 멋지지?’라고 한다. 저는 그런 엄마”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김선영은 ‘세자매’에서 자매로 호흡을 맞춘 문소리 장윤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선영은 ‘세자매’에서 제작자이자 배우로 활약한 문소리에 대해 “언니가 전방위적으로 모든 걸 보고 있더라. 이게 하나의 컬래버레이션이지 않나. 미술 촬영 연출 배우 모든 것을 여러 방면에서 소통하면서 프로듀서의 입장으로 챙기더라. 언니 인터뷰를 보니 이창동 감독님과 영화 작업하면서 그렇게 배웠다고 하더라. 언니가 배우 생활한 지 20년이 됐으니까 그런 시선들이 쌓여서 어마어마할 거다. 정말 배울 게 너무 많았다. 그리고 언니가 정말 재미있다. 연기로도 그렇지만 인간적으로 배울 게 많았다. 정말 위트 있고 재미있다. 언니랑 있는 시간이 행복했다”고 이야기했다.
촬영장에서 장윤주에게 연기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는 그는 “처음에는 윤주가 이걸 고사했다. 어떻게 하면 장윤주를 꾈 수 있을까 고민했다. ‘베테랑’ 이후 연기를 쉬었으니까 연기에 대한 부담이 있으면 내가 극단에서 디렉팅한 경험이 있으니까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컬래버를 하다 보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지 않나. 윤주가 좋다고 해줘서 연기지도는 아니고, 촬영장에 가서 같이 작당을 했다”며 “모델은 몸으로 표현하지 않나. 디렉션을 주면 흡수력이 정말 좋더라. 유연성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문소리는 김선영을 ‘연기 천재’라고 표현하며, 바위를 뚫고 분출하는 파워가 있다고 칭찬했다. 이에 김선영은 “언니가 자꾸만 암반수라고 한다. 기분이 좋다”며 “저는 그 순간 느껴지는 걸 표현한다. 계획을 잡고 뭔가를 더하거나 덜 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만큼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그게 오케이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 그러면서 깨지고 다른 디렉션을 통해 다른 표현도 공부한다. 배우는 감정을 재료로 해서 드러내야 한다. 누르면 버릇이 돼서 안 나온다. 그래서 느끼는 만큼 움직이고 표현하는 게 중요해서 평소에도 느끼는 대로 말을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인터뷰②에 계속)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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