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이스야 자동차야?.. '산업간 경계' 허물어진다

지용준 기자 2021. 2. 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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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실체도 없는 애플카에 왜 열광할까②]

[편집자주]지금까지 자동차업체는 엔진이라는 높은 진입 장벽을 통해 시장을 지배해왔다. 엔진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졌고 엔진의 특성이 브랜드의 이미지로 이어졌다. 하지만 전기동력화라는 격변기를 마주한 자동차업계의 고민은 깊다. 핵심부품인 배터리는 몇몇 업체가 시장을 지배했고 각종 전자장비와 여러 첨단 기능을 매끄럽게 구현할 운영체제(OS)에도 IT(정보기술) 업체의 입김이 점점 세지고 있어서다. 최근 크게 화제가 된 ‘애플카’ 역시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평이다. 애플의 자동차업계 진출을 진단하고 경계가 모호해진 미래차를 살펴봤다.

GM이 CES2021에서 공개한 플라잉카./사진=로이터
자동차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박람회로 불리던 CES에서 조차 해마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공개되며 모터쇼처럼 변모하고 있으며 반대로 유력 모터쇼에도 IT업체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 그만큼 자동차와 IT가 더 밀접해졌음을 뜻한다. 더욱이 최근 애플이 오는 2024년까지 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미래자동차의 패권을 두고 자동차업계와 IT업계의 주도권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래차의 영역을 ▲친환경차(순수전기차·수소전기차) ▲자율주행 ▲공유이동수단(서비스)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030년을 기준으로 수소·전기차의 판매량이 신차의 20~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고 ‘내비건트리서치’는 신차의 50%가 자율주행차일 것으로 예상했다. ‘맥킨지’는 자동차 관련 서비스가 1조5000억달러(약 1658조원)의 시장으로 성장한다고 전망한다. 3가지 영역은 앞으로 점차 통합돼 ‘전기를 동력원으로 하는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공유서비스’로 발전할 전망이다.


‘IT+자동차’ 가속화되는 미래차


이처럼 자동차 기술의 진화 방향과 성장성이 뚜렷하게 예측되면서 최근 글로벌 IT기업이 잇따라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노리고 관련 업계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자동차사업에 눈독을 들이던 IT 공룡은 그동안 완성차업체가 요구하는 제품이나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애플과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협업 가능성이 제기됐고 MS(마이크로소프트)는 GM(제너럴모터스)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에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투자했다. 중국 바이두는 최근 지리자동차와 합작해 ‘바이두 자동차’를 설립하고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할 것임을 밝혔다.

자동차가 점차 첨단화되며 단순히 탈 것을 넘어 생활의 일부로 성격이 바뀌어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따라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IT업체와 완성차업체가 제휴를 통해 미래차 주도권 경쟁에 나선 것. 서로 협력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보는 상황이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IT 공룡이 완성차 시장 진입을 공언하거나 암시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전환기를 맞이한 자동차 산업에 또 다른 파괴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기존 자동차 산업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차 위한 IT업계 역할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미래 자동차는 컴퓨터와 스마트폰과 같이 디바이스(기계)에 중점을 둔다. 배충식 카이스트 공과대학장은 “자동차 내 IT 역할이 커지면서 융합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그동안 자동차는 기계기술을 대표했다면 이제는 첨단 기술의 집합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IT기업이 자동차 시장을 기웃거리는 이유도 자동차가 디바이스화된 미래차 시장에 발을 담그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자동차의 전동화와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고 있어 IT기업 입장에서는 지금이 관련 시장 진출 적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올리버 칩스 BMW CEO(최고경영자)는 전기차 생산 비중을 2023년 2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GM도 2025년까지 전세계에서 30대의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도 아이오닉5를 비롯해 총 4개의 전기차 라인업을 통해 올해 순수전기차 판매를 16만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기업이 전기차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IT기업의 시장 참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높인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진입장벽이 낮고 사실상 전자장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은 테슬라가 지난해 판매량 면에서도 안착했다는 평을 받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도 IT업계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평이다.

게다가 AI·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에 투자해온 IT기업은 미래차의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강점도 지녔다. 인텔의 자회사인 ‘모빌아이’는 CES 2021에서 인텔과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차 라이다 통합 칩을 2025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차를 미국(디트로이트·뉴욕)·일본(도쿄)·중국(상하이)·프랑스(파리) 등 4개국 주요 도시에서 시범 운행할 계획이다. 일본의 소니도 자율주행 전기차 ‘비전-에스’(VISION-S)를 공개했다.

배 교수는 “IT기업과 자동차기업이 가진 장점은 뚜렷하게 나뉜다”며 “앞으로 양측의 기술이 ‘혼합’이 될지 ‘화합’이 될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IT기업이 자동차를 스스로 제작하기에는 역부족이고 그렇다고 자동차기업이 IT의 도움 없이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확보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가 CES2021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는 모습./사진=GM



자동차와 IT, 주도권 어디로?


자동차와 IT 모두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협업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맞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만 ‘누가’ 주도할 것이냐는 문제로 남는다. 어느 한쪽은 하청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워트레인·섀시·바디 등 하드웨어 플랫폼을 제공하는 자동차 산업과 자율주행기능·응용 서비스 기술 등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IT의 힘겨루기가 남은 것이다.

IT기업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지배력을 높여 앞으로 자동차 제작사를 통제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완성차업체는 소프트웨어를 제공받더라도 기존의 완제품 제조기업과 부품기업 간 역할 모델을 선호할 수 있다. 따라서 당장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앞으로 상황에 따라 양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와 IT기업 간 협력 사례가 이어지는 것은 현재로선 융합의 개념이다”면서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주도권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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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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