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자문, 합법·불법 경계 어디까지.. 로비스트 뒷말도

이유지 2021. 2.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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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갑근 사건 법조계 파장.. 선고 결과에 촉각
"알선·청탁도 변호사 업무로 봤는데" 당혹감
모호한 업무범위·천차만별 자문료 기준 없어

"요즘 변호사들 사이에선 윤갑근 사건이 최대 관심사예요. 밥줄하고 관련돼 있으니까요."

라임 펀드 판매와 관련한 불법 로비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윤갑근 전 고검장 사건에 법조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알선과 청탁도 그동안 변호사 업무로 간주돼왔는데, 검찰이 알선과 청탁을 했다는 이유로 윤 전 고검장을 구속기소했기 때문이다. 자문과 고문 자리에 판검사 출신 전관을 앉혀온 기업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검토하는 기류마저 생겼다. 윤 전 고검장 선고결과가 향후 자문계약과 관련한 변호사 업무범위를 확립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전관 자문 선호하는 이유 있다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로비 의혹을 받는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현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검찰에 따르면 윤 전 고검장은 우리은행이 라임 펀드 판매 중단을 통보한 2019년 7월쯤 이종필 라임 부사장과 부동산 시행업체인 메트로폴리탄의 김영홍 회장으로부터 "우리은행장을 만나 펀드를 다시 판매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다. 윤 전 고검장 법인 계좌로 2억 2,000만원이 입금되자, 그는 대학 동문인 우리은행장과 라임 펀드 재판매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 윤 전 고검장이 받은 돈은 단순 자문료가 아닌 알선 대가라는 게 검찰의 논리다.

그러나 윤 전 고검장 측은 지난달 27일 열린 첫 공판에서 메트로폴리탄과는 합법적 자문계약을 맺고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해 정상적 변호사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장을 두 차례 만나 "라임 펀드 재판매 불가는 우리은행에 계약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이는 라임 투자금이 회수될 위기에 처한 메트로폴리탄을 위한 대화였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취지였다. 윤 전 고검장은 그러면서 2010년 론스타 판례를 방패로 내세웠다. 대법원은 당시 "접대나 향응, 뇌물 제공이 없는 한 변호사가 위임 취지에 따라 수행하는 적법한 청탁이나 알선행위까지 처벌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적법한 청탁과 알선 범위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옵티머스자산운용 고문으로 매달 수백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의 고문 역할을 두고 결국 "로비스트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불법 자문 논란은 결국 전관예우 문제와 연관이 있다"며 "로펌이나 대기업이 알선이나 청탁 목적이 없다면 거액을 주면서 왜 전관을 모시겠냐"고 말했다.


변호사는 뭐든 다 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관들이 주로 활약하는 자문시장이 사실상 로비창구로 기능하고 있지만, 업무범위에 제한이 없어 합법과 불법의 경계는 모호하다. 실제로 법조인들의 기업 법률자문계약에는 통상적으로 '갑이 의뢰한 업무'와 같이 포괄적 조항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자문을 주로 해온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포괄적 계약서를 작성해야 의뢰인 쪽에서 요구할 수 있는 업무가 많아진다. 합의를 권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 전 고검장 측도 "메트로폴리탄 관련 민·형사상 법률 사무 전체에 대한 자문, 정식 사건화하지 않은 관련 사건 자문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법률 분쟁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자문료도 천차만별이다. 경력에 따라 적게는 매달 100만~500만원을 받기도 하지만, 전관들은 시간 단위로 100만원 이상 책정되기도 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형사 분쟁이 많은 회사는 당장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잘 봐달라는 의미로 자문계약을 맺고 매달 수백만원씩 입금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의뢰인이 얻게 되는 이익의 20~50%를 수령하는 계약을 맺으면 변호사들 눈빛이 달라진다. 수천억원대 인허가 사건에서 해결사 역할을 할 경우 거액의 자문료를 받는 사례가 드물지 않은 이유다.

법조계에선 '변호사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보는 게 통념이었는데, 윤 전 고검장 구속은 통념을 깨뜨렸다고 말한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세금 신고한 경우, 뇌물이 오가거나 명백한 불법 청탁이 아니라면 업무범위로 봤다. 윤 전 고검장이 유죄 판단을 받게 되면 변호사들 생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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