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만 65세 이상 접종할 듯

유럽 일부國 '고령층 무용론' 불구
식약처 자문단 조건부 허가 의견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 로고를 배경으로 코로나19 백신 스티커가 부착된 유리병과 주사기가 놓여 있는 모습. 런던=AFP연합뉴스

유럽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고령층 무용론’이 일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서는 만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 허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 자문 회의에서 고령층을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날 감염내과 전문의와 백신 전문가, 임상 통계 전문가 등 8명이 참석한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이하 검증 자문단) 회의에서 다수가 만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검증 자문단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 만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체 대상자에서 예방효과가 확인됐다는 점을 고려했다.

고령층에 대한 자료가 제한적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애초 임상시험 계획이 만 18세 이상으로 설계됐고, 백신을 투여한 후 면역 반응이 성인(18∼64세)과 유사한 점, 중대한 이상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중요하게 반영한 것이다.

검증 자문단이 안전성 평가에서 살펴본 4건의 임상시험에 참여한 2만3745명 중 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8.9%(2109명) 정도다. 다만 검증 자문단 회의는 식약처가 코로나19 백신의 객관적인 허가심사를 위해 ‘3중’으로 마련한 첫 번째 자문 절차여서 해당 의견이 곧 접종 범위를 결정하는 건 아니다. 앞으로 진행될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최종점검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검증 자문단 회의에서 소수 전문가는 고령층에 대한 예방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추가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의약품청(EMA)의 권고를 받아들여 18세 이상 전 연령층에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도록 조건부 판매 승인을 했다. 하지만 EU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고령층에도 효과적인지는 유럽에서 여전히 논란이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의약청(AIFA)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18세 이상 성인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사용을 승인하면서도 가능하면 54세까지 성인에 우선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55세 이상 연령층에 대해선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우선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독일과 프랑스 정부도 EU의 승인 결정 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을 제한해야 한다는 기류였다.

식약처는 EMA와 EU 집행위원회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전 연령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일부가 2∼3월, 개별 계약한 물량 150만도즈가 2월 중 국내에 공급될 예정이다.

한편,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고령층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대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의협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토해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고 적었다.

이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