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표절" vs "낡은 사고".. 박영선·조은희, 부동산 정책 '원조' 논란

나진희 2021. 2. 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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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 정책’에 힘을 주면서 ‘표절’ 시비까지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예비후보가 내세운 ‘21분 콤팩트 도시’를 놓고 서초구청장인 국민의힘 조은희 예비후보가 ‘내 공약과 박형준 예비후보의 공약을 짜깁기한 것’이라며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박 후보는 표절을 부인하며 “행정구역 개념의 낡은 사고”라고 맞받아쳤으나, 조 후보는 표절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조은희 “여당 유력후보가 어떻게 야당 후보 중요 공약 짜깁기 하나”

조 후보는 박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베꼈다고 강력 주장하고 있다.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유감스러운 것은 (박 후보의 공약이) ‘25개 다핵도시’라는 저의 공약에다 부산 우리 당(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15분 콤팩트 도시’ 2개를 짜깁기한 공약”이라며 “너무 놀랐다. 여당 유력후보이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출신이신 분이 어떻게 야당 후보들의 중요 공약을 짜깁기해서 대표 공약으로 출마 선언하는 날 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의 신기술을 대기업이 빼가지 못하도록 막는 일도 한다고 언급하며 “대기업 저격수로 성장하신 후보님께서 (대기업을) 공격하며 닮아갔나, 굉장히 안타깝다. 서울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도 지적했다.

서울시 자치구가 25개구인데 박 후보가 ‘21개 다핵거점’을 만들겠다고 한 것을 놓고도 “박영선 후보님께서 현장을 잘 모르신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시에 구청이 25개다. 박 후보님이 얘기하시는 반값 아파트, 문화시설, 육아시설 등은 현장의 행정관청에서 인허가 과정이 시작돼 다른 유관기관과 협의한다. (자치구와 중첩되는 다핵도시는) 행정에 혼선을 가져온다. 그러면 행정구역 개편을 해야 되는데 그게 하루 이틀에 되는 게 아니다”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 조은희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조 후보가 표절 주장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 후보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박 후보가 베낀 조은희표 다핵도시 구상은 제가 작년 11월 국회에서 발표했고, 제 책에서도 소개한 것”이라며 “(박 후보가) 실력이 모자라 야당 후보의 정책을 베끼는 것도 제대로 못 베끼는 ‘반쪽 표절 후보’임을 보여준 것”이라고도 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좋은 공약과 좋은 정책 그리고 좋은 비전은 국민들을 위한 공공재라고 생각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그 어떤 공공재라도 최초로 그것을 생각하고 만들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주고 사용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또 “후보님이 발표한 정책의 맨 마지막 줄에 ‘Powered by 은희, 형준’이라고 적어주시면 더 좋다”고 비꼬기도 했다.

◆박영선 “행정구역 개념의 낡은 사고” 

박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자신의 ‘21개 다핵화 도시’를 25개 자치구와 연결 짓는 조 후보의 공격에 ‘행정구역 개념의 낡은 사고’라고 응수했다.
박 후보는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후보의) 그런 평면개념 행정구역개념의 낡은 사고로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저희가 말하는 ‘21분 콤팩트 도시’라는 것은 시공간 개념”이라며 “타원형으로 서클(원)을 그리고 서울 605만 평방 제곱킬로미터 거기에 21개 서클이 들어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마친 뒤 화상으로 참석한 시민들에게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면서 “사람들이 강남을 왜 좋아하는가? 거기에 편의시설이 많고 교육하기 좋은 것들 때문에 부동산값이 자꾸 올라가는 것”이라며 “그린 다핵화 도시를 만들어서 서울을 균형 있는 도시로 바꾸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다핵구조의 ‘○○분 도시’라는 개념은 이미 해외에서 보편화한 개념으로 사실상 예비후보들의 공약에서 ‘원조’를 가리는 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미국 디트로이트 등이 다핵화를 적용하는 도시 계획을 펼친 바 있다. 박 전 장관도 지난달 26일 출마 기자간담회에서 “9분 도시 바르셀로나, 15분 도시 파리, 20분 도시 디트로이트 등 이런 식으로 도시가 진화하고 있다”며 이들 사례를 언급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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