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학살서 살려준 빚.. 죽어서 27억 갚았다

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마을 샹봉쉬르리뇽. 마을 홈페이지 캡처.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박해를 피해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 은신했던 오스트리아 남성이 사후 유산 27억을 마을에 기증한 사실이 알려졌다.

3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0세를 일기로 별세한 오스트리아인 에릭 슈밤은 프랑스 남동부 산간 지역 작은 마을 샹봉쉬르리뇽에 자신의 유산 약 200만 유로(약 27억원)를 기부해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그는 유언장에 "마을 주민들께 감사드리고 싶다"며 "교육과 청년 육성 사업 등에 자금을 대는데 유산이 쓰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계인 슈밤과 그의 가족은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오스트리아에서 프랑스로 건너왔다. 이후 그들은 르 샹봉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한 중학교 건물에 은신해 목숨을 건졌다.

BBC에 따르면 르 샹봉 마을은 프랑스에서 종교적 박해를 받은 위그노(프랑스 프로테스탄트 칼뱅파 교도)를 숨겨준 역사가 있는 등 역사적으로 탄압받은 이들의 '피난처'로 알려져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주민들이 다같이 협력해 수천명의 유대인들이 은신하도록 도와주었다.

앞서 1990년 홀로코스트 추모센터인 이스라엘 '야드 바셈'은 홀로코스트로부터 유대인을 지켜준 비유대인에게 바치는 '정의로운 사람'(의인) 칭호를 이 마을에 붙이기도 했다.

이번 기부를 받고 르 샹봉 마을 측은 외신과의 인터뷰에 "매우 영광스럽고 이 유산을 슈밤의 뜻에 따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측은 보건소 지원, 백혈병 어린이 돕기 등에도 기부금이 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슈밤은 프랑스가 나치로부터 해방된 뒤에도 이 마을에 1950년까지 거주했다. 이후 슈밤은 이 지역 출신 여성과 프랑스 리옹에서 결혼해 가정도 꾸렸고, 사망 당시 슬하에 자녀는 없었으며 아내는 슈밤보다 먼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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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B 기자 localb1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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