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 국민 동의 얻으려면[현장에서/정성택]

정성택 문화부 기자 2021. 2.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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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을 추진 중인 KBS 내부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KBS는 지난달 27일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이사회에 상정했다.

더욱이 KBS의 수신료는 블라인드에 글 쓴 이의 표현대로 "전기요금에 포함돼서 꼬박꼬박 내야 되는" 것이다.

수신료와 거의 맞먹는 수준의 인건비 구조와 끊임없는 공정성 시비를 스스로 극복하지 않는다면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은 계속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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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달 27일 이사회에 참석해 수신료 인상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정성택 문화부 기자
수신료 인상을 추진 중인 KBS 내부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공영방송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 문제를 두고 내부 고발이 이어지는가 하면,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방만한 인력 운용을 비판하는 국민을 향해 빈정거리는 글을 온라인에 올려 공분을 사고 있다.

KBS노동조합은 1일 김모 아나운서가 지난해 10∼12월 KBS1 라디오 주말 오후 2시 뉴스를 진행하면서 전 대통령수석비서관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라임자산운용 사기사건 등 뉴스 20여 건을 전체 또는 일부 삭제하고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KBS노조는 김 아나운서가 이용구 법무부 차관 관련 기사를 임의로 편집해 보도했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KBS는 이날 “김 아나운서를 뉴스 등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 업무에서 배제하고 김 아나운서 등 관련자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겠다. 뉴스 편집 시 원고 담당자와의 협의도 의무사항으로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엔 온라인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너네가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리 회사 정년 보장되고 평균 연봉 1억이고 직원 절반은 매년 1억 이상 받고 있다”면서 “제발 밖에서 욕하지 말고 능력 되고 기회 되면 우리 사우님 되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KBS의 인력과 연봉 구조가 방만하다는 비판에 대해 비아냥거린 것이다. 블라인드는 소속 회사의 이메일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구조라 실제 직원이 아니면 해당 글을 쓸 수 없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KBS는 1일 “KBS 구성원의 상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의 글이 게시돼 불쾌감을 드려 유감스럽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KBS는 지난달 27일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이사회에 상정했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크다. 더욱이 KBS의 수신료는 블라인드에 글 쓴 이의 표현대로 “전기요금에 포함돼서 꼬박꼬박 내야 되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거부권도 선택권도 없는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최소한 공정성 논란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KBS의 경영 개선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빼놓을 수 없다. KBS 직원 4700여 명의 평균 연봉은 1억 원이 넘는다. 억대 연봉자 중 무보직자가 1500여 명이다. KBS는 무보직자도 직책이 없을 뿐이지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이들이 연봉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지난해 KBS는 6700억 원이 넘는 수신료 수입을 올렸다. 인건비로 나간 돈은 5200억 원 이상이다. 수신료와 거의 맞먹는 수준의 인건비 구조와 끊임없는 공정성 시비를 스스로 극복하지 않는다면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은 계속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정성택 문화부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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