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도 "가덕도 공항 지지" 포퓰리즘 홍수 막을 둑 하나 없는 나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관련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가덕도 신공항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오다가 적극 지원으로 입장을 정한 것이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2016년 공항 부지 선정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랑스 업체가 1년간 조사를 거쳐 내린 결론이었다. 당시 가덕도는 2위도 아닌 3위였다. 바다 매립에 대규모 비용이 드는 데다 공법 자체가 어려워 공항 입지로는 부적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런 열악한 조건의 가덕도를 여와 야가 손을 맞잡고 지원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그 몇 년 사이에 공항 입지에 극적인 변화가 생겼을 리는 없다. 달라진 여건이 있다면 두 달 뒤에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열리고 부산 유권자들이 가덕도 공항을 강력하게 희망한다는 사실뿐이다.
부산 보궐선거는 민주당 시장이 성추행으로 물러나 치르게 된 선거인 데다 부산 경남권 경제도 나빠 야당이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 예상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반전의 카드로 김해공항 백지화와 가덕도 공항 추진을 택하면서 부산 민심이 들썩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선거 앞에서 버틸 수 있는 정당은 없다. 정치인이 나라를 위한 소신을 지키다 선거에서 지면 그 소신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 정치의 숙명이다. 국민의힘이 가덕도 공항 찬성으로 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나 마찬가지였다.
유권자는 대부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한다. 대중의 이익 추구와 국가 전체의 이익은 서로 상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의 본령은 이때 대중을 설득해 국가 전체의 이익으로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정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 국가 이익이 아니라 대중에게 영합하고픈 강한 유혹을 언제나 받는다. 이것이 민주주의가 빠지기 쉬운 가장 큰 함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 앞날에 지나치게 주름이 질 공약을 하지 않는 것은 민주국가 정당의 기본 양식이다. 설사 그런 공약을 했더라도 집권 후 실행에 옮겨서는 안 된다.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운영해온 나라의 지도자들이 지켜온 묵계였고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수도 이전' ‘군 복무 단축' ‘현금 지원' 등 표를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정당 간 경쟁이 노골화되고 있다. 정치의 최소한의 양식마저 사라지고 있다.
국정 책임을 진 집권 여당이 오로지 불리한 선거 판세를 뒤집겠다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10조원 단위의 무리한 개발 사업을 약속했다. 야당은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르게 된다. 포퓰리즘을 막던 둑이 무너지고 있다. 가덕도는 제2의 수도 이전 공약이다. 앞으로 제3, 제4, 제5의 가덕도가 줄을 이을 것이다. 전 국민 현금 살포도 계속될 것이다. 국가 부채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민주주의는 선거로부터 타락한다. 남유럽, 남미가 그랬고 우리가 그 뒤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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