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부터 발전·에너지·운송까지..수소경제 '성큼'
“수소전지는 바보같은 연료다. 수소차 시대는 오지 않는다.”
전기차 시대를 주도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5년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 월드 콩그레스’ 등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그는 “놀랍게도 몇몇 회사들이 여전히 수소차를 좇고 있다.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6년이 지난 현재 산업계 풍경은 그의 예언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고 웅변한다. 여전히 수소차는 완성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그렇다고 성장 잠재력까지 폄훼되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특히 수소경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에너지·발전·운송 등 여러 업종으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수소경제 가속페달 밟는 국내 기업들
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현재 세계 수소차 누적 판매량은 약 2만4천여대다. 연간 8천만대 안팎에 이르는 전세계 완성차 시장 규모에 견주면 수소차는 여전히 틈새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상용화 성공은 수소차가 에너지 효율과 안전성 등의 장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시내버스와 경찰버스 등 버스 부문부터 ‘수소차 대체’가 활발하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 중 수소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는 단연 현대자동차다. 2018년 출시된 ‘넥쏘’ 등 현대차의 수소차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말 현재 1만2천여대다. 세계 수소차 누적 판매량 중 절반 가까이를 현대차가 차지하고 있다. 시장이 무르익기 전에 일찌감치 뛰어든 덕택이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전기차 개발을 시작한 뒤 15년만인 2013년에 세계 첫 양산용 수소전기차 ‘투싼’을 내놨다. 최근에는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와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를 각각 스위스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했다.
수소 경제는 수소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항공이나 선박과 같은 또 다른 운송수단은 물론 발전 부문에서도 수소 활용 움직임이 꿈틀댄다. 한화는 수소 발전 부문에 공을 들이는 그룹 중 한 곳이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충남 서산 대산산업단지에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세웠다. 계열사 한화토탈에서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한해 16만여 가구가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한화솔루션은 물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기술 확보를 위해 수천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에스케이(SK)그룹도 최근 미국의 글로벌 수소전지·설비회사인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수소에너지를 이용한 대형 선박 개발에 착수한 데 이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제품 생산과정에서 막대한 수소원료(부생수소)를 얻을 수 있는 철강 기업들도 잇따라 관련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생활 속 에너지 자리잡기엔 과제도 많아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수소 관련 사업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수소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봐서다. 글로벌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 2017년 발표한 ‘수소 규모 확대’(Hydrogen Scaling up) 연구보고서에서 수소경제 시장이 2050년 한해 2조5천억달러(2753조7천억원) 규모로 확대되고 일자리도 3천만여개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동이 걸렸다고는 해도 전면화로 나아가기에는 풀어야할 과제가 적잖다. 무엇보다 생산 및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점은 수소가 생활 속 에너지로 진입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 예로 수소차 시대의 필수 요소인 충전소는 1기당 30억원가량의 설치비용이 든다. 지난달 28일 현재 전국에 설치된 충전소가 54곳(보수중 3곳 포함)에 머무는 이유다. 그마저도 서울(4곳)·경기(7곳), 부산(2곳)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강원지역엔 2곳뿐인 터라 수소차 소유주는 ‘수도권 원정 충전’에 나서는 실정이다. 연료전지의 단가가 높아 넥쏘 한대 가격도 7천만원에 이른다. 수소원룟값이 비싼 터라 같은 거리를 갈 때 부담해야 하는 유지비는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두배 더 많다. 이외에도 2019년 강릉 과학단지 수소폭발 사고 등으로 안전성에 대한 불안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승훈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본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금은 일상이 된 천연액화가스(LPG) 택시 도입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는데, 수소에너지 원료와 충전소·발전시설, 차량값 등을 낮추면서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는 단계까지 4~5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며 “충전식 전기에너지는 준중형 차량 등 주로 소규모 전력용, 수소에너지는 트럭·선박 등 대형 이동수단이나 발전용으로 쓰일 수 있는 만큼 기존 석유 중심 에너지시장의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다시 쓰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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