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애플카' 협력 시나리오..장밋빛만 있는게 아니다 [부꾸미TALK]

김사무엘 기자 2021. 2. 2.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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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①

애플의 전기차 사업 진출은 시장의 뜨거운 관심사다. 아이폰이 휴대전화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처럼, 애플의 전기차도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시장의 관심은 애플의 전기차를 누가 생산할까 하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이익률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애플의 전기차 직접 생산을 예상하는 시각의 거의 없다.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듯이 전기차 역시 다른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생산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꼽힌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가 크게 뛰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현대차그룹이 미래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력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TSMC처럼 전기차 업계의 '슈퍼을'이 될 수도 있지만, 폭스콘 같은 단순 협력사로 전락할 우려도 상당하다.

머니투데이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는 현대차와 애플 간 협력에 대한 우려점과 실현 가능성 등을 살펴보기 위해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의 의견을 들었다.

유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생산 수직계열화와 위탁생산의 적은 마진율 등을 고려할 때 애플과의 이상적인 협력관계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현대차에 대해서는 전기차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 '배터리 내재화'라며 외부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 것보다 자체 생산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애플 협력이 어려운 이유
현대차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좌측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사진제공=현대차
▶김사무엘 기자
애플과 현대차가 이상적 협력이 어렵다고 보신 이유가 뭔가요?

▶유지웅 연구원
일단 두 업체의 성질, 속해있는 산업의 성질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애플은 이제 스마트폰 산업에서 이미 독점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데 만약 이 업체가 자동차 산업의 뛰어들게 되면 현대차는 이 회사의 자동차를 만들어주는 업체가 되는거죠. 일단은 기본적으로 브랜드가 2개가 됩니다.

기존의 현대차 고객들은 거기서 혼란이 오고요. 현대차를 사야하는 것인지, 애플카를 사야 하는 것인지요. 그 다음에 애플카 차량 가격이 나와요. 예를들면 5천만 6천만원 나오겠죠. 그렇게 되면 그 차 그 가격보다 비싼 현대차는 어떻게 될까.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 브랜드의 포지션닝이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애플이 하고 있는 생태계의 성격을 봤을 때 상당히 독점적이고 배타적입니다. 예를들면 휴대폰을 만들기 위한 부품들 소싱은 전부다 애플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만들어 주는 건 애플이 하지 않습니다. 폰스콘이나 이런 외주 업체들이 하고, 여긴 정말 단순 조립만 합니다. 이 업체들이 부품 소싱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갖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굉장히 근사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어요. 이것이 자동차산업 내에서는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내연기관 밸류체인, 현재 전기차 E-GMP 밸류체인에서도 상당히 상대적으로 우수한 원가율을 자랑해왔고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만약 애플이 여기 들어온다면 이걸 그대로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그러게 되면 그동안 현대차에 강점으로 작용했던 부분들이 더 이상 강점이 아니게 되는 겁니다.

추가적으로 완성차 업체는 판매, AS에서 추가적으로 마진을 받습니다. 마그나가 글로벌 3위 부품업체입니다. 이 업체의 특징이 위탁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그쪽에서 발생하는 영업마진을 볼 때 그렇게 놓지 않습니다. 완성차 업체가 제조만 하는 것으로 애플의 파트너십에 합류한다면 마진은 그리 높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E-GMP를 올해부터 양산하기 때문에 이 플랫폼이 커지는 구간이 2023년 정도입니다. 이때부터는 마진이 지금보다 현격하게 올라가게 됩니다. 지금 (영업이익률이) 기아차 7%, 현대차 5% 이런게 그때는 더 높아질 겁니다. 그 상황에서 정말로 브랜드가 아닌 위탁생산만 하면 리스크가 있죠.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김사무엘 기자
애플의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비교했을 때 현대차의 자율주행 관련 기술력은 어느정도인가요?

▶유지웅 연구원
현대차가 재작년에 미국의 앱티브사와 조인트벤쳐를 만들었어요. 거기서 자율주행 레벨4나 레벨5에 대한 개발이 상당부분 진행됐습니다. 지금 테슬라를 제외한 진영에서 자율주행에 대한 고도화가 가장 많이 이뤄진 진영을 웨이모(구글)라고 보고 있거든요. 그 다음에 앱티브와 현대차 파트너십 정도를 논하고 있습니다.

