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 중국기업의 회사채 디폴트 급증 두 가지 관점

정유신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 2021. 2. 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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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주식시장은 상하이지수가 3620을 기록하는 등 3년 만의 최고 활황세지만 주식과 함께 또 다른 기업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시장에선 디폴트(채무불이행)의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어느 정도인가. 2020년 중국 회사채(기업어음 등 단기채 포함)의 디폴트는 총 77건으로 2019년의 16건 대비 거의 5배, 금액은 역대최고치인 1500억위안(약 25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다. 특히 ‘정부 버팀목’이 있을 거라는 국유기업의 디폴트가 시장 우려의 진원지다. 대표사례는 지난해 10~11월 발생한 3개 주요 국유기업의 회사채 상환 실패. 독일 BMW의 합작 관계사인 화천자동차그룹, 국유석탄채굴기업인 융청석탄전기, 반도체산업의 유력주자인 칭화유니그룹이 그들이다. 규모는 30억위안(약 5600억원) 정도였지만 융청석탄전기의 경우 신용등급이 10단계나 하락하며 가격이 90% 이상 폭락했다. 한때 회사채 발행의 무더기 연기, 웬만하면 바뀌지 않는 발행금리(coupon rate)가 3%에서 5%대로 급등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회사채 디폴트 급증이 금융시장의 시스템 위험으로까지 확대될지 여부다. 시장에선 두 가지 관점으로 의견이 나뉘는 것 같다. 첫째, 시스템 위험 확대 가능성에 방점을 두는 의견은 중국 국유기업 디폴트의 도화선이 된 미국의 중국기업 압박과 올해 중국기업의 대규모 회사채 만기도래를 주된 이유로 꼽는다. 특히 지난해 12월 미국 하원을 통과한 ‘외국기업 책임법’은 회계나 기업지배구조가 불투명한 중국기업의 미국시장 퇴출을 겨냥하는데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대중 압박이 지속되리라는 것. 주식은 그나마 중국 증시 재상장을 추진할 수 있지만 문제는 상환부담이 있는 회사채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 의하면 올 3~4월에만 중국의 만기도래 회사채가 2조 6000억 위안(442조원)에 달하고, 부동산기업의 경우 차환 발행(roll-over)이 어려운 해외채권 만기분이 올해 535억 달러(59조원)로 작년(254억 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작년 5월 바오상 지방은행의 파산 위기에서 봤듯, 중국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현재 금융기관의 약 15%가 고위험등급)이 더 커질 수 있단 의견이다.

둘째, 시스템 위험으로의 확대 가능성보단 중국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정책에 방점을 두는 의견이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그동안의 ‘국유기업 채무 = 국가보증’이란 암묵적인 시장 인식中기업 회사채 디폴트 급증을 확실하게 바꾸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유기업과 시장의 도적적 해이(Moral Hazard)도 문제지만, 미국과의 장기적인 무역전쟁과 對中 기업 압박에서 버텨내려면, 금융시장개방을 통한 해외투자 및 자금 유치가 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들은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 ‘회사채 디폴트 허용’이 2014년 상하이의 차오리 솔라 에너지 디폴트부터 서서히 시작됐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2019년부터 정책 패러다임쉬프트를 강화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현재는 정권교체기이기 때문에 어쨌든 다소간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는 데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 때와는 달리 적어도 사전 예측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따라서 중국 정부로선 지금이야말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해외 채권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회사채 신용시스템을 구축할 적기로 보고 있다는 의견인 셈이다. 이는 작년 11월 시진핑주석의 복심이라 할 수 있는 류허 경제부총리가 금융안정발전위원회에서 발언한 회사채 디폴트에 대한 ‘무관용원칙 천명’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단 해석이다. 물론 전망을 예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중국이 미국처럼 정권교체의 혼란이 없고, 빠른 성장률 회복세와 최근의 위안화와 주식시장 강세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올해는 시스템 위험이 크진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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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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