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3자 구도로도 이긴다’는 야권 막장 드라마
야당, 이번 보선도 지면 정권 교체 기회 잃고 당 간판 내려야 할 것
상식으로 가야 한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의 단일화 없이 3자 대결 구도하에서도 국민의힘이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얼핏 제1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응원가’처럼 들리지만 결국 여당의 승리를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3자 또는 다자(多者) 구도에서 한쪽 세력의 단일화 없이 이긴 전례가 없다. 노태우는 김영삼-김대중의 양분으로 대통령이 됐고 김영삼은 3당 합당의 단일화 효과로, 김대중은 이회창과 이인제의 양분에다 JP와 이룬 단일화를 얹어 각각 대권을 얻었다. 노무현은 정몽준과 사실상 단일화해 이겼다. 우리나라처럼 좌우, 여야가 세력 분포 면에서 거의 대등하게 양분된 구조에서는 단일화 또는 분열이 승패를 갈랐다.
지금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과 민심 이반으로 집권 4년 차에 벌써 정권 교체의 전망이 밝아진 상황이기에 야당은 어느 면에서 들떠있어 ‘단일화 없는 승리’를 장담하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4·15 총선에서 한때 기세가 좋았던 야당이 참패한 것을 보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헛다리 짚고 있다. 야당이 3자 구도로도 이길 수 있다고 낙관할 근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단일화를 ‘별것 아닌 것쯤’으로 치부하는 발상은 적어도 야당과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에게는 치명적이다.
한마디로 야권이 단일화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이번 보선에서 또다시 참패할 것이다. 민주당 지지 세력과 문 대통령 보위 세력의 결집력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몰(沒)민주적 발상도 예사로 나온다. 이들에게는 ‘드루킹의 무기’도 있다. 안철수씨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나선 것도 어떤 공작에 의한 허수(虛數)일지 모른다. 또 곳간을 풀어낸 돈줄도 있고, 나랏돈 쓰는 데 겁이 없다.
반면 국민의힘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사람들은 입만 열면 국민의힘의 공허한 존재감, 야권 지도부의 지리멸렬, 제대로 된 인물 하나 키우지 못한 무능과 내부 알력을 거론하며 그들에게 신임을 주기를 꺼리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하나 만들어 내는 데도 안철수씨 등 당외(黨外) 인사에게 끌려다니고,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문제로 우왕좌왕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을 보면서 이번 보선도 참패로 끝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절망과 부정적 평가는 안철수씨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신에 대한 여론조사 점수가 우세하다는 것을 내세워 적통 야당인 국민의힘을 자기에게 끌고 오려는 처사는 마차가 말을 끄는 형국이다. 이번 선거를 야권의 승리보다 문 정권에 대한 국민 심판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우선순위를 가려야 한다. 자신이 서울시장 되는 것이 우선인가 아니면 이번 보선을 문 정권 심판에 둔다는 대의(大義)에 충실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안 대표는 국민의힘 간판을 업어야 한다. 국민의힘 입당이나 양당(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절차적으로 어려운 일임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100석을 가진 제1야당이 제3당 후보를 위해 자당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야당의 존재 의미를 잃는 것이라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뽑은 후보와 자신이 결선을 치르자는 주장은 야당에는 너무 모욕적이다. 결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이기면 안 대표의 정치 생명은 거기서 끝나고, 안 대표가 이기면 국민의힘의 존재감은 거기서 끝난다. 제1야당이 이런 게임을 하겠는가? 그가 국민의힘 안에서 경선하면 누가 지든 상처는 입겠지만 그 상처는 정치적이지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그는 국민의힘에 입당했을 때 전통적 지지 세력이 자기를 버릴 것이라고 한다는데, 자기가 적통 야당 간판을 업었을 때 제1야당의 전폭적이고 조직적인 지원을 대신 얻는다는 계산은 왜 하지 않는가?
국민의힘으로서는 야권 후보가 2자 구도로 가는 상황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당내 경선에서 당내 후보가 이기면 그것으로 제1야당의 위상과 신임을 인정받는 결과를 얻는다. 그들이 끝내 안 대표의 독자 출마를 막지 못하고 그로 인해 여당이 승리하면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할 절체절명의 기회를 잃을 뿐 아니라 사실상 당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 서로들 잔머리 굴리지 말고 상식(常識)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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