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63] 세계 最古의 카페 플로리안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2021. 2.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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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도비코 카도린, 무어식 방, 1858년, 베네치아 카페 플로리안 소재.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 자리 잡은 카페 플로리안은 1720년 12월 29일 문을 열어 지금도 영업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카페다. 참고로 그해 조선에서는 숙종이 승하하고 장희빈의 아들 경종이 즉위했으니, 그때 개업한 가게가 오늘날까지 한자리에서 건재하다고 생각하면 그 세월이 실감된다.

사람들이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곳, 카페는 15세기에 오스만 제국에서 생겨나 유럽과 이슬람권의 가교였던 베네치아로 처음 전파됐다. 창업자 플로리아노 프란체스코니가 개업했을 때는 ‘승리의 베네치아’라는 상호가 있었으나, 사람들은 곧 그의 이름을 따라 ‘플로리안’이라고 불렀다. 대대로 자손들이 운영하던 카페 플로리안은 1858년 처음 주인이 바뀌면서 건축가 루도비코 카도린(Ludovico Cadorin·1824~1892)이 내부 수리를 맡아 지금까지 남아있는 네 개의 방으로 정비했다. 카도린은 절제된 그리스식, 단정한 르네상스식, 웅장한 바로크식과 우아한 무어식 등 시대와 지역이 서로 다른 스타일을 혼합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장식이 풍부한 당대 로코코 양식을 절충해 화려하고도 조화로운 실내를 만들었다. 그중 무어식 방에는 아랍인과 중국인 등 낯선 이국의 인물들이 벽화에 등장해 커피가 담고 있는 동서 교류의 향취를 더했다.

역사가 긴 만큼 단골 명단 또한 문학 전집 수준이다. 괴테, 카사노바, 바이런, 프루스트, 찰스 디킨스 등이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작년에 300주년을 맞은 이곳은 지금 당장 내일을 걱정하게 됐다고 한다. 전쟁과 혁명 등 온갖 풍파를 다 이겨냈지만, 제일 무서운 게 사람들이 사라진 텅 빈 거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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