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첫 商議회장.. "국가경제 위해 고민하겠다"
SK그룹 최태원(61) 회장이 1일 서울상공회의소 겸 대한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대됐다. 서울상의 회장단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 최 회장은 “추대에 감사드린다. 상의와 국가 경제를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이달 23일 서울상의 총회에서 회장에 선임되고,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임하는 관례에 따라 내달 24대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2013년부터 대한상의를 이끌어 온 박용만(66) 회장은 내달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최 회장이 공식 취임하면 4대 그룹 총수 중 첫 대한상의 회장에 오른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냈던 아버지 고(故) 최종현 회장에 이어 재계를 대표하는 자리를 맡게 된다.
◇4대 그룹 총수 첫 상의 회장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 수락을 결심한 것은 주변의 계속된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뿐 아니라, 수시로 만남을 가져 온 삼성전자 이재용(53) 부회장과 현대차그룹 정의선(51) 회장, LG그룹 구광모(43) 회장 등의 계속된 권유가 있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최근 경영 전면에 나선 ‘3세 오너’ 그룹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1일 최 회장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를 대표할 자격이 있고, 평소 상생이나 환경,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현시점에 더없이 적합한 후보”라고 평가했다.
이전엔 전경련이 주요 기업들을 대변했지만, 국정 농단 사건을 거치면서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는 바람에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 때문에 경제 현안에서 기업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는 창구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주요 그룹 총수가 재계 단체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계 안팎에서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1980~1990년대에는 정주영·구자경·최종현·김우중 회장처럼 힘 있는 총수가 전경련 회장을 맡아 재계의 목소리를 내왔다”며 “규제가 강화되는 등 기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강한 재계 리더’에 대한 향수가 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평소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등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유사점이 많다. 이 때문에 재계와 정부 간의 갈등을 조율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가 있다. 최근 들어 젊은 직원들과 소통을 늘리며 소탈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한 예로 최 회장은 1일 열린 경기도 이천 공장 기공식에서 하이닉스로부터 받는 연봉 30억원을 반납해 직원들과 나누겠다고 말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SK하이닉스 직원들 사이에서 삼성전자에 비해 성과급이 적어 불만이 많다는 데 대해 이런 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반면 수정 논의가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나 시행에 들어간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재계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들은 최 회장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에 기꺼이 쓴소리를 하고 때로는 강하게 대응해주기를 기대한다”면서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代를 이어 재계 대표 맡아
최 회장에 대해 아버지 최종현 회장과 같은 리더십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최종현 회장은 1993~1998년 전경련 회장을 지내면서 때로는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재계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해 왔다. 전경련 회장을 맡자마자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연구하기 위해 자유기업센터를 만들었다. 또 정부의 기업 관련 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회사가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종현 회장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엔 폐암 수술을 받은 상태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청와대를 찾아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비상조치를 늦추면 나라 경제가 큰일 난다”며 금리 인하 등 특단의 조치를 건의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부친처럼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게 재계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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