▶김사무엘 기자
연구원님이 보시기에 일단 현 단계에서 현대차가 애플과 협력하기보다 독자노선을 가는 게 훨씬 더 이득이라고 보시나요?

▶유지웅 연구원
그렇죠. 그런데 오로지 독자로만 가냐고 질문할 수 있는데 그렇진 않습니다. IPO(기업공개) 업체들이 굉장히 많아요. 스타트업들이 굉장히 많고. 올해부터 미국이 민주당으로 바뀌기 때문에 전기차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 스타트업이 많고. 일단 이들의 개발 의지는 굉장히 강한데 경험이 없어요. 그런 업체들이 현대차가 파트너십을 맺으려고 하는 업체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기아가 애플카 위탁생산?
기아차는 지난달 14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를 개최하고, 주주,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중장기 미래 전략 'Plan S'와 ‘2025년 재무 및 투자 전략’을 공개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이 발표하는 모습. / 사진제공=기아차
▶김사무엘 기자
최근엔 기아차가 애플카를 위탁생산 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있던데요.

▶유지웅 연구원
현대차와 기아차는 2000년도 중반 미국에 동시 진출했는데 기아차 라인업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기아차 공장에서 일부 라인은 현대차를 생산해요. 그룹사의 시너지죠. 원가율을 낮출수 있으니까요. 자동차 업종 좀 오래 보신분들 입장에서 누구나 직관적으로 기아차가 위탁생산할 거라고 생각할 거에요. 만약 현대차그룹이 거대 IT그룹의 차량을 만들어준다면 기아차가 하지 않을까 충분히 생각할 수가 있고요. 이건 제가 외부에서 바라본 생각이고 충분히 그룹 내부에서도 그런 의사결정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김사무엘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2차전지 공장을 증설하는 것과 관련해서 같은 지역에 공장이 있는 기아차에 애플이 수주를 받길 수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유지웅 연구원
애플이 자동차와 관련해 했던 얘기는 소형셀에다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였는데 SK이노베이션은 그 타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애플이 전기차 사업을 한다면 독자적으로 배터리 업체를 선정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전기차나 미래 자동차에서 핵심을 두 가지 핵심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배터리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에 공장이 있어서 애플이 거기로 간다는 결론을 내리긴 어렵습니다.

애플의 전기차 진출 가능성?
▶김사무엘 기자
애플의 전기차 진출 가능성은 있는 건가요?

▶유지웅 연구원
자동차 시장이 판매만 봤을 때 연간 3000조원입니다. 휴대폰 산업은 700조원이에요. 여기는 이미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다 바뀌었어요. 자동차산업에서도 이런 현상이 지금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내연기관이 올해 100이라고 보면 전기차는 작년에 2%였거든요. 올해는 4%가 됩니다. 앞으로 100까지 가려면 성장성이 무궁무진한거에요.

자동차 산업은 생산, 판매, AS 등까지 다 합치면 시장 규모가 7000조~8000조원이나 됩니다. 여기서 나오는 부가가치를 애플은 가져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미 스마트폰은 포화상태기 때문에 더 이상 물리적인 성장이 힘든 상황이거든요.

현대차의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이 중요한 이유
▶김사무엘 기자
올해 현대차의 투자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유지웅 연구원
해외 업체들의 전기차 개발 속도는 독일업체들, 특히 BMW, 폭스바겐은 굉장히 빠릅니다. BMW나 다임러 벤츠 이런 업체들이 원래는 배터리 제조에 거의 손을 안 댔어요. 그런데 배터리에 직접 투자하는 의사결정들이 작년 하반기에 많이 나왔고요.

국내에는 배터리 3사가 있는데 이들은 이미 글로벌 업체들이에요. 이들이 있기 때문에 현대차는 배터리 안해도 된다, 이건 아니에요. 자동차 업체는 서플라이체인이 생산부터 판매까지 유기적으로 다 연결돼 있어요. 관계자가 굉장히 많은 거죠. 이게 일사불란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만약 전기차를 연간 700만대 해야 돼요. 공급업체가 갑자기 어느날 '요구하신 소재 개발은 요구하신 일정까지 다 만들기 어렵다'고하면 이 회사한테 패널티를 주는 것보다 내가 타격 입는 게 더 커요. 그래서 (배터리) 내재화가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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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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