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질환, 안타까운 병이지만 갈수록 치료법 발전"

권대익 2021. 2. 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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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듣는다]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국내 유일의 미토콘드리아 질환 전문가'인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모계 유전 탓으로 잘못 알아 자책하는 어린 환자의 어머니를 자주 만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의 작은 기관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특히 뇌ㆍ신경계ㆍ근육처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부분에 두드러진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우리에게 생소한 ‘미토콘드리아 질환’이다.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소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600~700명 정도로 나타나지만 실제 환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유일의 ‘미토콘드리아 질환 전문가’이자 국내 환자 거의 대부분을 치료하고 있는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1~2세에 발병하고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게 되지만 증상이 너무 다양해 엉뚱한 곳을 헤매다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환자 어머니 가운데 미토콘드리아 질환이 모계 유전에 의해서만 걸리는 것으로 잘못 알아 자책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매우 생소한 병인데.

“우리 몸속 세포에는 각각의 개별적인 핵이 있고 핵 속에는 DNA가 존재한다. 그리고 핵 밖, 세포질 속에 소(小)기관으로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자체 DNA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미토콘드리아 내막에는 ‘호흡연쇄(呼吸連鎖ㆍ호흡할 때 생긴 수소가 미토콘드리아 속 효소와 접촉한 뒤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의 집합)’라는 단백질 구조체가 있는데, 이 구조체가 ATP라는 에너지 물질을 만든다. 만일 호흡연쇄에서 ATP를 만들지 못하면 에너지 부족 현상이 생겨 다양한 장기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를 ‘미토콘드리아 질환’이라고 한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어릴 때 발생해 지속적으로 악화된다. 증상도 아주 다양해 특정할 수 있는 하나의 증상은 없다. 대부분의 환자는 뇌ㆍ신경ㆍ근육ㆍ내분비ㆍ심장ㆍ눈ㆍ귀ㆍ위장ㆍ콩팥ㆍ골수 등 여러 장기에서 다양한 이상 증상을 복합적으로 겪는다.”

-어떤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가.

“교과서적인 답을 하자면 ‘특징적인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병 같기도 하고 저 병 같기도 해서 환자가 정확한 병명을 알아내기 위해 여러 병원을 찾아 다니기 일쑤다. 그나마 특징적인 증상을 꼽자면 발달 지연이나 퇴행 정도를 들 수 있다. 별 탈 없이 자라던 자녀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걷지 못하고, 앉지 못하고, 먹지 못하고, 호흡하는 것마저 불안정해지는 식으로 몸 상태가 나빠진다면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산소와 에너지가 필요한 조직이나 기관에 먼저 영향을 미친다. 근육ㆍ뇌ㆍ심장ㆍ간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증상은 신경 및 근육 관련 증상이다. 중추신경계와 근육조직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므로 에너지 생성을 맡은 미토콘드리아가 바뀌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토콘드리아 질환 초기에는 신경과 근육 관련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발달 지연이나 경련, 근력 저하 등이 비교적 흔히 나타나는 이유다. 이후에는 일반적으로 여러 장기에 이상 증상이 중첩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진단이 쉽지 않을 텐데.

“미토콘드리아 질환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병력과 가족력 확인, 일반적인 검진 및 신경학적 검사가 필요하다. 영상 검사도 진단에 많은 도움을 준다. 가장 유용한 조기 선별 진단 검사는 혈중 젖산 측정이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진 대부분의 환자는 젖산 수치가 높다. 이 밖에 미토콘드리아 질환과 비슷한 다른 대사 질환과 구별하기 위해서 아미노산과 유기산 대사 이상 검사 등이 필요하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확진하려면 특수한 생화학적 검사, 근육조직 검사, 분자유전학적 검사가 필수다.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분자유전학적 검사가 많이 시행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대부분의 대사 질환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어 안타깝다. 그렇지만 치료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약물을 활용하고 있으며 새로운 약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항산화제ㆍ카르니틴ㆍ비타민 등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높이고 퇴행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져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이들 약제는 ATP 에너지 생성을 돕고 미토콘드리아에 악영향을 미치는 물질 생성을 억제한다.”

-유전적인 영향이 큰 편인가.

“대다수의 사람이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모계 유전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실제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유전되므로 모계 유전의 영향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미토콘드리아의 호흡연쇄를 구성하는 단백질은 미토콘드리아 자체 DNA에서 만들어지거나 세포의 핵 DNA에서 생성된다. 만일 미토콘드리아 자체 DNA에서 만들어진 호흡연쇄 단백질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면 모계 유전이 원인이지만 핵 DNA에서 만들어진 호흡연쇄 단백질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면 멘델 법칙을 따른 것이므로 모계 유전과는 관련이 없다.

이전에는 미토콘드리아 자체의 DNA 돌연변이가 미토콘드리아 질환의 중요한 원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는 핵 DNA 돌연변이의 발생 빈도가 미토콘드리아 자체 DNA 돌연변이의 발생 빈도보다 높고, 미토콘드리아 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할 때가 더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만큼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매우 다양한 유전 양상으로 발병한다. 실제로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가족력이 있을 때도 있지만 가족력도 없는데 돌연변이가 생겨 나타나기도 한다.”

-치료법이 있나.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현재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다. 그렇지만 치료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약물을 활용하고 있으며 새로운 약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항산화제, 카르니틴, 비타민 등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높이고 퇴행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내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이들 약제는 ATP 에너지 생성을 돕고 미토콘드리아에 악영향을 미치는 물질 생성을 억제한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보존적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러 장기의 이상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전반적인 상태를 확인하며 대증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MELASㆍMERRFㆍ리(Leigh) 같은 여러 증후군이 미토콘드리아 질환군에 속하지만 그 어디에도 끼워 넣을 수 없는 비특이적 질환이 3분의 2가 넘는다. 미토콘드리아라는 공통 원인을 가졌을 뿐 증상은 제각각인 거죠. 그래서 환자마다 맞춤 처방이 필요하다. 어떤 약을 썼더니 이러저러한 퇴행 증상이 더뎌지거나 멈추더라는 자료를 전 세계에서 끌어 모아다가 우리만의 조합을 만들어낸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칵테일’ 치료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전공하는 희소 질환 전문가를 택한 계기가 있나.

“소아과 전공의를 마치고 임상유전학을 진로로 정했다. 막연히 희소 질환, 유전 질환, 대사 질환 분야를 연구하는 게 여러 학문의 바탕이 되고 두루 적용할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소아신경과학으로 방향을 다시 잡은 건 퇴행성 질환이 많아 원인을 찾는 데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소아신경 질환에서 미토콘드리아가 이렇게 중요한지 당시에는 몰랐다. ‘뇌전증처럼 환자가 많은 질환을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희소 질환을 연구하면 장차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는 은사님의 조언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은사님 말씀대로 에너지 관련 문제가 여러 질환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 갈수록 드러나고 있다. 지금은 관심도 크게 늘어서 도무지 해결이 나지 않는 환자를 보내 미토콘드리아 쪽을 살피게 하는 일도 많아졌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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