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제, 피해자의 아픔 이해가 먼저..판결로 해결 불가"

이세원 2021. 2.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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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역사 전문가인 도노무라 마사루(外村大) 도쿄대 교수는 한일 간 역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피해자가 겪은 고통에 대한 공감대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견해를 2일 표명했다.

도노무라 교수는 중국인 피해자를 지원한 일본인이 '역사 문제는 재판으로 승패의 가리는 것보다 화해하는 활동이 더 중요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재판으로 결론을 내는 것보다 해결책으로 더 적합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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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노무라 교수 "역사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일본 사회에 우려
"한일 시민사회 대화·협력 계속해야"..'화해'에 주목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인 고 김복동 할머니 2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7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기자회견에서 모자와 목도리를 두른 평화의 소녀상 뒤에 김 할머니의 활동이 담긴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제 강점기 역사 전문가인 도노무라 마사루(外村大) 도쿄대 교수는 한일 간 역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피해자가 겪은 고통에 대한 공감대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견해를 2일 표명했다.

그는 일본 사회에 피해자의 경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하고서 해결책으로서는 화해에 주목했다.

도노무라 교수는 "역사문제의 해결에는 시민사회의 이해와 관심, 바꿔 말하면 역사적 사실이나 그 배경을 인식하고 피해자의 경험과 아픔에 관해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경험과 결부해 생각하려는 움직임이 선행해야 한다"고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정부 차원의 결정에 토대를 둔 위로부터의 시책이나 판결을 수용하게 하는 조치로는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며 오히려 사태 악화를 부를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시책이나 재판에서의 피해구제 명령이 없더라도 다양한 시민사회의 활동이 있으면 피해 당사자의 아픔이 완화되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도노무라 교수는 중국인 강제 연행 피해자가 일본 측을 상대로 낸 재판에서는 패소했으나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들이 끈질기게 교섭한 결과 가해 기업이 낸 돈으로 추도비를 건설하거나 피해자 및 유족을 불러 화해 행사를 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그런 화해의 행사에 나도 참여했는데 피해자 유족 중 한 명이 '일본 정부가 정식으로 사죄하고 보상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 시민 여러분이 그런 노력을 계속한 것을 보고 기분이 누그러졌다'는 얘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도노무라 교수는 중국인 피해자를 지원한 일본인이 '역사 문제는 재판으로 승패의 가리는 것보다 화해하는 활동이 더 중요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재판으로 결론을 내는 것보다 해결책으로 더 적합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피해 당사자는 돈을 아무리 쌓아도 그것으로 해결됐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으며 젊은 시절을 돌려달라는 바람이 있어라도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피해자의 경험에 관심을 가지고, 그런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젊은 세대에게 전달되면 피해자가 "'내 인생에도 의미가 있다'고 느끼고 어쩌면 정신적 고통을 다소 완화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도노무라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시민 사회가 그간 피해자에게 어떤 태도를 지녔는지 점검하고 앞으로의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사회에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태도가 있는 것이 문제"라며 역사 연구자로서 "깊은 우려를 느낀다"고 밝혔다.

도노무라 교수는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 양국 시민사회가 대화·협력을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람들이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온라인 회의 등을 통해 지혜를 모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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