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망생 정거장이냐".. 방통심의위 3년주기 '인선잡음'

오상헌 기자 2021. 2. 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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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분야 사후 심의·규제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5기 인선에서 또다시 잡음이 일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독립 법정기구다.

그런데도 역할과 위상 때문에 여야가 일정한 비율로 추천한 위원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법에 규정했다. 그렇다 보니 매번 인선때마다 낙하산 시비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불거진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방통심의위원장 내정 논란이 대표적이다.
與 한겨레 출신 변호사, 野 MB정부 출신 인사 등 추천
2일 정치권과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5기 방통심의위원으로 정민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이상휘 세명대 교수,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등 3명을 추천하는 안건을 논의했으나 확정하지 못 하고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여당이 추천한 정 변호사는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과 국가인권위원회 고문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다.

내외경제신문 출신인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춘추관장을 역임하고 보수 정치매체인 데일리안 대표를 지냈다. 김 부소장은 미래통합당 당대표 상근 특별보좌관을 지냈으며 4기 방통심의위에서 방송자문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이 교수와 김 부소장은 야당인 국민의힘 추천 인사다.
방통심의위 9명 구성, 與野 '6대3' 추천 '나눠먹기' 구조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1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1.2.1/뉴스1

방통심의위는 임기 3년의 상임위원 3인(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6인으로 구성된다. 소관 상임위(과방위)가 추천한 이들 3명 외에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각각 3명씩 추천해 위촉한다.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협의해 여당 몫 2명, 야당 몫 1명을 통상 추천한다. 대통령 추천까지 고려하면 위원 9명의 정치적 성향이 여당 6명, 야당 3명으로 또렷하게 갈린다. 일종의 나눠먹기다.
이런 이유로 방통심의위는 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는 3년마다 인선 잡음으로 홍역을 앓는다. 방송·통신 유관 분야 전문가라곤 하지만 여야가 추천하는 인사들은 사실상 정치인에 가깝다. 선거 출마 등을 염두에 두고 일 하는 경우도 많다.
현직 위원이 공천 신청도…심의 결과 두고선 '정치 공방'
옛 미래통합당 추천으로 4기 방통심의위에 입성했던 전광삼 전 상임위원이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비공개 공천 신청을 했다 해촉 논란을 빚은 게 대표적이다. 심의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자기 사람을 심는 정치권의 인사 관행이 낳은 결과다.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과를 두고서도 정치적 공방이 다반사다. 야권이 정치 편향성을 이유로 문제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방통심의위가 특정 정당에 비판적인 언론 매체를 솜방망이 규제한다며 억지를 쓰는 모습도 흔하다. 민원이 들어온 개별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을 사후 심의·규제할 뿐 채널 자체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는 방통심의위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해 빚어지는 촌극이다.
방통심의위원장 내정 논란… "정치권 개입 최소화해야"
이임사 하는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사진=방통심의위

5기 방통심의위의 키를 쥘 차기 위원장을 둘러싼 시비도 결국 위원회 구성의 태생적 한계 탓이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으로 한겨레와 KBS를 거친 정연주 전 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의 반발이 거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공개적으로 "정 전 사장은 국민적 자산인 전파를 특정 이념의 선전도구로 전락시켰던 장본인"이라며 내정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방통심의위 안팎에선 위원 인선과 심의 내용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피하려면 차제에 위원회 구성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는 사실상의 대리인 추천 제도를 바꿔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춘 전문가 중심 위원회 체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 학자인 강상현 전 방통심의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이임식에서 방통심의위의 독립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로 "정치권의 개입"을 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전 위원장은 "방통심의위는 방송·통신 내용의 사회적 기준을 세우고 적용하는 기관인데 정치권 인사들이 오면 모든 것을 정치적 관점에서 당리당략의 눈으로 보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권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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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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