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익숙해진 소비자.."은행 지점 줄어도 안 불편해"
금융서비스 앱 활용 비율 80% 육박
'지점 줄어 매우 불편하다' 6.6%뿐
시중은행들 디지털 전환에 ㅊ총력전
개발자 늘리고 지점 규모는 줄일 듯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은행 지점에 가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해요. 요즘은 웬만한 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다 되잖아요.”
직장인 김선영씨(35세, 가명)는 언제가부터 아예 은행 지점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은행은 곧 모바일 앱이다. 모든 금융거래를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이용한다.
전국 은행 지점과 ATM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금융 소비자들의 금융 서비스 이용 행태가 빠르게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일부 중장년층에서 영업점 감소 등으로 불편하다는 호소가 나오지만, 금융소비자의 행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30대 사이에서는 모바일 금융 거래가 더 자연스럽고 편하다는 반응이 많다. 시중은행들도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코로나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영향도
이데일리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전국 2000명 금융 소비자들의 금융 서비스 이용 습관을 조사한 결과, 최근 은행 지점이 줄어들면서 ‘매우 불편하다’고 대답한 비율은 6.6%에 그쳤다. ‘불편하다’고 답한 비율은 21.4%였다.
‘불편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20대의 경우 불편하지 않은 비율(불편함 + 매우 불편함)은 33.6%로 전체 평균 28.8%보다 크게 높았다.
50대 이상 사용자 중에서도 불편함을 호소한 비율(불편함 + 매우 불편함)은 31.3% 정도였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다소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보통(45.1%)이라는 대답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불편함을 느끼지 않다는 의견도 23.5%였다.
다만, NH농협은행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중장년층 이용빈도가 높았고 오프라인 지점 이용 비율 또한 유독 높았다. 농협은행 이용자 중 일주일에 1번 이상 은행 지점에 방문한다고 답한 비율은 13%로 평균치(7.8%)와 비교해 거의 두 배에 달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영업점을 방문했다고 답한 비율도 15.6%로 평균치(14.1%)를 웃돌았다.
당국, 점포 폐쇄 땐 사전영향평가 보고 의무화
오프라인 은행 지점 이용이 크게 줄어든 것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것뿐 아니라 모바일 서비스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것과 관련이 깊다. 최근 1년간 모바일 앱을 이용해 조회·이체, 저축상품 가입, 대출 신청, 보험 구매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이 79.4%에 이른다. 은행지점을 방문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7.4%에 불과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은행들은 자사 앱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각 은행장들도 올해 최대 과제를 ‘디지털 경쟁력’에 뒀다. 사용자들이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앱 화면 구성을 단순화했고 송금처럼 자주 쓰는 기능을 전면에 배치했다.
앱 사용성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은행들의 이미지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은행의 금융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56.2%였다. 이들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가 개선됐다고 느끼게 된 이유를 묻자, 88.3%(1~3순위 중복응답)가 ‘은행 모바일앱’이라고 답했다. 은행의 모바일 앱이 이제 은행의 ‘얼굴’이 됐다.
영업점이 아닌 모바일이 소비자 접점의 중심이 되면서 은행들도 선제적으로 오프라인 조직 줄이기에 나섰다. 올 들어 시중은행들은 희망퇴직 조건을 높였다. 지난 연말과 올해 1월 사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난 은행원 수가 20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예년보다 많은 수준이다. 은행 지점 통폐합을 앞두고 인력을 사전에 미리 줄여놓으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하게 되면서 더 많은 수의 직원들이 은행을 떠날지 모른다”면서 “반면 앱 서비스 개발자들에 대한 수요는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 명과 암”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은행의 지점 축소에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지점 축소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거다. 올해부터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오프라인 점포폐쇄 절차에 직접 관여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의 점포폐쇄 사전영향평가 결과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앞으로 은행은 금감원에 분기마다 제출하는 업무보고서에 점포폐쇄 사전영향평가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해 8월 발표한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 방안’에서 은행 지점 폐쇄 영향평가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은행의 점포폐쇄 여부 결정 때 내부 직원 뿐 아니라 외부인 의견도 반영하자는 뜻이다.
은행은 앞으로 국내 영업점 신설과 폐쇄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지금은 단순히 공시 시점의 국내·외 영업점 수만 알리면 됐다. 이제 전국 17개 시·도별 영업점 수를 전년도 말 기준과 올해 말 기준으로 표시하고, 해당 연도의 신설 및 폐쇄 영업점 수를 공시해야 한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 영업점 수는 2016년 7103개, 2017년 6791개, 2018년 6771개, 2019년 6714개, 2020년 9월 6558개 등으로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 국내 5대 시중은행이 폐쇄한 점포 수는 216곳에 이른다. 2018년 38곳, 2019년엔 41곳과 비교해 규모가 매우 커졌다.
◇이번 조사는 어떻게
이데일리는 모바일설문조사 업체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전국 2000명의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설문조사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이뤄졌다. 전반적인 은행 서비스 이용 만족도 조사(2000명)와 은행 앱의 만족도 조사(1000명)를 동시에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로 전국 인구 분포와 직업 등도 고려해 추출했다. 성별과 나이, 직업, 거주지역에 따른 안배도 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2%였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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