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부터 배당 자제령까지.. 700만 개미들 뿔났다
"공매도를 부활시킨다면 정부는 상상도 못할 역풍을 맞을 것"
"정부의 감 놔라, 배 놔라 금융간섭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정부에 대한 이른바 개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오는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를 앞두고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배당 자제령까지 내놓자 주가가 계속 내려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형성됐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증시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공매도, 연기금, 주주환원 정책을 개선해달라는 것은 물론 상장 금융회사에 대한 관치(官治) 금융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지난 30일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한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한 달 만에 20만6464명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공식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요건(20만명)을 충족시킨 만큼 향후 정부 입장에 이목이 쏠린 상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금지된 공매도 조치는 오는 3월 16일 재개를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3월 16일부터 6개월 동안 금지했던 공매도 조치를 6개월 추가 연장했다.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 여부와 관련해 최종 결정을 하지 않고 한발 물러서 있다. 정치권에서 오는 4월 선거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당초 금융위는 3월 16일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최근에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 정례회의는 이달 17일로 예정돼 있다.
1일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게임스톱’처럼 국내서도 공매도 반대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셀트리온(068270), 에이치엘비(028300)등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4만7000원(14.51%) 오른 3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셀트리온은 국내에서 공매도 잔고가 가장 많은 종목으로, 지난달 27일 기준 그 규모는 2조1464억원이다. 이는 유가증권 시장 2위를 차지한 넷마블(251270)(1522억원)의 14배 규모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투기자본과 야만의 논리로 무장해 개미투자자들 눈물로 배를 채우고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현금인출기(ATM)로 삼아온 공매도 세력에 준엄한 심판이 될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올바른 정책을 유도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은행주에 대한 정부 조치를 향한 투자자들 분노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지난 28일 올해 6월까지 은행권이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해야 한다는 한시적 권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 배당 성향(25~27%)과 비교해 5~7%포인트(P) 낮추라는 것이다.
KB금융(105560)온라인 종목 토론방에는 ‘정부의 감 놔라, 배 놔라 금융간섭을 막아야 한다’, ‘배당 규제, 이익 공유제 등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은행주는 저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우리금융지주의 한 투자자는 "배당금을 왜 주주들이 아닌 나라에서 가져가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상장 금융회사에 대한 관치금융을 중단해야 한다’는 청원 글에는 현재까지 1045명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우리나라 금융사 배당 성향은 해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정부의 배당 제한 압박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만 내쫓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게임스톱 이슈가 주식시장에 거품 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온라인상에서 모인 개인 투자자들이 단순히 수급으로 주가 급등을 이끌어낸 현상을 정상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과거 버블 붕괴 사례처럼 진행될 거라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를 약화시킨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당분간 주가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광풍이 불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과거 거품 붕괴 전 징후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사태로 거품이 붕괴되고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주가 조정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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