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새 1억 오른 집값.. "웹툰인데 웃을 수가 없다"
가장 현실적이고, 동시에 가장 비현실적이다.
“평생 일한다고 해도… 월급보다 빨리 오르는 이런 집을… 살 수 있겠냐?” 웹툰 속 가난한 등장인물이 이른바 ‘아파트 청약 오디션’에 참가한다. 안전장치도 없이 사다리를 타고 아파트 꼭대기까지 선착순으로 올라가야 한다. “기회는 한 번이야.” 치솟는 집값과 청약 지옥, 아파트 공화국의 천태만상을 웹툰 ‘복학왕’은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등장인물은 ‘멋’에만 집착하던 철없던 과거의 자신을 떨치며 “가장 멋진 패션은 부동산이다”라는 지독한 깨달음을 얻는다.
벌써 5개월째 부동산 관련 에피소드를 이어오다 보니,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실책을 저격한 것 아니냐는 독자들의 ‘합리적 의심'까지 등장했다. 지난 12일 연재분에서는 주인공이 ‘행복주택’과 ‘임대주택’ 간판을 단 허름한 집들을 떠올리며 “선의로 포장만 돼 있을 뿐.... 난 싫어! 그런 집은 너희들이나 실컷 살라구”라고 말하는 장면도 담겼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달 알바로 차곡차곡 저축하며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던 등장인물이 부동산 앞에서 며칠 새 1억원이 올라버린 아파트 매매가를 보고 실신해 땅에 머리를 부딪히는 지난 27일 자 최신화는 ‘대깨문’에 대한 풍자라는 해석을 불렀다. 한 네티즌은 “만화인데도 웃을 수 없는 이유는 내가 20대이기 때문이고, 현실은 이보다 가혹하기 때문”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부동산(아파트)은 인간 욕망의 대표적 거주지라는 점에서, 블랙코미디를 위한 배경으로 사용된다. “돈 백날 모아봤자 내 집 마련 못 해. 어떻게든 대출 받아서 무리해서라도 무조건 아파트를 사야 돼. 그러면 아파트 집값은 무조건 오르게 돼있어.” 최근 완결된 웹툰 ‘위대한 방옥숙’은 10년 전 어렵사리 한강변 아파트를 구입한 구두쇠 방옥숙 여사가, 집 앞에 49층 주상복합이 들어서 한강 조망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부녀회와 함께 ‘집값 수호’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부녀회는 아파트 상호(매미홈타운)를 영어(노블골드캐슬)로 바꾸고, 단지 앞 구치소 건립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임대아파트 쪽 출입구 폐쇄와 강남 유명 학원 유치 등 익숙한 단체 행동을 불사한다. 그러나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한 이들 역시 층간소음과 부부 갈등과 자식들의 취업난을 견디는 소시민일 따름이라는 설정이 쓴웃음을 낳는다.
집값 문제는 일상을 점유한 지 오래. 일상 웹툰 ‘반지하 셋방’은 집 구하기의 고단함을 작가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세 자매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융자 많은 집, 전세 보증 보험 안 들어주는 집주인 등 별별 장애를 극복하며 이들은 떠돈다. 반지하가 건물주의 ‘집 장사’ 철학이 창조한 한국적 독특한 집구조이다 보니, 이 웹툰을 미국 LA타임스는 지난해 영화 ‘기생충’ 등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큰 언니 여기 어때? 1000에 40인데 방 네 개, 반려견 가능이야.” “오 좋다.” “근데 반지하야.” “안 돼! 반지하는 안 돼.” 박석환 만화평론가는 “집값이라는 세간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를 웹툰이 포착하고 있다”며 “풍자라는 만화적 요소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소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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