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反공매도 '꿈틀'..'한국판 게임스탑' 성공할까

박응진 기자 2021. 2.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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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급등..외국인·기관 순매수, 공매도 주식 갚았다?
전문가들 "한국판 게임스탑 성공 쉽지 않아..투자 신중"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게재된 게임스탑 관련 광고. (뉴욕포스트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미국 뉴욕 증시에서 공매도(空賣渡) 세력과 개인투자자 간 '게임스탑 전투'가 벌어지자, 국내에서도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관련 소식이 퍼져나간 뒤 첫 거래일인 1일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아 한국판 게임스탑 종목으로 분류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급등했다.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의 선봉에 선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공매도 세력과 싸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투연이 추진하는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은 오는 3월15일 종료될 예정인 공매도 금지 조치의 재연장과 공매도 폐지 운동의 일환이다. 주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셀트리온, 에이치엘비 등에 대한 매수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을 환기시키는 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미국과 환경이 다른 만큼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가 급등 후 하락 국면에서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관련 종목을 매수할 때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셀트리온 급등…외국인·기관 순매수 '공매도 주식 갚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1월29일) 종가와 비교해 4만7000원(14.51%) 급등한 3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셀트리온 3형제'로 묶이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9.6%, 셀트리온제약이 7.03% 올랐다. 또한 에이치엘비는 6500원(7.22%) 뛴 9만6500원으로 마감했다.

표면적으로는 셀트리온 3형제의 주가는 '치료제 호재' 등을 바탕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의 경우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504억원, 1166억원 순매수할 때 개인은 4374억원 순매도했다. 에이치엘비도 외국인이 5023억원, 기관이 471억원 순매수했고 개인은 5445억원 순매도했다.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이 아직 본격적으로 벌어지지 않은 셈이다.

일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했던 투자자들이 쇼트 포지션을 커버하거나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주식을 사야만 되는 상황인 '쇼트 스퀴즈' 때문에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수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에 대비해 공매도했던 주식을 갚았다는 것이다.

한투연의 정의정 대표는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 개인 매수도 상당 부분 있었을 것"이라며 "또한 미국 게임스탑처럼 개인들의 매수를 행동지침으로 삼는 단계는 공식적으로 아직 아니다. 현재는 군불을 지피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과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한투연은 한국판 월스트리트베츠인 케이스트리트베츠 사이트를 개설할 예정이다. 또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은 셀트리온(코스피), 에이치엘비(코스닥) 등의 주주들과 힘을 합해 공매도 세력에 맞서 싸울 계획이다. 나아가 미국판 동학개미인 로빈후드와도 연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가 연합하면, 사실상 100만 동학개미가 뭉치게 되는 것이고 공매도 피해가 큰 기업들의 주주들이 더욱 가세할 것이어서 공매도 세력과 싸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재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사람들이 공매도 제도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어느 정도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 목적은 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매도 재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한투연은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힘을 합쳐 출범한 개인투자자 보호 단체다. 2021.1.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문가들 "한국판 게임스탑 성공 쉽지 않아…투자 신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이 전개되더라도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에 동참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은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전날 셀트리온은 외국인 중심의 매수세로 올랐다. 한투연 등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개인투자자들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처럼 극적인 호응을 얻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에서는 하루에 주가가 수백 퍼센트(%)씩도 오르지만, 국내에는 상한선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나라에서 공매도 잔고 비율이 가장 높은 셀트리온조차도 5% 내외"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운동으로 공매도 세력에게 타격을 주면 얼마나 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난 27일 기준 셀트리온의 전체 유통주식 수 중 공매도 잔고 비율은 4.83%다. 상장사 중 가장 높다.

숭실대 정재만 교수는 "개인과 거액의 공매도 세력이 싸우면 이제까지는 보통 공매도 세력이 이겼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협심해서 공매도보다 힘이 세면 승리할 수 있지만, 다수가 합심한다는 전제 조건이 사실 쉽지 않은 얘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게임스탑의 경우 펀더멘털(기초여건)에 의해서 주가가 오른 게 아니라, 특정 세력이 주가를 끌어올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일시적으로 올린 것이다. 그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주가가 원위치되지 않겠느냐"면서 "누군가는 주가가 높을 때 사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주가 상승은 가능하겠으나 높은 주가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 게임스탑의 주가가 무너질 때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엄청날 것"이라며 "한 대장 개미는 게임스탑을 통해 370억원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다른 수많은 개미들의 희생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이다. 금융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폭락장 직후 금융시장의 추가 패닉을 막기 위해 지난해 3월16일부터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 조치는 1차례 연장돼 3월15일 종료될 예정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무차입 불법 공매도를 100% 차단할 수 없는 환경에서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우는 일이기 때문에 관련 시스템을 완비한 후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투연은 이를 위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1년 연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투연은 전날(1일)부터 약 한 달간 서울 일대에서 공매도 재개 반대 홍보버스도 운행하고 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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