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연봉 반납의 전말, SK하이닉스 성과급 어떻길래

심재현 기자 2021. 2.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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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2년 3월26일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봉 반납을 선언했다. '연봉을 반납하기로 했다'가 아니라 '연봉 반납을 선언했다'라는 이유는 말 그대로 선언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지난 1일 SK하이닉스 이천 본사에서 열린 최첨단 반도체 생산리인 'M16' 준공식 축사 도중에 나온 발언이다.

축사 현장에 있던 SK하이닉스 인사들을 통해 복기한 최 회장의 발언 요지는 이렇다.

"성과급과 관련해 안타깝고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좀 더 공감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하고 스스로 자책도 해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는데 구체적인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우선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보상을 구성원들에게 돌려드리고자 한다. 구성원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

회장님의 깜짝 발언…2만8000여 직원에게 10만원씩?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일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M16'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축사에서 "SK하이닉스에서 받는 연봉을 반납해 구성원들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예정에 없던 발언에 SK하이닉스는 물론, 그룹 관계자들도 최 회장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진땀을 뺐다.

최 회장은 이날 준공식 행사장으로 이동하던 중 SK하이닉스 노조 조합원 20여명이 성과급 관련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을 봤다고 한다. 최 회장이 이유를 물었고 "성과급 때문"이라는 보고가 올라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다만 "최 회장이 시위 현장을 보고 연봉 반납을 즉흥적으로 말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단 최 회장이 반납하기로 한 SK하이닉스 연봉은 30억원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미등기임원 151명 중 1명으로 2019년 급여와 상여금, 성과급을 합해 2019년 3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 받은 보수가 17억5000만원이었던 점에 비춰 지난해 총 보수가 2019년 연봉과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억원을 SK하이닉스 임직원 2만8000여명에게 동일하게 나눠줄 경우 각자 10만원가량씩 돌아간다.

"삼성보다 턱없이 적다"…더블스코어에 뿔난 직원들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은 지난달 28일 사측이 기본급(연봉의 20분의 1)의 400%, 연봉으로 환산하면 연봉의 2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하기로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PS는 전년 실적이 목표이익을 초과 달성했을 때 지급하는 인센티브다. 연봉 6000만원 수준의 과장급 직원이 1200만원을 받게 된다.

보기에 따라 적지 않은 성과급일 수 있지만 동종업계 경쟁사나 협력사에 비해 낮게 책정된 성과급률이 불씨가 됐다. 대표적인 비교 대상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은 SK하이닉스의 PS에 해당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연봉의 47%(기본급의 940%)를 받았다. 위에서 사례로 든 연봉 6000만원 직원의 경우 삼성전자에서는 282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SK하이닉스 직원들 사이에서는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영업이익을 단순 비교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18조8100억원, SK하이닉스가 5조126억원으로 상당히 벌어지지만 직원수(삼성전자 약 5만명·SK하이닉스 약 2만8000명)나 시설투자 규모(삼성전자 32조9000억원·SK하이닉스 9조9000억원) 등을 감안하면 성과급 차이가 이렇게까지 날 정도는 아니라는 게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요지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이번보다 부진했는데도 삼성전자 수준의 성과급을 책정한 전례도 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초 PS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이 연봉의 29% 수준 OPI를 받은 점을 고려해 기본급의 400%(연봉의 20%)에 해당하는 특별기여금을 지급했다. 반도체 슈퍼호황기였던 2017~2019년에도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같은 수준의 성과급률을 책정했다.

이익 늘었어도 목표치 미달 땐…복합 방정식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 하이닉스 분당사무소. /사진=뉴스1
사측은 매년 이익 규모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PS 규모를 가늠해선 곤란하다고 설명한다. PS는 초과이익분배금이라는 의미 그대로 전년 실적이 연초에 설정한 목표이익을 초과 달성했을 때 지급하는 인센티브라는 얘기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실적이 전년보다 2배 늘었더라도 목표했던 이익에 미치지 못하면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 올초 삼성전자에서도 지난해 영업이익 18조8100억원을 거둔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은 연봉의 47%를 OPI로 받은 반면, 영업이익 11조4700억원을 거둔 스마트폰(IM·IT&모바일) 사업부 직원들과 영업이익 2조원대로 추정되는 TV(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직원들은 최고 한도인 연봉의 50%를 OPI로 받았다.

당돌한 4년차 산정방식 공개질의…"공감대 형성에 미흡"
SK하이닉스가 지난 1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10나노급 D램 제품을 주로 생산할 M16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K하이닉스 직원들 사이에서는 성과급 산정 방식이 깜깜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SK하이닉스 사내 게시판에는 최근 성과급 산정 방식을 공개 질의하는 4년차 직원의 글이 올라왔다.

"성과급 지급 기준이 되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자본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라는 지수의 산출방식과 계산법을 공개할 수 있는지, 불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또 매년 EVA만큼 지수달성하면 성과급 및 특별기여금을 최대 기본급의 몇%까지 지급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직원들의 불만을 이해한다는 얘기와 배부른 소리라는 얘기가 엇갈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과급이 직원들의 사기와 직결되는 인센티브 제도라는 점에서 사측이 성과급을 결정하거나 통보하는 부분에서 공감을 구하는 데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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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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