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로 낙하산, 되살아난 '금피아 망령'
금융감독원 출신 금융사 임직원이 지난해 21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20명을 넘어선 것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이었던 2010년 이후 10년 만이다.
그동안 “퇴직자들 재취업 가로막는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금감원 노조마저 문제라고 지적할 지경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지난 25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금감원장은 (퇴직자의 민간 금융사) 재취업 신청서에 찍어주는 도장을 잘 활용해 기강을 잡아달라”고 했다. 금감원 퇴직자가 민간 금융사에 재취업을 하려면 금감원장의 결재를 받아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승인 신청을 내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노조는 “업무 지시를 했던 자가 피감기관(민간 금융사)에 있다면 담당 검사 부서 직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금감원의 검사 업무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퇴직자 민간행 평년의 4배로 늘어난 셈
민간 금융사에 자리를 잡는 금감원 출신이 늘어나는 이유는 이들을 채용해 금감원의 검사나 감독 등에서 ‘바람막이’로 활용하려는 민간 금융사들의 의도와 퇴직 후 고액 연봉을 받는 자리로 가려는 퇴직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우리도 필요가 있어서 데리고 오지만, 금감원 퇴직자를 채용하면 금감원에서 ‘선배를 챙겨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민간 금융사에 자리를 잡은 금감원 퇴직자는 21명이다. 지난해 민간 금융사로 옮긴 금감원 퇴직자 숫자(21명)와 같다. 단순하게 말하면 지난해 민간으로 이직한 금감원 출신이 평년의 4배로 급증했다고 할 수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후배들이 퇴직한 선배들이 자리 잡은 금융사에 대한 검사나 감독을 느슨하게 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있느냐”면서 “이런 상황이면 10년 전 저축은행 사태처럼 큰일이 터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10년 전 저축은행 사태로 막 내렸던 ′금피아' 전성시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금감원 직원들은 민간 금융사에 대거 자리를 잡았다. ‘금피아(금감원+마피아)’라는 말이 돌았다. 2006~2010년 5년간 금융권에 재취업한 금감원 임직원은 97명에 달했다. 매년 20명 가까이 이직을 한 셈이다. 특히 2009년과 2010년엔 각각 25명, 22명이 금융권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11명(23.4%)이 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저축은행 사태 당시 이런 점이 문제가 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예고 없이 금감원을 방문해 금감원 퇴직자의 민간 금융사 재취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노조도 “금감원 퇴직자를 포함, 금융사 임직원이 금감원에 비공식적으로 출입하는 것을 일절 금지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그 뒤로 금감원 직원의 금융권 재취업은 위축됐다. 2011~2015년 5년간 민간 금융사에 재취업한 금감원 임직원은 9명에 불과했다. 직전 5년(97명)에 비해 10분의 1로 줄었다.
◇금감원장이 금피아 민간행 주도하나?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금융권 재취업자 수는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2명, 2019년 6명에서 2020년엔 21명까지 급증했다. 윤 원장은 금피아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2019년 기자간담회에서 “재취업 규제가 과하다”면서 완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윤 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셈이다.
결국 금감원 직원들은 또다시 민간 금융사의 방패막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간 민간 금융사에 재취업한 금감원 직원들의 행선지를 보면 증권사가 가장 많았다. 42명 중 13명(31%)이 증권사로 옮겼다. 이들은 모두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한 직후였던 2016년(6명)과 사모펀드 사태가 터진 2019년 이후(7명)에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었다. 저축은행 이직자도 12명(28.6%)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분쟁이 많은 보험사(6명·14.3%)로 옮기는 경우도 많았다. 은행에 자리 잡은 금감원 직원은 2명에 불과했다.
직급은 대부분 국장급 이상이었다. 42명 중 34명(81%)이 금감원 검사역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장급(2급)이었다. 1급 이상도 3명이나 됐다. 이들은 피감기관에 검사를 나가야 하는 금감원 직원들에게 직간접적인 부당한 압력 행사가 가능한 위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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