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마려운데.. 힘줘도 안 나와요" 급성 요폐 원인은?

권대익 2021. 2. 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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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요폐, 일교차 클 때 중·장년 남성에 빈발
환자 70% 전립선비대증이 원인
일교차가 커지면 오줌보가 터질 것처럼 급한 데 정작 화장실에서는 소변을 눌 수 없는 급성 요페가 늘어난다. 게티이미지뱅크

50대 남성 K씨는 지난 주말 ‘방광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급히 화장실을 찾았지만 소변이 나오질 않았다. 한참이나 힘을 주어도 나올락 말락 하다가 실패했다. 결국 K씨는 전립선이 뻐근한 느낌에 아랫배 통증까지 겹쳐 인근 비뇨의학과를 찾았고, ‘급성 요폐’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이 요도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배출하고 나서야 식은땀을 훔칠 수 있었다.

급성 요폐란 소변은 마려운데 아무리 힘을 줘도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방광에 가득 찬 소변은 아랫배를 풍선처럼 부풀려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다. 급성 요폐는 일교차가 커지면 늘어나며, 중ㆍ장년층 남성이 흔히 겪는다. 여성에게도 생길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이 가장 큰 원인

남성의 방광은 400~500㏄의 소변을 담는다. 급성 요폐로 소변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방광이 부풀어 올라 1,500㏄ 이상 부풀어 오른다. 이처럼 방광 크기가 정상보다 3배 이상 부풀면 아랫배가 볼록하고 탱탱해지며 통증도 심하다.

급성 요폐의 가장 흔한 원인은 50대 이후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전립선비대증이다.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남성 급성 요폐 환자의 70%가량이 전립선비대증 환자였다. 노화로 인해 커진 전립선에 요도가 압박을 받아 이완되지 않으면서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대표적인 노인성 비뇨기계 질환인 전립선비대증이 최근 서구적 식습관, 스트레스, 운동 부족, 불규칙적인 생활습관 등으로 인해 젊은 연령층에서도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립선비대증의 경우 30~40대 환자가 2015년 8만9,739명에서 2019년 10만4,548명으로 4년 새 16.5% 증가했다.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감기약을 복용했을 때도 급성 요폐가 생길 수 있다. 유대선 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감기약에 든 항히스타민제와 교감신경흥분제가 방광 근육과 전립선의 평활근을 수축시켜 소변이 나오는 방광 입구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전립선암, 요도 협착, 전립선비대증 약물을 중단하거나, 전립선 수술 후에 일시적으로 급성 요폐가 나타날 수 있다. 심한 변비나 당뇨병 등도 급성 요폐의 원인일 수 있다.

과음도 조심해야 한다. 과음한 상태에서 잠들면 소변량이 늘어 방광이 갑자기 심하게 팽창하는데 새벽에 아랫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도 정작 소변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급성 요폐가 생기면 통증을 줄이기 위해 응급 처치로 소변을 뽑은 다음 요도로 도뇨관을 밀어 넣어 인위적으로 소변을 배출한다. 대개 급성 요폐가 생기면 방광 근육이나 점막이 손상된 상태여서 1~2주 정도는 도뇨관을 삽입한 채 방광이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급성 요폐를 방치하면 방광 근육의 수축력이 떨어져 방광 내 압력이 상승하고 결국 방광이 본래 기능을 잃게 된다. 소변 생성과 배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콩팥도 망가뜨린다.

또 요로 감염과 방광 결석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조기에 적극 치료해야 한다. 이처럼 소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방광 압력이 올라가고 잔뇨가 많이 남는다. 이 때문에 요로 감염과 방광 결석, 방광 기능 저하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당뇨병 같은 기저 질환이 있으면 감염이 심해지면서 비뇨기에 패혈증이 생길 수 있고 자칫 콩팥을 적출하거나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소변을 오랫동안 잘 누지 못하면 신부전으로 악화돼 투석(透析)해야 할 수도 있다.

급성 요페를 방치하면 비뇨기에 패혈증이 생겨 콩팥을 적출해야 할 수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오줌 마려울 때 곧바로 화장실 가야

급성 요폐를 예방하려면 억지로 소변을 참지 말아야 한다. 소변을 너무 오래 참으면 요도를 압박하는 방광 근육이 잘 풀리지 않아 소변을 보려고 해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요의(尿意)를 느꼈을 때 바로 소변을 보는 것이 좋다.

반대로 방광이 예민한 과민성 방광 환자는 소변이 차지 않았는데도 자주 화장실을 찾게 된다. 이럴 때에는 급성 요폐와 반대로 소변을 조금 더 참았다가 보는 것이 오히려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전립선비대증은 급성 요폐의 가장 흔한 원인인데,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감기약을 먹는다면 처방을 받기 전에 반드시 이 질환으로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감기약이 소변의 원활한 배출을 돕는 방광 근육과 전립선의 평활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립선비대증약은 감기약을 먹더라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술ㆍ커피ㆍ홍차ㆍ콜라 등을 피하고 평소 다양한 채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콩이나 토마토, 마늘, 시금치, 호박 등 전립선에 좋은 음식도 권장된다. 특히 인과 아연이 풍부한 호박씨와 항균 및 소염 작용이 뛰어난 마늘을 자주 섭취하면 전립선비대증 완화는 물론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따뜻한 물로 좌욕하면 전립선과 회음부의 근육이 이완되고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급성 요폐 예방에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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