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발전량은 남한의 4.4%..직접 송전·원전건설 등 전력지원 나올때마다 논란

송기영 기자 2021. 2.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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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동서발전이 비무장지대에 복합화력발전소인 평화발전소를 건설하려 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권 의원이 제출받은 ‘발전분야 대북 협력사업안’에 따르면 동서발전은 북한에 단기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장기적으로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자료에는 사업 준비 기간이 짧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우선 설치하고, 중기로는 남북 접경지역인 연천군이나 비무장지대에 ‘평화발전소’를 짓는 방안이 담겼다. 이 발전소는 북한의 산업시설 전력 공급용으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500MW급 복합화력발전 방식으로 구상됐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보도자료가 배포되고 논란이 일자 산업부는 곧바로 "북한에 발전소 건설을 검토한 바 없으며 동서발전 사업안을 협의하거나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동서발전 역시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원전건설 추진’ 의혹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북한 전력 지원 사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원전건설 추진에 대해 산업부는 또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2018년 ‘평화발전소 건립’ 논란 때와 같은 해명이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전력난을 겪고 있어 우리 정부나 중국·러시아의 지원 움직임도 여러 차례 있었다. 전력 지원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꼽힌다. 또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자국내 원자로 발전소 건립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 전력 지원 방안이 계속 검토되고 있는 이유다.

당장 국제사회가 북한 전력난 해소를 위해 도울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전력 부족의 원인이 수력 위주의 발전과 송배전 체계의 노후화, 저질탄 공급으로 인한 화력 발전의 어려움 등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배전 표준전압과 주파수는 남한과 동일한 220V/60Hz이지만, 전압과 주파수 변동이 심한 저품질의 전력이 공급되고 있을 뿐 아니라 하루에도 수차례씩 예고 없는 정전이 발생한다.

그래픽=김란희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북한은 수년간 극심한 전력난에 시달려왔다. 북한은 자력갱생 정책에 따라 에너지 공급이 석탄과 수력 위주로 이뤄졌다. 북한의 에너지 공급 규모는 2018년 기준 1422만TOE(석유환산톤)인데 이 중 석탄이 62%, 수력이 22.4%를 차지한다. 남북간 총 에너지 공급규모 격차는 22배에 달한다.

북한의 발전설비 용량은 2018년 기준 약 815만kw(킬로와트)로 우리나라(1억1909만kw)의 6.8%에 그쳤다. 실제 발전량은 249억kwh(킬로와트시)로 수력(128억kwh·51.4%)과 화력(121억kwh·48.6%)이 양분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5706억kwh)의 4.4%에 불과하다.

북한은 전력난 극복을 위해 중소형 수력발전소 증설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쳤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코트라 나고야무역관은 지난해 9월 발간한 자료에서 "북한은 수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데, 강물이 어는 겨울철에는 매년 만성적으로 전력이 부족하다가 3월 후반부터 회복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7년에는 최악의 가뭄으로 발전량이 급감하면서 농·축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식량확보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통일부는 "만성 에너지 부족 현상은 북한의 산업가동률 저하로 이어져 대부분의 산업에서 가동률이 30% 내외에 머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원자력 발전소 건립은 전력난 해소와 에너지 독립을 원했던 김정일 주석의 생전 숙원이었다. 과거 우리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추진했던 적이 있다. 우리 정부는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 당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고,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는 중유를 제공키로 했다.

이후 경수로 발전소의 핵심인 원자로를 한국 표준형으로 확정 짓기까지 1년 넘는 치열한 협상 과정을 거쳤고, 1995년 12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이 마침내 경수로제공협정에 서명했다. 1997년 8월 함경남도 금호지구(신포)에서 착공식을 시작으로 경수로 건설을 진행했으나, 2002년 10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계획을 시인했다는 미국 측 발표가 나오면서 제2차 북핵 위기가 촉발, 북한 경수로 건설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북한 신포 경수로의 2002년 8월 콘크리트 타설식 장면./조선일보DB

결국 2002년 11월 KEDO는 제네바합의에 따른 미국의 대북 중유공급을 중단하고 경수로 사업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핵 동결 해제를 선언한 뒤 이듬해인 2003년 1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다. 이후 북한 경수로 공사는 중단됐고 결국 2006년 6월 공식적으로 사업이 종료됐다.

이후 노무현 정부 당시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북한에 200만kW의 전력을 직접 보내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정 장관의 발언 이후 전력 관련 기업을 묶어 ‘대북 송전주(株)’라는 신종 테마주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대북 송전주는 문재인 정부들어 대북 지원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급등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남북 긴장 상태가 고조되면서 별도의 대북 전력 지원 사업을 검토하지 않았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한국전력(015760)이 개성공단에 송전하던 전기도 끊었다.

대북 전력 지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핵문제로 국제사회의 초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략물자의 하나로 간주되는 전력 지원은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다. 한국형 경수로는 미국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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