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11] 봄을 알리는 꽃나무

최재천 교수 2021. 2. 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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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 비해 특별히 추운 것도 아니었건만 코로나19로 잔뜩 웅크린 마당에 바짝 추웠던 며칠 때문에 유난히 봄이 그리운 겨울이다. 요 며칠 일찌감치 숲에 다녀온 지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앞다퉈 복수초 사진을 올리고 있다. ‘영원한 행복과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을 지닌 복수초에는 변심한 여인에게 자살로 복수(復讐)한 남자의 무덤에 핀다거나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노비가 주인에게 복수하려 꽃이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꽃이 피며 뿜어내는 열기로 덮인 눈을 녹인다 하여 ‘식물 난로’로 불리며 몸이 붓거나 복수(腹水)가 차는 병에 약재로도 쓰인다.

그러나 복수초의 ‘복수(福壽)’는 행복과 장수를 뜻한다. 일본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왠지 어색하다. 우리 식으로 수복초라 바꿔 불렀더라면 훨씬 익숙했을 것이다. 눈이나 얼음 속에서 꽃을 피운다 하여 설연화(雪蓮花) 혹은 빙리화(氷里花)라고도 부르지만, 이참에 ‘얼음새꽃’이라는 예쁜 우리 이름으로 부르면 좋을 것 같다.

봄에 제일 먼저 꽃이 피는 초본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이는데 목본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반인들은 대개 산수유가 가장 빨리 꽃을 피우는 나무라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앞서 저 남녘으로부터 음력 섣달에 피는 매화라는 이름을 가진 납매(臘梅)를 비롯해 풍년화와 동백의 개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한겨울에도 산을 타는 산사람들이 만나는 봄의 전령은 따로 있다. 바로 생강나무다. 꽃 모양이 언뜻 산수유와 너무 흡사해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생강나무 꽃은 꽃자루가 짧아 꽃들이 작은 공처럼 가지에 바짝 들러붙어 있다. 마을 가까이에서 사람이 돌봐 줘야 자라는 산수유와 달리 생강나무는 깊은 산 속 응달에서도 잘 자란다. 우리 산속의 봄은 얼음새꽃과 생강나무가 먼저 노랗게 물들인 다음 진달래가 분홍색 점을 찍으며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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