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공급 '진실의 시간'..부푼 기대감 충족할까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이번 주 후반 마침내 베일을 벗는 서울 도심 아파트 공급 대책이 시장 불안을 잠재울 '블록버스터급'이 될 수 있을까.
오는 4일이나 5일 나올 서울 도심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고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급이 부족하다는 국민 불안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변 장관이나 문 대통령의 언급은 일반의 상식적 예상을 뛰어넘는 물량 공급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불리는 이번 공급 대책이 시장의 불신을 받는다면 뒤가 없다. 정부도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마지막 공급대책…비장한 정부
지금까지의 부동산 대책을 보면 정부의 공식 발표 전 관련 부처 회의나 당정 협의 등을 통해 대체적인 윤곽이 흘러나왔으나 이번엔 다른 모습이다. 비교적 정책 관련 발언에서 자유로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주택 정책에 관한 한 굳게 입을 닫고 있다.
대책을 주도하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지난 19일 인사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방문해 "정부를 믿으면 주택 가격이 안정된다"고 말한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변 장관과 홍남기 부총리,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등은 지난달 26일 비공개로 열린 관계 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주택 공급방안을 최종 조율한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정책에 공을 들이는 한편 보안에 철저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변 장관으로서는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공급을 특별하게 늘리겠다"고 한 대국민 약속을 손에 잡히는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번 정책의 키워드는 서울, 아파트, 민간 부지 고밀 개발, 공공 주도이다. 집값 급등의 진앙인 서울의 아파트 공급 불안 심리를 압도적 물량으로 걷어내야 한다.
서울 시내에 이제 남은 공공 유휴부지는 거의 없다. 역세권이건, 저층 주거밀집지역이건 준공업지역이건 개인 소유 땅을 사서 건축 규제를 풀어 최대한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 땅 주인, 세입자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일은 간단치 않은 난제다. 정부는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땅 주인, 집주인 등에게 최대한 인센티브를 주되 개발은 공공이 주도해 일반 분양과 함께 충분한 공공 임대물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린벨트 해제에 30만 가구까지…들끓는 설설설
정부의 발표가 임박하면서 보존 가치가 떨어진 일부 그린벨트 해제, 재건축 규제 완화, 분양가상한제 및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에서 4기 신도시 건설에 이르기까지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공급 규모도 아파트 10만 가구 설에서 20만 가구를 거쳐 최근엔 30만 가구 설까지 등장했다.
지금까지 변장관 입에서 나온 말은 취임식 때 밝힌 "저밀 개발된 지하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라거나 "도시계획과 건축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고 공공 디벨로퍼가 주민과 민간 주체들과 협력해 개발하는 사업모델을 적용하면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을 것", "앞으로 공급될 주택은 공공분양과 공공임대, 민간분양과 민간임대, 공공 자가주택이 다양하게 섞여 주택시장의 생태계를 풍부하게 해야 한다"는 정도가 사실상 전부다.
하지만 이 정도로 문 대통령이 예고한 '국민 불안을 일거에 해소할' 특단의 대책이 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장 일각의 의구심에 '그렇다면 뭔가 깜짝 놀랄만한 다른 대책도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어우러지면서 각종 설이 증폭하는 모양새다.
주택 공급 정책은 심리전이기도 하다. 오늘 대책을 내놓으면 빨라야 3∼4년 후에나 실제 입주가 가능하다. 미래형 공급 대책으로 오늘의 집값 불안을 잡아야 하기에 대책의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그간 여러 차례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정부는 매번 '이 정도로 물량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대책이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변죽을 울리는 바람에 시장의 믿음을 잃고 말았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충분한 물량'일까.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룸 등을 제외한 서울의 실질 주택보급률(75%)이나 자가주택 보유율(48%) 등을 고려할 때 입주 아파트 기준으로 연간 5만∼6만 가구는 돼야 하는데 지금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지 않고는 물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20만 가구, 30만 가구 등 숫자도 중요하겠지만 결국은 어디에 어떻게 짓느냐의 문제"라면서 "제한된 땅에 용적률을 500%, 700%까지 높여주다 보면 주거 환경이라는 질적인 부분을 놓쳐 양질의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가구 수를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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