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만해도 팔릴 위기였던 넥슨..업계 최고 연봉 카드, 왜?
업계 1위 굳히기 나선 넥슨.."맨파워 강화해 글로벌 기업 도약"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지난 2019년 매각 추진 소식으로 후폭풍을 일으켰던 넥슨이 불과 2년 만에 '업계 최고' 복지를 내세우며 게임 인재 확보에 나섰다. 회사는 '인재 확보'를 회사의 성장을 이끌 원동력으로 꼽으며 신입사원 연봉 5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1일 넥슨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직 직원의 연봉을 올해 일괄적으로 800만원씩 인상하기로 했다. 올해 신입사원 연봉도 상향 조정했다. 개발직군 신입사원 연봉은 5000만원, 비(非)개발직군 신입사원 연봉은 4500만원이다. 이는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중 최고 수준이다.
이정헌 넥슨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넥슨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일회성 격려보다는 체계적인 연봉인상을 통해 인재 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2년 전 매각 논란에 임직원 속앓이
넥슨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등장한 것은 지난 2019년이었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는 당시 넥슨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고 밝히며 업계를 발칵 뒤집었다. 김 대표는 매각 가격으로 15조원~20조원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김 대표의 지분 매각 소식을 두고 게임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실제 김 대표는 매각 추진 이전부터 레고 거래 플랫폼 '브릭링크', 노르웨이 유아용품 업체 '스토케',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코빗' 등을 줄줄이 인수하며 게임 외 산업에 관심을 뒀다.
회사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넥슨 내부는 전전긍긍이었다. 당시 넥슨 임직원들은 구조조정이나 분리매각으로 실직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20조원 규모의 회사를 떠안을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매각은 불발됐다.
매각은 불발됐지만 내상은 남았다. 이에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와 이정헌 대표 등 임원들은 지난해 3월 사내 스트리밍을 통해 직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자리를 가지면서 내부 결속 강화에 나섰다. 당시 오웬 마호니 대표는 매각상황이 종료됐음을 못 박기도 했다.
기사회생한 넥슨은 '리모델링'에 주력했다. 회사는 2019년 하반기부터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개발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여기에 자사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 개발에 앞장서며 체질 개선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선택과 집중'으로 대박친 넥슨…업계 최고자리 굳힌다
넥슨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맞물리며 소위 '대박'을 쳤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게임 이용자와 이용시간이 증가했고 기존 IP를 활용한 모바일 신작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넥슨은 'V4',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바람의나라:연' 등 다수 모바일 신작으로 장기흥행을 기록했다. 일례로 '바람의나라: 연'은 지난 7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2위와 3위를 오르내리며 24년 동안 서비스된 IP 파워를 입증했다.
여기에 '메이플스토리' 등 넥슨 스테디셀러가 글로벌 전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넥슨의 2020년 3분기 누적매출은 2조5323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2019년 전체 매출(2조6840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업계는 넥슨이 지난해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호실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넥슨은 직원의 이탈을 막고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보장'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게임업계 맏형으로서 입지를 굳힌 넥슨이 더 큰 미래를 위해 자금을 풀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같은 맥락에서 넥슨은 지난 1일 파격적인 성과급 정책도 공개했다. 이정헌 대표는 사내 공지를 통해 "성과를 낸 개인과 조직에 성과급 지급을 집중해 전문성과 높은 성취감을 갖춘 회사로 탈바꿈하겠다"고 강조했다.
넥슨은 직책, 연차, 직군 등과 무관하게 회사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직원에게 성과에 합당한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넥슨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업팀의 경우 천만원 단위의 성과급을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객관적이고 세밀한 평가를 통해 성과를 낸 개인과 조직에 훨씬 파격적인 수준으로 지급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큰 성과를 낸 개인이라면 대표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아가는 구조를 마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민혁 넥슨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은 임원진의 이번 결정을 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원 티어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맨파워 강화가 필수"라며 "기존 임직원뿐만 아니라 분야별 최고의 인재들이 넥슨에 합류해 함께 큰 성과를 내고 최고의 대우를 받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초격차'를 뛰어넘는 질주 모드로 본격적으로 돌입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포커싱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보상책 발표로 넥슨 내부 분위기는 격양된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넥슨 직원은 "회사가 오랜 시간 업계 1위로 자리잡았지만 급여차이가 타 게임사와 비슷한 수준이라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연봉이 일괄 인상되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한편 연봉 인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는 입장문을 통해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스타팅포인트 측은 "게임업계는 놀라운 성장을 보여왔고 우리는 앞으로도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오늘의 일이 넥슨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게임업계의 기준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런 목표를 위해 엔씨, 넷마블, 펄어비스, 크래프톤, 네오위즈 등 다른 모든 게임 회사에서도 노동조합을 만들고 함께 바꿔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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