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안철수·박영선 준비 안 됐다..단일화 쉽지 않아"
[2021 4·7 보궐선거]
재선 서울시장 출신의 경험과 관록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일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지금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주요 후보들의 상황이 이 정도”라고 혹평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오 전 시장은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으면 본인이 출마하겠다는 ‘조건부 출마선언’으로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사실 정치적 손해를 많이 봐서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수 야권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주 5일에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본경선 진출자 4명이 추려진다. 1위 진출 자신 있나?
“지금 저희가 여론조사를 해 보면 후보 간 지지율이 박빙으로 나온다. 열심히 뛰겠다.”
―과거 여론조사를 보면 나경원 후보에 밀리는 경향이 보인다.
“(그런) 여론조사는 나 후보가 저보다 먼저 출마 선언을 하고 매스컴 노출이 극대화됐을 때 실시된 조사다. 그때 저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 결단을 기다리느라 아무 것도 못했고, 이상한 출마 선언이라고 욕 먹을 때였다. 지금 기준으로는 비슷하다.”
―나 후보는 예비경선에서 20%, 본경선에서 10% 여성가산점을 받는다. 부담되나?
“20%나 가산점을 주는데,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이 유리천장을 깨고 여성들이 공직에 진출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만든 제도다.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은희 후보는 나 후보에게 둘 다 ‘여성 가산점’을 받지 말자고 역제안을 했는데.
“용감하고 씩씩한 제안을 감명 깊게 봤다. 그런데 여성가산점이 어느 특정인을 위해 만든 제도는 아니지 않나. 여성 후보들 간에 다 합의가 된다면 모를까, (있는) 제도는 제도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후보자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10년 만의 서울시장 재도전이다. 왜 오세훈인가 설명해 달라.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한 미래 비전이 생겼을 때 폭발적인 에너지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제 지론이다. 4차 산업혁명 이후 복지와 노동시장, 일자리의 형태와 교육 모든 게 달라질 것이다. 이런 미래에 대한 혜안이 접목돼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도시로 올라설 수 있다. 다만 그런 부분은 재선에 성공했을 때 본격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로 겪는 시민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당선 다음 날부터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 그게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조건부 출마선언으로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
“정치적 손해를 많이 봤다. 사실은 후회한다. 그런데 앞으로 두고 봐라. 여론조사는 조사 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차이날 수 있다. 그래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단일화는 쉽지 않다. 심지어는 끝까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저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단일화의 위험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그때 (국민의힘에) 들어오라고 권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제 제안이 재조명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당에서도 그런 생각을 인정받지 못한 것 같다. 특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 후보가 당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분 입장에서는 저에게 반대하시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또 제가 미리 의논을 못 드렸기 때문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정책 이야기로 돌아가자. 자신의 부동산 정책을 설명해달라.
“먼저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한번 보자. ‘5년 동안 74만6천가구 공급한다’는 게 안철수 후보 공약이다. ‘5년 동안 토지임대부주택 34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박영선 후보의 공약이다. 저는 사실 기가 막힌다. 지금 서울에 가구수가 380만 가구다. 수십년 동안 서울에 380만 가구가 집을 짓고 살고 있는데, 5년 동안 74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공약은 넌센스 아닌가? 그걸 첫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출마 선언만 했다는 뜻이다. 여당 박영선 후보가 말한 토지임대부주택 34만호도 불가능한 이야기다. 서울 송파구 인구가 66만명이다. (만약) 그 분들이 모두 2인가구라 2명이 주택 한 채에 산다고 가정하면, 토지임대부주택 34만호를 만들려면 송파구 정도 면적의 국공유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 시내에 송파구 면적 정도의 국공유지가 있나? 지금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주요 후보자들의 상황이 이렇다. 그래서 저는 두가지를 약속하고 나섰다. 첫째, 인센티브다. 토지·건물 가진 분들, 건축업자들 집 지으면 돈 벌 수 있다는 신호를 드려야 공급에 뛰어든다. ‘2종 일반지구 7층 규제’를 없애고 용적률 제한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서울시에 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주택국과 도시 환경 규제하는 도시계획국을 한시적으로 통폐합할 계획이다. 서로 힘겨루기 하지 말고 일사분란하게 주택 공급에 전력을 다하라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전 도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비판적인 입장인가?
“재난지원금은 큰 틀에서 피해가 클수록 많은 지원을 받는다는 원칙 하나만 지키면 좋겠다. 코로나 초기 3~6개월 무렵이라면 보편지급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1년이 지났으면 이제는 정교하고 세심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분들이 계시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똑같이 나눠준다면, 피해자들이 피눈물 흘릴 일 아닌가?”
―두차례 국회의원 선거(2016년 서울 종로, 2020년 서울 광진을)에서 낙선했다. 정치적 평가가 이미 이뤄진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두번씩 떨어졌으니 용도 폐기된 늙다리 아니냐’, 심하게 말하면 그런 이야기를 (여권에서) 하는 건데, 선거의 계절이 오면 ‘젊으면 애송이, 나이 들면 옛날 사람’ 그렇게 공격받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다만 우리 당에서는 중진은 험지에 가라는 원칙이 있고, 누가 뭐래도 어려운 곳인 서울 광진에서 최선을 다했다. 물론 뜻대로 안 됐지만, 그러면 당에서는 최소한 배려를 해야 하지 않겠나. 회사에서도 그렇잖나. 어렵고 일 많은 곳 보냈으면 최소한 다음에는 좀 편한 자리, 아니면 승진이라도 시켜줘야지. 그렇게 잔인한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웃음)
―앞서 말한 것을 보면, 야권 단일화 관련 부정적인 전망인 것 같다.
“속 시원한 단일화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큰 정치적 결단이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여론조사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제가 개인일 때는 ‘안철수 후보 우리 당에 들어오면 (나는 선거에) 안 나간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제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면 그렇게 못한다.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금태섭 후보와 (먼저) 단일화 하면, 그 진영의 후보가 된다. 양보가 쉽지 않다.”
―안 후보가 말하는 ‘원샷 경선’도 물 건너 간 것 같다.
“그건 도리가 아니다. 이제 우리 당에서 예선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예선전 치른 선수들한테 갑자기 같이 하자면 황당한 제안 아닌가. 일찍 오셨으면 호랑이굴에 들어와 후보가 되는 감동적인 그림이 가능했을 것이다.”
―본선에서 ‘3자 구도’(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고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단일화 노력은 최대한 하겠다는 것이고.”
―당 내에 돕는 세력이 없다는 평가가 있다.
“맞다. 솔직히 당에서는 지지세가 약하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본인의 가치와 이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국민들께 호소하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다. 특히 지금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수록 저같은 정치인들이 손해를 좀 본다. 그건 제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노현웅 장나래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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