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 강화" 강조 카카오, 중소기업 베끼기 논란
"라이센스 비용 다 내고 2년 동안 발품, 마케팅비에만 2억 넘는데.." 억울함 호소
"대기업 사회적 윤리 위반".. "지적재산 보호 못받아도 대기업 상대 법적 대응 어려워"
논란이 된 제품은 A 중소기업이 2019년 12월에 출시한 '카카오 프렌즈 블루투스 마이크와 스피커'다. 그런데 카카오커머스는 다음해인 지난 2020년 12월 마이크 위에 라이언이 얹어진 모양의 블루투스 마이크를 출시했다. 문제는 해당 디자인은 카카오커머스보다 1년 앞서 출시한 중소기업 A사의 제품과 외관 디자인은 물론, 충전 단자까지 상당히 흡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또 가격까지 동일하게 책정돼 판매되고 있다.
◇ 외관에 전원·USB 충전 포트 위치·가격까지 유사
2일 IT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일부 블로그에서 '카카오 프렌즈 굿즈 카피 의혹' 글이 게재됐다. 카카오커머스와 중소기업 A사의 블루투스 마이크가, 마치 같은 회사 제품인 것처럼 비슷하다는 내용이다.
A사 제품이 2019년 말,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말에 출시됐다. '카카오카머스가 중소기업 제품의 디자인을 도용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A사는 카카오 측에 캐릭터 이용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자체적으로 상품의 컨셉 및 디자인 등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이다.
누리꾼들은 "한눈에 봐도 같은 제품이라 보일 정도로 상당히 비슷하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A사의 마이크에는 라이언 얼굴만 있고, 카카오커머스의 제품에는 라이언이 앉아 있는 형태다.
그러나 이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카카오커머스 블루투스 마이크에 달린 '앉아있는 라이언'의 모습이 A사의 또 다른 제품인 카카오 라이언 블루투스 스피커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프렌즈 블루투스 마이크' 외에도 '카카오프렌즈 얼굴형 보조배터리'도 구분하기 힘들다.
많은 누리꾼들이 '굿즈 카피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이 제품은 국내 대표 포털 카카오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다.
◇ "라이센스 비용 다 냈는데"…"대기업 사회적 책임·윤리 위반"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10월에 카카오 IX 리테일부문을 분할해 합병하면서 처음으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의 통신판매를 맡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카카오IX라는 별도의 카카오 자회사에서 IP 라이선스 사업과 PB 상품 제작, 유통을 함께 진행했었다.
즉, 카카오가 카카오프렌즈 IP 사업을 맡고, 카카오커머스는 캐릭터 상품 개발 역량 및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해 커머스 사업을 확대하는 구조다.
카카오커머스는 온·오프라인을 거점을 모두 가진 종합 유통사업자로 거듭났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메이커스 등 온라인 서비스를 넘어 카카오프렌즈 각종 매장에서도 다양한 유통 실험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나아가 카카오커머스는 상품 기획부터 생산·유통까지 직접 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모델도 개발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미 라이센스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상품과 유사한 제품들을 카카오커머스 자체상품(PB)으로 팔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카카오커머스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디자인 도용 같은 건 제품을 만든 회사와 디자이너의 사기를 꺾는 것은 물론, 카피 제품을 만든 디자이너 자질에 대한 의구심, 또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에 위반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항후에도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상품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중소기업 제품을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판매가 잘 되는 중소기업의 상품만 뽑아 비슷하게 제작·유통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A사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카피 의혹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지인의 연락을 받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신제품을 또 냈느냐"는 전화에 확인해봤더니 "우리 제품이 아니라 카카오커머스에서 자체적으로 낸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것이다.
A 사에 따르면 카카오프렌즈 블루투스 마이크를 제작하기 위해, 직원들이 노래방을 직접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여러가지 실험 끝에 음질이 좋으면서도 실내에서 부르기 적당한 것으로 만들었다. 제작 기간에만 꼬박 2년이 걸렸다. 라이선스 비용을 제외한 마케팅비에만 수억 원을 쏟아부었다.
마이크 하단에 미러볼도 달아서, 진짜 노래방 느낌이 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데 하단 미러볼 부분만 빠진 카카오커머스 마이크와 가격까지도 5만 9천원으로 동일하게 판매되고 있다.
얼마 전 포털 블로그에서 논란이 됐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카카오커머스 측으로부터 어떤 사과도, 사소한 변명조차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항의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 말 하고 있지 못하는 상태"라고 답했다. 카카오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아이디어 상품을 제작하는 중소기업이 어디까지나 '을'입장인 만큼 눈치를 볼 수밖에 설명이다.
A사 관계자는 "현재 다른 제품도 준비 중인데, 괜히 눈 밖에 났다가 어그러지진 않을까 염려된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커머스측은 "카카오프렌즈 제품은 연간 1천 여종의 PB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고, 차별성을 둔 자체 기획을 통해 생산,판매 되고 있다"면서 "테크류의 캐릭터 상품의 특성상 기성 제품군에 캐릭터 요소를 추가해 출시하기 때문에, 디자인 변형을 크게 가져갈 수 없는 한계가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내부적으로 면밀하게 파악중이며, 더욱이 지난해 10월에 이뤄진 카카오커머스와 카카오IX의 리테일 사업부문과의 합병 후 업체 선정부터 제작까지 전반적인 과정에서 문제점이 없는 살펴보고 있다"면서 "이번 유사성 사례를 참고삼아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스타트업 투자회사는 이같이 카피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배경으로 콘텐츠 같은 지적재산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 대기업을 상대로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자본력 등을 꼽았다.
프랜차이즈 컨설팅업체 옳은 방향 이수덕 대표는 "미투 브랜드 문화의 고착화는 새로운 아이템 개발 의지를 꺾는다"면서 "성공을 위해 차별성 있는 메뉴와 서비스 창출을 위해 애쓰는 중소업체의 노력을 빼앗는 비도덕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매년 가맹본부 임원과 대표 모두 관련 협회에서 진행하는 '경영윤리세미나'를 이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윤리 강화 교육이 필요하며, 법적 보호 방법에 관한 연구를 통해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카카오는 지난달 12일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ESG 위원회는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성과,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앞서 지난달 4일에는 직원과 비즈니스 파트너의 인권 보호, 이용자의 정보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의무, 디지털 책임, 친환경 지향 원칙을 담은 '인권경영선언문'을 대외에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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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anc.ky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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