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변기솔 흔들며 “나발니 석방하라”
감금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석방하라는 시위가 지난 31일(현지 시각) 러시아 전역에서 열려 5100여 명이 체포됐다.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의 철권통치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2주 연속 똘똘 뭉쳤고, 러시아 당국은 거세지는 ‘반(反)푸틴’ 여론을 누르기 위해 시위를 강경 진압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전역 약 100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정치범 보호 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이날 체포된 사람은 51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23일 시위 때 4002명이 체포된 것보다 1100여 명 더 많다. 모스크바에서만 1600명 이상이 경찰에 잡혀 갔다. 현장서 취재하는 언론인 60여 명도 체포됐다. 국제 앰네스티는 모스크바 시내의 구치소나 경찰서 유치장이 가득 찼다고 전했다. 체포된 시위대 중에는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야도 연행됐다가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서약서를 쓴 뒤 풀려났다.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시위는 대규모 군중 집회가 아니라 게릴라식이었다. 나발니의 측근들이 특정 장소에 모이자고 발표해 시위대가 집결하면 경찰이 이들을 따라잡는 식의 장면이 이어졌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쥐를 쫓는 고양이의 추격 작전을 보는 듯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나발니가 감금된 교도소 앞을 포함해 시내 주요 지점에서 “나발니를 석방하라” “푸틴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시위대를 경찰차로 끌고 갔다. BBC는 “시위에 참가하면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도 2주 연속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일부 시위대는 변기 청소용 솔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나발니 측이 지난달 19일 푸틴의 호화 저택이라며 공개한 영상에서 “이 저택에선 700유로(약 95만원)짜리 변기 청소용 솔을 사용한다”고 폭로한 데 따른 것이다. 푸틴의 호화 생활을 풍자하는 의미다. AFP통신은 또 일부 시위대가 파란색 남성 사각팬티를 입거나 들고 나왔다고 전했다. 나발니가 지난해 독극물 테러를 당할 때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자신의 파란색 사각팬티 안에 치명적인 독극물인 노비촉을 묻혀 놓았다고 이야기한 데 따른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 당국이 평화로운 시위대와 취재진을 향해 2주 연속 거친 진압 전술을 사용한 것을 비난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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