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탐방]"군공항 이전 무안군 희생 강요 안돼..국방부 나서라"
"정부가 나서 인센티브 내세우고 공모해야" 주장
[편집자주]올해 광주 군공항과 민간공항 이전 문제는 광주·전남의 최대 화두 중 하나다. 민간공항에 이어 군공항까지 전남으로 이전하려는 광주시와 군공항은 그대로 두고 민간공항만 받으려는 전남의 입장차는 확연하다. 뉴스1은 군·민간공항 이전을 바라보는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의 상반된 민심을 들여다본다.
(무안=뉴스1) 박진규 기자 = "저 멀리 보이는 무안공항에서부터 이 드넓은 황토밭 일대가 광주시가 요구하는 군 공항 이전 후보지입니다. 우리 무안 군민의 삶의 터전인 이 천혜의 땅을 송두리째 빼앗으려는데 어느 누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31일 찾은 전남 무안군 운남면 일대. 무안국제공항에서 직선 거리로 1.5㎞ 떨어진 이곳 463만평이 광주시와 국방부가 예상하고 있는 광주군사공항 이전 후보지이다.
박문재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이전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은 "무안군에서도 특히 이곳 운남면은 비옥한 땅에서 고구마, 양파 등 밭작물이 잘 자라고 인근 갯벌에서는 낙지 등 수산물과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한다"며 "광주시는 소음 때문에 군 공항이 싫다면서 왜 무안으로는 보내려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2018년 8월 광주시와 전남도가 상생발전 차원에서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공항 이전을 전격 발표하면서 이와 연계해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광주시는 용역을 거쳐 전남 무안, 해남, 신안, 영암 등 4개 지역의 6곳을 광주 군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로 압축해 국방부에 선정을 요청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무안군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안군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선 상태다.
무안군은 2019년 초부터 9개 각 읍면의 각종 사회단체장과 각 마을 이장, 부녀회장, 노인 회장, 새마을지도자 등으로 광주 군 공항 이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무안군의회는 광주 군 공항 이전 반대 결의문 채택과 특위를 구성했고, 김산 무안군수도 반대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이어 다음해인 2019년 1월에는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서명운동과 집회, 토론회, 항의 방문 등 체계적인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혜향 무안군 군공항대응팀장은 "지난 2009년 감사원의 한국공항공사 감사결과에 따르면 무안공항 개항시 적자인 광주공항의 국제선과 국내선을 무안공항으로 이전 통합해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처분사항이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당시 광주시는 광주공항의 국제선만을 옮기고 국내선은 존치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년이 넘게 지난 이제와 고속철 개통으로 공항 이용객이 줄어드니 광주민간공항을 이전하면서 마치 광주군사공항도 당연히 같이 옮겨야 하는 것처럼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그럴 바에는 광주민간공항을 이전시키지 말라는 것이 무안군민의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현재 무안군이 광주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음피해다.
무안군은 "전투기가 이륙할 때 소음은 고막이 터질 정도"라고 주장한다.
군민들은 "광주시도 소음문제로 본격 이전논의를 시작했으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무안군이 떠안으라는 건 말이 안된다"며 분개한다.
또 "이전 후보지는 무안군의 중심지로, 군사공항이 이전되면 탄도만과 청계만, 함평만을 비롯해 주변지역은 심각한 전투기 소음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군 공항은 한번 이전하면 사실상 재이전이 불가능하다. 평균 존치기간은 대구 83년, 수원 76년, 광주 54년 등으로 막대한 소음피해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 공항이 이전되면 그 일대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상실하고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탄약고와 유류저장고, 방공포대 등이 동반 이전돼 주민들의 안전에도 위협요소로 작용한다.
군 공항 주변 지역은 소음피해로 떠나는 주민이 늘면서 가뜩이나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에 공동화현상을 가속시키고 인접 해수욕장과 황토갯벌 등의 천혜의 자연자원에 대한 가치 훼손도 반대 논리로 내세운다.
김대현 무안군의장은 "광주시는 전남도와 상생발전을 위해 광주 군공항을 전남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나,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결코 상생발전이 아니다"며 "소음피해로 군민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무안군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소음 피해에 대한 미흡한 법률적 대책도 지적한다.
최근 '군공항 소음법'이 제정돼 소음피해 보상금은 법제화됐으나 소음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은 빠져 있다는 게 무안군민들의 지적이다.
이전사업 추진방식도 무안군이 받아들이기엔 부족하다.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은 광주시가 신공항을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고 종전의 군 공항 부지를 양여 받아 비용을 회수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이다.
광주시는 2028년까지 광주시가 총 5조7480억원을 들여 15.3㎢ 규모의 군 공항을 신축하고 종전부지 8.2㎢를 개발해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입장이나 천문학적인 사업비, 장기간 소요 등으로 사업추진 위험도가 매우 높다.
광주시가 몇 차례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나 참여한 기업들이 결국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접어, 국가의 예산지원 없이 종전부지 개발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한다는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문재 대책위원장은 "종전부지의 가약에서 새로운 군 공항을 건설하고 남는 금액이 있어야 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들어가고 장기간에 걸쳐 추진되지만 이에 대한 국가의 보증도 없어 만일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경우 양 지자체 모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작 광주 군 공항 이전이 군사 전략상 필요하다면 광주시가 나설 것이 아니다"며 "국방부 등 정부가 나서 지역발전 등 인센티브를 내세우고 공모를 통해 이전 후보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산 무안군수도 "광주시는 군 공항 이전의 추진 절차와 방식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검토해 이전을 원하는 지역을 찾는 공모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무안군민은 전투비행장 이전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04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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