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말 많고 탈 많은 아스트라제네카

김민철 논설위원 2021. 2. 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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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옥스퍼드대는 침팬지에게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신종 코로나 백신을 처음 개발했을 때 미국 머크사와 손을 잡으려고 했다. 머크가 백신의 명가(名家)인 데다 이 방식의 백신 개발을 위해 공동 연구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크는 타국 회사라는 점 때문에 영국에 본사를 둔 아스트라제네카와 최종 손을 잡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999년 스웨덴의 아스트라AB사와 영국의 제네카사가 합병해 설립한 다국적 제약사다. 암, 심혈관, 호흡기 분야 의약품을 집중 연구·개발하는 회사지만 백신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신약 개발 중에서도 종합예술인 백신 개발에서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는 것이 백신 전문가들 얘기다.

▶무엇보다 3상 과정에서 1회 접종분 일부는 절반 용량만 투약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더구나 임상 참여자 중 65세 이상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이런 문제들은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과 EU는 이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했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은 ‘고령층 무용론’을 제기하며 고령층 접종은 권고하지 않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백신이 “65세 이상에겐 무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까지 말했다. 한 백신 전문가는 “보다 보다 이런 임상은 처음 보았다”며 “팬데믹 상황이니 쓰는 것이지 평소 같으면 경쟁력이 없는 백신”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생산까지 차질을 빚어 영국과 EU 간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의약품 허가에서 최고 권위가 있는 미 식품의약국(FDA)은 추가 임상을 요구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장점도 많은 백신이다. 가격이 다른 백신의 10분의 1 수준이고 일반 냉장고 온도인 2∼8도에서 최소 6개월 유통·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말 이 백신이 세계를 지배할 조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올해에만 이 백신을 30억회분 생산할 예정이다. 2회 접종임을 감안하면 15억명, 전 인류의 5분의 1이 이 백신을 목매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필이면 올 우리나라 상반기 물량 다수가 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국내 코로나 백신 긴급사용승인까지 셋째 관문 중 첫째인 검증자문단은 1일 65세 이상에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올 1~2분기 국내 65세 이상은 이 백신을 집중적으로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식약처가 최종 사용 허가를 하더라도 백신 효과와 안전성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탈하게 접종 효과가 잘 나타나길 바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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